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1주년을 맞아 ‘평화와 통일을 위한 기독인연대’(평통기연·상임공동대표 박종화 손인웅 이규학 이영훈 홍정길)가 2016년 8.15 광복절 기념 특별예배를 지난 14일 오후 4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은혜교회(강경민 목사)에서 드렸다. 이 자리엔 부산, 인천 등 지역 내 통일선교사역을 하는 목회자를 비롯해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만열 장로(평통기연 상임고문, 전 역사편찬위원장)는 환영사에서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해방을 맞았는데, 그때 우리 집에서 500미터 거리의 마산-진주간 신작로에서 어른들이 손에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면서 기뻐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6.25의 쓰린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통일의 기쁨을 이뤄드려야 하지 않겠나 해서 지금까지 살아왔다. 역사, 독립운동사를 공부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남북 대결과 함께 여차하면 싸움이라도 붙을 것 같은 환경을 맞이하면서 점차 평화와 통일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서 제 생전엔 통일을 보기가 힘들겠다는 절망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절망적인 생각 속에서도 제가 초등학생 때 조상들이 해방을 맞아 기뻐하면서 환희하던 모습처럼 그런 날들을 위해 기도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오늘 우리가 일산에서 모여 이런 예배를 드리는 것도 그런 몸부림,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근복 목사(크리스챤아카데미 원장, 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기도했다. “냉전 시대 산물인 한반도 분단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미중 패권경쟁 속에 한반도는 신냉전 질서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화해와 평화, 통일의 민족적 과제를 완수하지 못한 채 우리 민족은 다시 전쟁과 공포에 압도당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 교회가 평화와 화해의 사명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남북 교회가 서로 사랑하지 못하고 냉전과 갈등에 앞장선 것을 회개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제대로 따르지 못했음을 회개합니다. 북의 핵개발과 남의 사드 배치 결정은 모두 두려움의 산물입니다. 성경은 두려움에는 형벌이 따른다고 했습니다. 북이 핵개발을 하고 이에 대해 남이 사드 배치를 하는 것이 전쟁으로 몰고가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남북 정권을 향해 사랑과 평화의 사도직을 감당하지 못한 것을 회개합니다. 다시 마음과 뜻을 모아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해 간구합니다. 화해, 십자가의 보혈만이 남북을 치유하는 길임을 믿습니다. 주님의 보혈로 이 땅을 덮으소서. 화해와 평화로 이 민족을 새롭게 빚어주옵소서.”

사회를 맡은 강경민 목사(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는 “동서독 교회가 통일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것을 우리가 잘 안다. 지금 남북이 거기에는 못미치지만 십수년 전부터 남북교회가 공동 예배와 공동 기도를 드릴 수 있는 것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며 남한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화해통일위원회와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련명 중앙위원회의 <2016년 한(조선)반도 평화통일 남북공동기도문>을 참석자들과 함께 낭독하기도 했다. 기도문은 “앞으로 얼마나 깊은 불신의 강을 건너고 분노의 아골 골짜기를 지나야 하는지 알 수 없다”면서 “갈라진 이 민족을 하나되게 하시고 산산이 흩어진 식구들이 다시 합치게 하소서”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종훈 목사(연세대 교수, 평통기연 공동운영위원장)는 ‘야곱이 에서를 만나다’(성경본문 창33:1~11) 제목의 설교에서 “광복절 기념 특별예배에 참석한 우리는 야곱과 에서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 이 시대 평화통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며 “먼저, 남북의 분열, 남한 내의 분열이 죄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8선을 그대로 방치하고,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으 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지금 남한 사회에서는 남북관계에 따라서 친북-반북, 친미-반미 진영이 서로 갈등하고 있다. 이런 분열을 방치하고 서로를 정죄하는 것은 죄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북한의 핵실험에 직면해서 ‘잃어버린 10년’ 운운했던 정부와 ‘신뢰를 주기 전엔 만남을 안갖겠다’는 정권의 등장으로 남북관계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했다.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은 다 중단된 상태다. 남북은 이제 언제든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남한이 먼저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어떻게든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도록 애써야 한다. 만나야 알 수 있고, 신뢰를 줄 수 있고, 만나야 타협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정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남북간에 크고 작은 도발이 있었고, 그 도발의 후유증을 지금도 앓고 있다. 용서와 화해의 자리로 나아가지 않는 한 전쟁과 긴장 상태, 평화는 없는 것이다. 전쟁과 폭력, 긴장과 분단의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남한이 먼저 북한을 용서하고 화해하고자 할 때 한반도 평화의 길은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끝으로 “더 이상 과거의 비극이나 부끄러움에 머물지 말고 미래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과거에서 돌이켜야 한다. 원수같은 상대라도 용기있게 만나야 한다. 상대에 대한 최고의 존경심으로 상호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껄끄러운 상대의 언어나 행동에 상관없이 우리가 먼저 화해하고 용서하는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럴 때 한반도 평화, 희망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야곱이 에서를 대했던 자세를 남한(교회)이 먼저 북한에게 취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박명림 연세대 교수(평통기연 운영위원)의 ‘용서와 신앙, 화해의 실천-평화의 두 기둥’ 제목의 특강이 있었다. 박 교수는 남남 화해가 모든 남북 화해의 선결 과제이며, 교회간의 화해와 일치가 남남 화해의 선결 과제라고 강조했다. “교회가 일치하지 않고 화해하지 않는데, 어떻게 남북 화해와 남북 통일을 말할 수 있나. 남남갈등, 남남화해, 남남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데, 남한 진보가 종북좌빨이고 남한 보수가 보수꼴통인데 어떻게 북한과 화해하고 하나될 수 있는가. 교교관계(교회끼리의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데 어떻게 남남 화해가 있을 수 있나. 미국에서는 끈임없이 ‘one north, two south koreas'라고 말한다. 갈라진 남한과 북한, 어떻게 합칠 수 있나. 평화는 결속에서 나왔다. 평화는 자유, 기쁨과 같은 말이다. 교회 안에서 결속하지 않고, 교회 안에서 평화롭지 않은데 누구와 결속하고 누구와 기뻐하고 누구와 평화롭고 자유로울 수 있는지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예배에서는 <2016년 평통기연 광복절기념예배 기도문>도 발표됐다. 윤은주 사무총장은 “북한이 핵을 개발하고 이에 맞선다고 남한이 사드를 들여놓는 일은 우리 민족에게 재앙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두렵다”며 “군사력 경쟁을 부추기는 두려움의 짐을 벗고 사랑으로 헌신하도록 인도하소서”라고 기도했다. 다음은 <2016년 평통기연 광복절기념예배 기도문> 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