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온다는 것은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웃고 있는 것은분명중년 여인들인데그들은모두아이다옛날에누구누구를 좋아했었지기억나지너도 그랬구나나도 나도길어지는 얘기 속에서나이는 없어지고과거의 시간만째깍거린다그러다가 문득 바라본거울 속엔묘령의 여인들이새장 속에 갇힌 채한쪽 날개를 내밀고낯설게서 있다어제의 기억을 끌어안고아름다운 날들을 계수할 수 있는오늘이또다가온다나이가 온다는 것은돌아갈 수 있는겹겹이 쌓이는추억의 순례인가 보다 uni~☆
오명숙멸치 다시마 육수를 끓이고거기다 떡국떡을 넣고새우젓 국물로 간을 하고파 총총 썰어 넣고계란 하나 깨뜨려 빙글빙글 저어팔팔 끓는 떡국에 휘이휘이 붓는다마지막으로 김가루 휘리릭이면 끝국물 한번 맛보고한 숟가락 가득 떡국을 먹는다 쫄깃쫄깃한 떡국의 맛이구수한 국물과 함께입 안을 행복하게 한다만두가 없어도 고기가 없어도맛있다 정말먹을수록 나이를 먹는다해도괜찮다먹을수록 먹을수록성숙해지겠지
설날 아침 빛 앞에 서서 / 김윤하(참빛교회 원로목사) 빛은 소리 없이 빠르게 사방으로 침투합니다.섭지코지에 아침 해가 떠오르자 먹구름이 심술을 부리며 막았습니다.그러나 빛은 강렬하게 빛 올림으로 더 높이 뻗어갔습니다.오히려 먹구름의 형체를 드러내고 새로운 하루를 그렸습니다.희미했던 나의 형체도 드러나고 아내의 밝은 미소까지 보았습니다.그날 아침 그 빛이 내 마음속에까지 비추어 바다 앞에 나를 세웠습니다.온갖 더러운 옛사람의 모습을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었습니다.빛으로 정결케 하고 파도로 씻어 내는 환상을 누렸습니다.설날 아침 한 번쯤 빛 앞에 서서 변화의 꿈을 꾸었으면 합니다. ◆김윤하 목사 예그리나 바로가기
길 2020/ 김기호(언약교회 담임목사, 시인)어둠으로는결코가릴 수 없는빛이 있듯마음 안에도도무지가두어 둘 수 없는사랑하나 있어나는너를 찾아길떠난다타는목마름으로
주님!이 일을 어찌합니까?사람들이 로봇을 보고 절을 한다고 하네요.로봇이 아세라 신상이 되는 겁니다.로봇이 불경을 외우고설법을 한다고 하네요.또 그 앞에서 불공을 드린다고 하네요.불공도 좋고 설법도 좋지만나무를 깎아 아세라 신상을 만들고 절하던 것과어리석음이 너무도 다르지 않아 경악합니다.4차 산업혁명이라느니AI혁명이네 5G통신이네 VR시대네 하더니만인간성도 가상으로 변모하는지요?아무리 변해도 인간들의 어리석음은 변하질 않지요.어리석음으로 악마의 계교를 물리치지 못하고속아 선악과를 따먹는 원죄를 저질렀지요.오늘의 고통을 당하는 원인을 조금이라도깨닫고 회개한다면어찌 이런 발상들을 할
눈꽃과 벚꽃 사이에/ 정돈화 (광혜교회 원로목사) 금년 설에 유난히 눈이 잦아진흥원 벚꽃 광장에 온통 눈꽃이 피었네아름드리 짜여 진 벚나무 가지마다만발한 눈꽃마치 4월의 벚꽃인양마음이 들떠지네 그래도 눈꽃은 벚꽃이 아니다영롱한 색채도 없고향긋한 체취도 없고보드란 감촉도 없다 벚꽃이 피기 까지는아직 남은 겨울을 참아야 하고벚꽃이 피기 까지는더 따사한 햇살을 받아야 하고벚꽃이 피기 까지는창조주의 은총을 더 많이 입어야 하고 눈꽃이 벚꽃이 되기까지는더 많은 날들을 기다려야 한다.기다림이찬란한 벚꽃을 피우리라
흔들리는 소나무, 흔들리는 인생 / 김윤하 목사(참빛교회 원로) 나는 항상 바람이나 파도나 구름 그리고 꽃과 이슬등자연의 소리를 카메라에 담고 싶었습니다.어릴 때 툇마루에 앉아 산과 골짜기 사이로 흐르는비와 바람의 소리가 귀에 생생한데 사진으로 표현하기가 어려웠습니다.사진은 어떤 사물이든지 정지시켜야 하는 한계가 있습니다.경주 삼릉에 흔들리는 소나무를 찍는데, 너무 밋밋했습니다.고민하다가 셔터를 누르면서 카메라를 흔들면서 찍어 보았습니다.그랬더니 곡선의 묘미와 부드러운 흔들림이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자연의 소리와 움직임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었습니다.인생도 평안할 때는 자기 자신을 그려내면 너무 밋밋합니다.그러나 내 인생에 고난
2020년에도 그대와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떠올리기만 해도행복으로 번져가는 그대와 함께바라보며 걸어갈하루하루의 마주함이마냥 기대되고 설렙니다되새김질 되는 추억이손끝을 지나고옷깃을 거쳐전신을 통과하면서시절의 꽃을 피우고계절의 향기를 담아내겠지요아름다웠던 시간의 기억이바래지고 흩어질까온전히 담아둘 수 없는짧은 기억의 한계로안타까운 심정에분주히사진을 찍어갑니다시간의 틈을 메꿔가며영영 지울 수 없는당신 저장한 심장 안에남겨진 호흡 담아치열한 삶의 한마디로행복하게 살아갈새해를 기대합니다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는투명한 유리병이라도 있다면그럴 수 있다면2020년의 세월은살아볼가치 있는
새해 인사 / 정돈화(광혜교회 원로목사) 마른 나무 가지에싸락눈이 내리고가로등이 빗살무늬로 아른거리는세모의 밤잿빛 하늘을 뚫고화살처럼 날아드는 카톡, 카톡!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소원을 이루시라!무엇보다 건강하시라!다독여 주는 덕담에높아지는 자존감 더불어 구하노니새해에는 황당한 일 생기지 않고바다도 육지도 하늘도 무사하고너도 안녕, 나도 안녕우리 모두 안녕하기를! 구주 강림하심 같이하늘에는 영광이요땅에는 평화 가득하기를!
내 인생의 고난의 색깔은/ 김윤하(참빛교회 원로목사/ 코닷 이사) 짐바브웨에서 헬리곱터를 타고 내려다 본 빅토리아 폭포입니다.정면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감흥이 밀려왔습니다.그런데 조용히 흐르던 강물이 바위에 부딪히기만 하면하얀 결정체로 변하면서 폭포의 위용을 웅장하게 표현했습니다.우리가 평탄한 길을 갈 때면 무색의 인생을 살다가도역경을 만나게 되면 사람마다 제 각기 다른 색깔로 나타납니다.고난 속에서 깨끗함과 순결함이 나타나는 하얀 색깔이라면폭포 같은 위용을 나타내는 멋진 인생이 될 것입니다.
성탄을 맞으며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성탄을 알리는 광고에서그대는 우셨고꼬마전구를 매단 창가에서그대는 추우셨습니다도시의 회색빛거친 아스팔트 빛사람들의 유흥이 짙어가는 밤화려하게 반짝이는그곳에는그대 몸 누울 곳 없었습니다소중한 것을 놓친 것 같은방향조차 알 수 없는아득하게 느껴지는가난한 가슴마다소외된 눈물 안에서오히려 그대는 함께 하셨습니다무너진 가슴마다빛 잃은 가난한 영혼 위에참된 사랑을 노래하는올해의 성탄절에는그대 부디 외롭지 않기를
겨울에 오실 그대에게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 아주 잠깐만이라도거추장스러운 염려 두려움모든 무거움 벗어버리고투명하고 맑은 영혼으로그대에게 가고 싶다사선을 깊게 그어대던외롭고 서러운 감정 하나라도탈탈 빨랫줄에 널어놓고는가벼운 미소입가에 곱게 그려 넣어그대에게 날아가고 싶다그대도 내게그렇게 오면 좋겠다너무 시리지 않게이제는따뜻할 수 있게
이것이 문제다 / 정돈화(광혜교회 원로목사) 세월 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늙어지는 것이 문제요 늙어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몸이 망가지는 것이 문제요 몸이 망가지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정신 줄 놓는 것이 문제요 정신 줄 놓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영혼이 잠자는 것이 문제다 영혼이 깨어 있다면사나 죽으나문제될 것 없다
신년의 아침 / 윤 춘 식 말없이 맞이하는 눈부신 1월을 보세요 어제 오갔던 길이건만 오늘은 새 길이 됩니다 지나간 날은 기억 속에 얼어붙고 새해는 눈 내리듯 시간이 펄펄 녹아내리며 1월의 농토에 봄을 심겠습니다 해마다 다시 태어난 베들레헴의 아기 예수는 아픈 절망을 넘어 생명으로 자라납니다 1월 청명한 아침의 햇빛은 차갑게 솟구쳐 날아 오르고 겸손한 저음으로 노래합니다 새해에는 깜빡 잃어버렸던 기도의 언어를 따스한 온도계에 눈 맞춰 찾아 내렵니다 입술에 발린 말이 아닌 서로가 약속했던 희망의 심장을 경작할 수 있도록
2019년이 가듯이 / 정돈화(광혜교회 원로목사) 2019년이우리 삶의 현장에서 떠나고다시 돌아오지 않듯이온갖 못된 것들도 가라 천하보다 귀한 목숨 가만히 해치고뉘우치지 못하는사이코패스는 가라 어린 제자, 문하생, 비서 농락하고아까운 인생 망쳐놓는색한들도 가라 제 기분 내려다꿈 많은 청년 순식간에 앗아가는음주 운전자들도 가라 분하다고 불내고화난다고 묻지마 난동하는분노조절 장애자들도 가라 숨 가쁜 세상 더욱 숨 막히게 하고답답한 세상 더욱 답답하게 하는미세먼지도 가라 슬금슬금 안방으로 기어들고가정의 희망
나 어릴적 성탄절 새벽주일학교 선생님들이 우리집에 새벽송을 오셨습니다고요한 밤 거룩한 밤노엘 노엘~~아기 예수님은 잘도 자는데나와 동생은 잠에서 깨어내복 바람으로 창문에 매달렸습니다엄마는 선생님들이 메고 오신 커다란 자루에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넣어주셨습니다메리 크리스마스를 외치며손 흔들며 떠나가는 선생님들이그 날은 천사처럼 느껴졌습니다우리 집에 잠시 놀러온하늘나라 천사 같았습니다그 때의 어린 숙이가 인사합니다메리 크리스마스~~!
대림절 사모가/ 김기호(언약교회 담임목사, 시인)그대 없는 세상천년을 하루같이영원을 기다리는신부의 자태라면그것이믿음이라고할 수 있겠지진리가 불변하듯사랑도 한결같아있고 없음이구별되지 않아서내 안에 그가 있듯이그분 안에 나도 있어.등불 들고 기다림이익숙지 않아도밤 깊을수록새벽도 오리니이 심지다 타들기 전그대 와서 안아주면.
삶은사진을담아내는것과같아서같은 환경이라도빛의 각도에 따라색이 달라 보이듯해석하기 따라달라 보이는의미를 가진조각들
구름 / 정돈화(광혜교회 원로목사) 구름은군중이다 청명한 가을하늘뜬구름으로여기저기 유람하고 바람에불려 다니며천공을 돌고 돌다가모이고 모여지면 번개가 빛나고지축을 흔드는 우뢰를 발하고한바탕 비를 쏟아 부어대지를 적막하게 하는 군중은구름이다
그럼에도 아름다울... / 조윤희(김해중앙교회 집사)기억의 향기 바래진 채낙화하는 편린들로 계절이 채워지고기력의 빛 흩날리며바닥을 흥건히 뒹굴 때가 온다면가을의 우리가 되었던아름다운 시간을 떠올리겠지요소중했던 순간순간놓칠 새라 주워 담고 싶어 헤매는어느 한 날이 온다면가을이 되었던 우리의 뇌리 속아름다운 그 날을 떠올리겠지요영원으로 흐르던 사랑점점 메마른 강바닥이 드러난 채굵게 갈라지고 마른 먼지 덮힐상상도 하기 싫은 서러움이 온다면우리가 하나였던 가을을아름다운 추억을 나누어도 보겠지요탐스러웠던 꽃들의 거리에앙상한 가지들로 엉키어 갈 때언제나 달뜨도록 속살대던봄 여름 가을이었던 시절에겨울이 온다 하여도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