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남길 국제라이온스클럽 354-D지구 총재

 
 
   
 
국제라이온스클럽 354-D지구(총재 조남길)는 지난 10월 21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종합검진센터인 '한신메디피아'에서 외국인노동자 및 국제결혼 가정에게 무료종합검진을 제공했다. 3억5천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이날 검진에는 중국동포와 스리랑카 등 10여 개국 외국인노동자 900여명과 충남 부여와 서울 노원구의 국제결혼가정 200여명 등 1200여명이 참여했다.

이 봉사단체는 국내 최대 규모로 실시된 외국인노동자 무료종합검진이 차질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의사 회원과 통역 능력을 갖춘 회원 등 500명의 회원들은 이른 아침인 7시부터 자원봉사에 나선 것이다. 검진센터 밖에서는 검진을 받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국밥을 대접하는 등 훈훈한 사랑을 실천했다.

이 봉사단체는 무료종합검진에 참가한 각 나라별 공동체에게 음식백화점을 열 수 있도록 재료비를 제공, 수익금을 각 나라 공동체 운영비로 후원했다. 게다가 외국인지원단체의 어려운 형편을 고려해 수송용 버스 대절비까지 챙겨주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검진을 마친 뒤에는 각국의 문화공연과 장기자랑 무대를 만들어 흥겹게 놀도록 하면서 국제봉사의 하루를 보냈다.

무료종합검진을 1년 전부터 준비하며 애썼던 조남길(65 동양임포트 대표) 총재로부터 무료종합검진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국제라이온즈 354-D지구의 봉사활동, 개인의 사업과 봉사활동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 총재는 올해로 25년째 국제라이온스 활동을 한 라이온스 맨으로, 한국자개협회 회장을 15년간 역임한 사업가이다. 354-D지구는 서울의 3개 지구 중의 하나로 68개 클럽에 8천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무료종합검진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외노의원)과 '외국인노동자의집/중국동포의집'을 도우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오갈 곳 없는 중국동포 수백 명을 먹여주고 재워주고 치료해주는 일은 정부도 하지 못한 일이다. 병원을 위해 3억 원을 쾌척하고 이어 의료 활동으로 봉사하는 이완주 외노의원 원장님 이야기 등은 봉사하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했다.

김해성 목사로부터 1천명이 넘는 외국인노동자 시신을 수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슴 아팠다. 왜 그렇게 많은 외국인노동자들이 죽는지 물었더니 병을 알리면 취직도 안 되고, 취직된 사람은 공장에서 쫓겨나 본국으로 강제 송환되니 이를 감춘다는 것이었다. 이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서 고민하던 끝에 종합검진을 1년 전에 계획하게 됐다. 더 많은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에게 무료종합검진을 해드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1200여명 밖에 해드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이번 무료종합검진의 의미는 무엇인가.

"아버지를 일찍 여위면서 나이 어려서부터 가족부양의 책임을 지는 등 수많은 고생을 했기에 가난의 고통과 병든 사람의 아픔을 조금은 안다. 우리도 수십 년 전에는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처럼 몹시 가난했고 병이 들어도 돈이 없으면 치료받지 못했다. 건강검진은 당연히 몰랐고, 당뇨가 어떤 병인지, 병의 원인도 모르고 죽었다. 그런데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잘살게 됐고,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국가가 됐다. 우리가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국가가 되고, 단체가 되고, 개인이 된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다. 특별한 사람도 아닌데 이렇게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를 돕게 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이번 종합검진의 의미는 한 명의 생명이라도 구하기 위함이며 또한 도울 수 있는 힘을 가진 우리가 약자인 이들을 돕는데 적극 나서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를 돕게 된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는가.

"오랫동안 나전칠기(한국자개협회 회장 15년 역임) 사업을 했다. 30년 전 나전칠기가 성황 할 때에는 원자재(전복껍데기와 조개껍데기)를 확보하기 위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지의 외국을 방문했다. 그 당시에 필리핀의 세부지역을 많이 방문했다. 지금은 세계적인 휴양지로 변했지만 당시 그들은 6.25때의 우리보다 더 어렵게 생활했다. 그래서 남대문시장에서 재고품 의류를 보따리로 사서 가지고 가 나누어주곤 했다. 최근에는 30년 정도 거래했던 필리핀 바이어의 딸이 한국에 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해서 초청장을 보냈다. 그들과 사업하고 교류하면서 그 나라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던 것이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는 봉사에 나서는 데 밑바탕이 된 것 같다."

다문화사회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지난 9월에 열렸던 외국인노동자 및 다문화가정을 위한 추석큰잔치에서 한 인사말을 통해 밝혔듯이 이제 외국인노동자 및 다문화가정 여러분들은 한 가족이자 핏줄이고, 형제이다. 순수혈통의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날 것을 시대가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이 10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노동자가 50만명을 넘어섰으며 향후에는 더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국내 산업과 경제, 문화, 생활 등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이들과 함께 살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 곧,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길이요, 국제사회에서 인권국가로 존중받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봉사활동에 치중하다보면 사업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사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일은 없었는가.

"남을 위해 봉사하고 가진 것을 나누면 내 사업과 이익에 손해가 올 것 같은데 반듯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국제라이온스 25년 봉사활동을 통해 깨달았다. 무엇보다 소외된 이웃을 돕다보면 내 자신이 즐거워지고 행복해진다. 그렇게 행복해진 마음으로 사업을 하면 당연히 잘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30년 동안 모시던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또한 아들 둘과 딸 둘을 모두 결혼시키니 지금은 아내와 둘이 산다. 나이가 들어 인생을 마무리 할 시점에 이르면서 떠날 준비를 해야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떠나기 전에 나눌 것 나누어주고 봉사할 것 더욱 봉사해야 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사니 마음이 평안하다. 요새에는 라이온스 활동에 치중하느라 사업에 전념하지 못하지만 두 내외가 사는데 많은 돈이 필요치 않고 먹고 살 것이 있으니 큰 걱정은 없다."

라이온즈 봉사활동과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354-D지구는 국내외에 대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10년 전부터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백내장 환자를 수술해드리고, 가지고 간 수 천 개의 안경을 선물로 드렸다. 세상이 보이고, 사랑하는 가족을 볼 수 있다며 그렇게 좋아하는 모습들이 눈에 선하다.

지난 8월에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소도시인 코타키나발루에 다녀왔다. 코타키나발루산은 해발 4101m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인데, 이곳의 산과 계곡을 3시간 타고 들어가는 오지의 마을을 방문했다. 이곳 마을주민 1천 세대는 먹는 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산 위의 계곡을 막은 뒤 24㎞를 PVC 파이프를 연결해 식수난을 해결했다. 또한 초등학교를 방문해 가지고 간 의류 600벌을 전달하고 교복과 신발을 사주었다. 마을주민들은 오랜 숙원사업인 수도공급을 해결해주어 감사하다며 우리를 위해 잔치를 베풀어주기도 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서울시내 38개 중증장애인생활시설과 2:1 결연을 맺고 지속적인 후원활동을 펼치게 약속을 했고, 9월에는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펼쳤다. 앞으로도 구정과 연말 등에도 봉사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우리 354-D지구는 외국인노동자와 다문화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지난 5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1천만 원 상당의 안과 의료시설을 기증한 데 이어 한글학교설립 및 운영을 지원했다. 지난 7월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다문화어린이마을'과 '다문화가정센터'를 건립하도록 지원했다. 앞으로도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 돕는 일에 더욱 관심을 갖겠다."(뉴스앤조이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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