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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100년의 시간-이토와 아베 (출처: 진실의길)
이철호 2016-02-26 17:07:04 | 조회: 1836
[심층분석] 100년의 시간-이토와 아베

정운현 | 2016-02-25 13:46:10

불행한 역사는 되풀이 되는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100년 전 상황과 비슷한 형국을 띠고 있다. 한 세기 전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이 오늘에 와서 재현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이 동북아에서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눈치만 살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반도는 미-중 양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한편 일본의 아베 정권은 미국을 등에 업고 극도의 우경화와 함께 또다시 팽창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보수정권은 뚜렷한 외교노선도 갖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을 뿐이다. 특히 대일관계에서 일본에 대해 위안부 등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뒤에서는 역사왜곡 등 일본 극우의 아류를 자처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일본의 극우정권은 경제력을 배경으로 군사대국화를 모색해 왔다. 그러나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이 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현재 일본은 헌법에 따라 정식 군대를 가지 수 없어 편법으로 자위대를 운용하고 있다. 말이 자위대지 자위대의 군사력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4위를 자랑하고 있다. 일본은 자위권 행사를 구실로 자위대의 해외 진출을 줄기차게 모색해 왔다. 그 길을 터준 것이 2013년10월 2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였다.

이날 회의에서 양측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한 일본의 노력을 환영한다.”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일본의 숙원인 ‘집단적 자위권’을 미국이 승인한 것이다. 집단적 자위권이란 동맹국이 공격당했을 때 대신 반격할 수 있는 권리로서 유엔 회원국이면 모두 누릴 수 있는 권한이다. 그러나 전범국가인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기존 평화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승인한 것은 전쟁포기, 군대보유 금지, 교전권 부인 등 일본의 평화헌법을 부정하고 ‘전쟁 개시권’을 승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갈수록 군사동맹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 아베 총리(왼쪽)와 오바마 대통령의 환담 모습

미국이 이같은 무리수를 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미국은 근래 신흥강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대항마로 키울 필요를 느껴 왔다. 게다가 일본의 방위예산 증액을 통한 자국의 국방비 지출 감소, 북한의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따른 대응책 차원 등이 고려된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일본을 공개적으로 편들고 나섰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사(史)조차도 지지하는 셈이 된다. 이처럼 일본이 주변국 침략 야욕을 드러내면서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음에도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는 인접한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다시 말해 한반도에 전쟁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경우 일본은 집단 자위권 행사의 일환으로 한반도에 군사적 개입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셈이다. 현재 한국의 전시작전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따라서 한미일 3각 군사동맹체제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증대된다는 것은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개입력 강화를 의미한다. 미국은 꼭 110년 전에 이미 그같은 선례를 남긴 바 있다. 1905년 7월 29일 맺어진 ‘카쓰라-태프트 밀약’이 그것이다.

일본의 내각총리대신 겸 임시외무대신 가쓰라 다로(桂太郎)와 미국의 육군장관 윌리엄 태프트(후일 미국의 제27대 대통령) 사이에 맺어진 소위 ‘카쓰라-태프트 밀약’은 일본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적 지위 인정한 것으로 전형적인 미국의 ‘일본 편들기’라고 할 수 있다. 문서나 조약의 형태가 아니라 서로의 합의를 기록한 각서로만 존재해 오랫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이 밀약은 1924년 미국의 외교사가인 타일러 데닛이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문서들을 연구하다가 발견해 <커런트 히스토리>지에 발표하면서 그 실체가 공개됐다. 두 나라는 다음과 같은 3가지 사항에 합의하였다.

첫째, 미국이 필리핀을 통치하고, 일본은 필리핀을 침략할 의도를 갖지 않는다.
둘째, 극동의 평화 유지를 위해 미국·영국·일본은 동맹관계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미국은 일본의 한반도에 대한 지배적 지위를 인정한다.

가쓰라 총리는 대한제국 정부가 단독으로 방치되면 다시 다른 나라와 조약을 맺어 전쟁이 발발할 수 있으므로, 일본은 대한제국 정부가 임의로 다른 나라와 조약을 체결할 수 없게 막아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태프트 특사는 대한제국이 일본의 ‘보호국(protectorate)’으로 되는 것이 동아시아의 안정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동의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아시아의 새 강자인 일본의 이권을 어느 정도 보장해 주면서 일본을 러시아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을 수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소위 ‘차도살인(借刀殺人)’, 즉 남의 칼을 빌려 적을 제압하는 계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밀약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은 일본은 1905년 8월 12일 제2차 영일동맹을 통해 영국으로부터, 한 달 뒤 1905년 9월 5일에는 포츠머스조약 체결을 통해 러시아로부터도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았다. 이런 식으로 열강으로부터 한반도에 대한 지배권을 인정받은 일본은 1905년 11월 17일 ‘을사늑약’ 체결로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아 보호국의 지위로 전락시켰으며, 5년 뒤 1910년 8월 29일에는 ‘한일병탄’으로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태프트-가쓰라 밀약은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조선을 희생양 삼아 일본과 거래한 첫 사례이다.

▲가쓰라-태프트조약 체결자인 가쓰라 타로 일본 총리(오른쪽)과 윌리엄 태프트 미 육군장관

지난 2월말 미 국무부 웬디 셔먼 정무차관의 발언은 110년 전의 ‘카쓰라-태프트밀약’을 연상시키고도 남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70주년을 맞아 동북아를 주제로 한 연설에서 “한국과 중국이 위안부 문제를 놓고 일본과 다투고 있는데 이를 이해는 하지만 좌절감을 안겨준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 그는 “어느 정치 지도자도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서 값싼 박수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면서 마치 한국과 중국의 지도자들이 과거사 문제를 국내 정치에 이용하고 있는 것처럼 말해 한중 양국의 반발을 샀다. 셔먼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한편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한 재균형 전략에 차질이 생기자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도움이 불가피하다. 오키나와에 있는 미군기지는 전략적 의미가 매우 크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는 일본이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일본의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아베는 이 점을 잘 알고 있고 또 이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아베 정권은 미국의 비호 아래 동북아의 맹주가 되려 하고 있고, 미국은 그런 일본을 적극 활용해 동북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으로 삼으려 하고 있다.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셈이랄까.

일본은 미국 하나만 바라보고 한 길로 쭉 가면 그뿐이다. 어차피 중국과는 협력관계를 모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한국은 사정이 좀 다르다. 미국과는 전통적인 맹방이며, 중국과는 경제문제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미국은 맹방관계를 앞세워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 창립회원국 가입문제를 놓고 한국정부를 압박해 왔다. 안보 문제는 미국이라면 경제문제는 중국을 편들지 않을 수 없는 형국이다. 한국의 고민은 바로 이 지점에서 생겨난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나갈 것인가.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대략 4가지다. 첫째,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제안을 모두 거절하고 중립적 태도를 취하는 방식. 그러나 미국과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동맹국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는 한국정부가 이 같은 태도를 취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본다. 둘째, 두 나라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는 방식. 즉 사드 한반도 배치도 수락하고 중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도 참여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는 역대 한국정부가 가장 선호해온 방식으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 방식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완전한 균형, 완전한 중립을 이뤄낸다고 보기도 어렵다. 세 번째는 두 나라 중 어느 한쪽 편만 드는 방식. 이럴 경우 미국편을 들 가능성이 큰데 실리 면에서 큰 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이는 최악의 선택으로 취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마지막은 우리정부가 독자노선을 펼치는 방식인데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결국 한국정부는 두 번째 방식, 즉 미-중 두 나라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면서 ‘줄타기’를 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하나 분명히 알아 둘 것은 미국은 ‘일본 편’이라는 사실이다. 이유가 어찌됐건 간에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이 국익에 도움에 되므로 일본과 더 가깝게 지낸다. 국제사회 차원에서나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그저 동북아의 ‘주변 문제’일 따름이다. 2차 대전 전후처리 과정에서도 한국은 독립변수나 상수로 존재하지 못했으며 늘 부차적인 사안 정도로 취급당했다. 카이로회담이나 모스크바 3상회담은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리였으나 우리는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미래가 결정되곤 했는데 사정은 지금도 비슷한 형국이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은 일본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적 완충지대일 뿐이다.

이런 든든한 ‘뒷배’로 둔 까닭에 일본은 기고만장한 태도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는 군국주의, 천황주의를 자양분으로 성장했으며, 극우세력을 지지기반으로 삼고 있는 정치인이다. 아베 자공(자민당+공명당) 정권은 총리 보좌관까지 포함하여 25명의 각료 중 22명이 ‘신도 정치연맹’에, 또 16명은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에 소속되어 있다. 그들은 기존 역사인식의 개악, 각료의 신사 공식 참배, 헌법 9조의 개악을 노리는 극우 세력들이다. 이들은 일본이 다시 아시아의 맹주로 부활해 과거의 명성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일본 내 지성계에서 과거 침략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두고 이들은 ‘자학사관’이라며 극도로 혐오하고 있다. 2014년 선거에서 자민당 지지의 절대 투표율은 16.99%밖에 되지 않았으나 자민당은 290석을 획득했다. 일본인 가운데 적게는 40%에서 많게는 70% 정도가 극우 또는 극우동조로 분류되는 데 바로 이들은 아베 내각을 떠받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을 포함한 안보법을 제·개정하여 동북아시아에 ‘엄청난 군사력을 보유한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 거듭났다.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밀리는 형국이 되자 일본이 미국을 대신해 군사적 역할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보통국가화’는 겉으로는 북한의 위협에 대처함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따라서 한미일 안보협력구도에 포함된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될 공산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같은 구도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는 한국일 수밖에 없다.

지난 4월 27일 미일 양국은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이로써 미일 ‘신동맹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는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8.14 담화’, 안보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 등과 함께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는 3대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일본은 미일 신동맹에 기대어 군사력 확장을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시도하고 있다. 이럴 경우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등 영토분쟁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 아베 정권은 아차하면 중국과 한판 전쟁이라도 치를 기세다.

최근 미일 양국은 안보 관련 부처 핵심간부들이 참여하는 군사협의체를 설치하고 평시부터 미군과 자위대 운용을 일체화하는 등 군사동맹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11월 4일 교도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일 양국 정부는 미군과 자위대를 평시부터 일체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안보, 외교부문 등 양국 정부의 중추 부처 관계자로 구성된 새로운 기관인 ‘동맹조정그룹’을 설치했다. 양국은 이를 통해 안보에 있어 ‘발생 가능한 모든 사태’에서 정보를 공유해 신속한 의사결정 가능을 통한 동맹 강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두고 교도통신은 “자위대 활동을 확대하는 안보법제 시행을 내다본 후속 조치”라고 분석했다.

▲군사대국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 사진은 일본 해상자위대의 훈련 모습

‘동맹조정그룹’ 설치는 지난 4월 아베 총리가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 재개정된 미·일방위협력지침에 의거한 미일 외교·국방 국장급 방위협력소위원회에서 합의한 것이다. 동맹조정그룹에는 일본 측에서 국가안전보장국, 외무성, 방위성 및 자위대의 국장급 간부가, 미국 측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 국무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태평양군사령부, 주일미군사령부의 국장급 간부가 참여한다. 양국의 핵심 군 수뇌부가 참여해 대중국 견제정책을 입안, 실천하는 셈이다. 이로써 미일은 적도 군사외교 부문에서는 가히 ‘한 몸’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동아대 원동욱 교수는 “미국은 일본에 대한 외주(outsourcing policy)를 통해 아시아를 관리하고 한일 간 화해를 중재해 한미일 동맹 네트워크를 완성지음으로써 중국 견제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음에도 여기서도 한국은 배제돼 있다.

작게는 한국의 국익을 위해, 크게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한일 간에 평화·민주주의 세력의 연계(혹은 연대)가 필수적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다양한 평화운동 조직이 결성돼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전쟁 법안 폐기를 위해 결성된 ‘총동원 행동 실행위원회’가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2014년 12월 15일 전쟁을 반대하는 1,000인 위원회, ‘해석으로 9조를 파괴하지 말라’ 실행위원회, 헌법 공동센터 등의 3단체가 중심이 되어 발족했다. 이 실행위원회는 ‘헌법이념 실현, 헌법 위반의 각의 결정 철회, 미일안보지침·전쟁 관련 법안개정 저지, 정책 전환 및 퇴진’을 목표로 활동을 개시해 5월 3일 헌법기념일 집회, 8월 30일 국회 10만 명, 전국 100만 명이 참가한 집회를 계기로 기존 19개 참가단체 외에도 지지단체가 9개나 느는 등 조직이 확대됐다.

이 단체는 전국적으로 변호사, 학자, 학생 등 다양한 계층에서 광범위하게 참여하고 있는데 내년 8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 단체는 전쟁법이 통과된 9월 19일에 맞춰 매월 ‘19일의 날’에 전쟁법 폐지를 위한 집회를 열고 있다. 2016년을 맞아 이 단체는 또 2000만 명 서명운동 전개와 함께 5월 3일 헌법기념일에 대대적인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그간 ‘침묵하는 다수의 나라’로 불렸던 일본이 전쟁법 제정을 계기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현실을 암담하기만 하다. 우선 박근혜 정권은 우리 나름의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갖고 있지 않다. 그때그때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 임기응변식 대처가 고작이다. 전통 우방 미국과 실리 중심의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는커녕 번번이 먹잇감으로 전락한 꼴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북관계라도 원만하다면 뭔가 방안을 모색해 볼 수도 있겠으나 그마저도 기대난망이다.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취해진 5·24 대북 제재조치는 5년째 빗장을 풀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민주정권 10년 동안에 쌓은 대북 인맥은 전부 끊어졌으며, 냉랭한 한일관계 탓에 양국 간의 인적교류 역시 별반 나아진 게 없다.

명성황후가 일본 낭인들에게 피살당한 후 신변에 위협을 느낀 고종은 러시아공사관으로 피신하였다. 그로부터 약 1년 만인 1897년 2월 경운궁으로 환궁한 고종은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독립국임을 표방했다. 당시 집권세력인 수구파는 친러정책을 채택한 가운데 1904년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대한제국정부는 국외중립(局外中立)을 선언하였다. 이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한 조치였으나 너무 늦은 탓에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듬해 1905년 ‘을사늑약’ 강제체결로 일제에 외교권을 빼앗기면서 이토 통감 체제가 들어섰고 5년 뒤에는 국권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그로부터 110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여전히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숨죽이며 살고 있고 일본은 이토 대신 아베가 등장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국의 지도층은 역사의식도 없는데다 무능하기조차 한 실정이다. 반면 일본의 아베는 미국을 등에 업고 이토를 능가하는 침략주의 근성을 드러내고 있다. 일찍이 단재 신채호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설파했다. 엄중한 시기를 맞아 단재의 가르침이 새삼스럽다고 하겠다. (끝)

(* 이 글은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가 발행하는 <독립정신> 2016년 1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2016-02-26 17: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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