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직원들을 개인 비서처럼 부리는 의사들...

부산지검 특수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지난 6일 오후 '부산 의료계 리베이트 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장장 4개월에 걸친 이번 수사 결과, 부산지역 5곳 병원의 의사 28명이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줄줄이 적발됐다. 이 과정에서 몇몇 의사들이 제약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휘두른 횡포도 드러났다.

▲ 부산 검찰청

부산지검 특수부가 기소한 사람들 가운데 의사는 12명 이었고 이중 3명은 구속됐다. 기소된 의사 12명 가운데 7명이 복음병원 의사라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그 밖에 양산부산대병원 2, 부산의료원 1, 해운대백병원 1, 사하구 개인병원 원장 1명이 기소되었다.

기소된 복음병원 의사 7명 가운데 1명은 구속되었다. 구속기소 된 의사는 특정분야 수술로 유명한 A(53) 교수로서 20123월부터 올해 5월까지 43차례에 걸쳐 24000만 원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지법 장성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A 교수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범죄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부산지역 의약품 유통업체 Y사 대표 H(60·구속) 씨가 A(53) 씨 등 이 병원 의사 7명에게 최근 4년간 총 39300만 원을 의약품 처방 대가 리베이트로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H 씨는 거짓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수법으로 회사 돈 28억 원을 횡령해 처방 내용에 따라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낸 것으로 알려졌다. H 씨는 환자의 개인정보가 포함된 처방내역 29만 건을 제공 받아 이 중 10% 안팎을 리베이트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복음병원 의사 중 한 명은 H 씨 측에 "어제 갖다 준 게 계산이 잘못됐다"며 다시 계산한 금액을 문자메시지로 보낼 정도로 리베이트를 당연하게 받아왔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A 씨 외에 리베이트 로비 장부에 등장한 의사 가운데 리베이트 금액 등 혐의가 중한 의사들에게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과정에서 Y사 외에 또 다른 부산 지역 의약품 도매업체 몇 곳과 전국 유통망을 가진 특정 제약사가 복음 병원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넨 구체적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부산지검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의사의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SNS 대화 등에 따르면 일부 의사들에게 제약회사 직원은 개인 기사이자 비서였다. 식대 결제나 골프장 부킹을 부탁하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지난해 7월 대형병원의 한 과장은 제약회사 직원에게 새벽에 문자를 보냈다. "우리 누나 전번입니다. ○○아파트 입구에서 기다렸다 공항 수속하는 것 좀 도와주세요." 자신의 누나를 공항까지 태워 주고 수속까지 도와줄 것을 부탁한 것이다. "우리 아들이 ○○횟집에서 초밥을 먹고 있으니, 거기 가서 결제를 해 달라"는 모 대학병원 교수의 전화를 받은 한 외국계 제약회사 여직원의 일화도 등장했다. 지난해 11월 한 의사가 나눈 휴대폰 문자메시지에서는 "송년회는 , 신년회는 사가 해주기로 했다"'스폰서' 리스트가 나왔다.

일부 의사들은 비상식적인 심부름도 거리낌 없이 시켰다. 3월 한 제약회사 직원은 모 대학병원 교수로부터 "○○변비약 몇 통 부탁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부탁을 받은 제약회사 직원은 품절된 지 오래라 구하기 힘든 변비약을 일주일 만에 가까스로 구해 보내주었다고 한다. 또 다른 의사는 인터넷 랜선, 휴대폰 케이스, 방향제 같은 물건을 구해 달라는 문자를 수시로 보냈다. 2008년부터 3년간 부산의 한 의약품 유통업체 대표 D(56) 씨로부터 1억 원대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배임수재, 의료법 위반)를 받고 있는 양산부산대병원 교수 C(44·구속) 씨는 제약회사 측에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4년 동안 7000만여 원의 헌금을 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어느 교계 인사는 도대체 교회가 무엇을 가르쳤으며 어떤 사람을 기대한 것인지 보여주는 것 같아 참담합니다!”라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복음병원은 세무조사까지 받고 있다. 그러나 이번 세무조사는 리베이트 사건과는 무관하게 5년 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법인세무조사 차원에서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지검 윤내진 2차장 검사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간 약 13천억 원에서 27천억 원에 달하는 엄청난 금액이 리베이트로 누수 되고 있으며, 수 조원대 리베이트 비리는 고스란히 국민의 의료비와 보험료 부담 등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한다. 윤 검사는 "이번 수사를 통해 의사와 제약회사 직원 간 구조적인 갑을 관계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전국적으로 만연한 고질적인 의약품 리베이트에 대한 비리를 엄단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