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는 나의 건강을 유지하는 주요 방편이다. 우선 재미가 있다. 자기와 외롭게 씨름해야 하는 달리기, 걷기, 수영과는 달리 탁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 대신에 상대가 있어야 하고, 장소와 기구가 있어야 하는 제약도 있지만 아무 문제가 안 된다. 또 나이 들어도 즐길 수 있으며, 다른 운동과 달리 한 시간 남짓치면 온 몸이 젖어 샤워할 수 밖에 없어 책상에 오래 앉아 있는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이다. 부부간에 즐길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인 운동이기에 젊은 부부에게 권하고 있다.

나의 탁구 애호도는..? 그저 개인 탁구채와 공을 미국 올 때도 가방 속에 넣어 올 정도...! 미국에 있든 한국에 있든, 한 주간에 두 세 번 정도는 치려고 노력해 온다. 한국에서는 우리 교인 중에 상대자가 있고, 학생들 중에도 있다. 미국에선 칼빈대학교 대학원의 한국 유학생과 자주 친다. 그리고 이곳 탁구클럽에 가서 미국인들과 매주 한 번씩 즐기도 한다.

나의 탁구 실력은 ...? 대학생들이 쉽게 나에게 덤비지 않을 만큼 ...! 교단 목사 장로 대항전에서 소발에 쥐잡기로 단체 우승도 해 보았다. 그러나 부산시 교직원 대항전에는 몇 번 나갔지만 명함도 못 내밀었고... 이 곳 미국에서도 아주 잘 치는 사람에게는 어림도 없다.총장으로 대양주 총회에 갔을 때, 며칠 간 약 20 여명의 제자 목사들이 아무도 나를 못 이겼다. 그들은 호랑이 없는 산에 왕노릇한 나의 탁구를 '개탁구' [옛날식]라 하여 모두가 웃었다.

그 젊은 분들이 개탁구를 이기지 못함을 이상하게 여겼다. 그런데도 난 선수 출신에게는 아직 한 번도 이겨 본 일이 없다. 그 이유는 내가 기본기를 못 갖추었기 때문일 것이다. 개탁구로는 참탁구를 이기지 못한다. 그러니까 바둑도, 운동경기도, 악기도...기본기부터 잘 익혀야 한다는 말이 맞다. 마찬가지로 신앙생활도 정식으로 배우고 훈련받으라고 교인들을 가르친다.

또 꾸준히 하는 사람에게는 못 당하는 법이다. 4째 아들로부터 탁구채 명품을 어버이날 선물로 받아 즐기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제는 앤아버 [Ann Arbor]에 있는 큰 아들 [칫과 의사]이 휴가 차 와서 칼빈대학에서 또 한 번 겨루었다. 이 부자지간의 재래식과 국제식 대결에서 모두 내가 이겼다. 맏이의 스피드와 파워를 못 당하였는데 오랫만에 내가 이긴 것이다. 그는 그 동안 안 쳤고 나는 매주 지속적으로 쳤기 때문인 것 같다. 개탁구는 학위 공부할 때 건강을 위해 시작하여 귀국 후 좋은 탁구 동료들 덕택에 자주 즐길 수 있었다. 그 바쁜 총장 시절에도 밤 늦게나마 운동을 계속하였다. 그러니 서당개 삼 년에 풍월짓는 격이랄까? 신학생들에게 한 가지 주제를 꾸준히 연구하면 반드시 결실한다고 독려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래서 큰 건물의 모든 문은 그 중심과 연결되듯이 무슨 주제든 신학의 핵심과 연결되는 유익을 누리라고 타이른다.

그 외에 인내심도 개탁구에서 배운다. 한참 공을 주고 받으며 공격과 방어를 계속할 때는 서두르면 실수 한다. 종종 참지못하고 결정타로 득점하려다 오히려 실점을 자주 한다. 기회가 올 때까지 좀 더 참아야 하는데... 아쉽기 그지 없다. 그래서 학생들과 교인들에게도‘꾹 참아야 한다'고 타 이른다. 또 경기 중 나는 할 수 있는대로 물러서지 않으면서, 상대편의 허를 찌르려 한다. 즉 공을 받을 때 상대편이 예상못하는 방향으로 받아넘겨 반격이 쉽지 않도록 해야 하나 만만치 않다. 그 외에도 한 박자 빠른 기습 공격을 한다든지, 시간 차 공격으로 타임잉을 빼앗는 재미도 더러 맛본다.

개탁구로 1석 4조, 5조의 효과를 거두는 셈이다! 그 중에도 꾸준히 치는 이득이야말로 나도 놀랄 뿐이다. 무엇보다도 개탁구를 즐기도록 건강, 시설, 동료 등 모든 여건을 허락하신 주님 은혜가 감격스럽다. '오늘도 보약 한 첩 먹었다!'는 표현도 한다. 주님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이 개탁구를 계속 즐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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