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의 아침 단상

지난 109일은 570돌 한글날이었다한글날은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대한민국의 오대 국경일의 하나다.

이는 법률 제12915(2014.12.30)에 근거한 국경일에 관한법률로서, 1조에 의하면, ‘국가의 경사로운 날을 기념하기 위하여 국경일을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경일 가운데 제헌절은 법정 공휴일이 아니다. 한글날이 법률적으로 제정된 것은 1949년이라고 하니 벌써 미수(美壽)의 나이를 넘겼나보다. 오대 국경일 가운데 한글날만 우여곡절이 많았던 것 같다. 1991년에는 법정 공휴일에서 21년 간 제외되었다가 2006년에 국경일로 격상되었으며, 201212월에 다시 법정공휴일로 복귀되어, 2013년부터 시행되어 오고 있는 것이다. 한글날은 법률이 규정하는 국가의 경사로운 날이다.

한글날은 역사적으로 세종(朝鮮世宗, 1397-1450, 재위1418-1450) 대왕이 훈민정음(訓民正音)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로 알려지고 있다. 1443(世宗25)년 조선왕조 제4대 임금이셨던 세종(世宗)께서 한글을 창제하여 1446년에 반포한 것이라고 한다.

한글 창제는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한자와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우매한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 이를 딱하게 여기어 새로 28자를 만들었으니, 사람들로 하여금 쉬 익히어 날마다 쓰는데 편하게 할 뿐이다.(國之語音, 異乎中國, 與文字不相流通, 故愚民有所欲言, 而終不得伸其情者多矣, 予爲此憫然, 新制二十八字, 欲使人人易習便日用耳)라고 그 이유를 밝히고 있다.

한글은 일부 외국인들에게 배우기 어려운 언어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익히기가 쉽다는 우수성과 소리글자이기 때문에 자음과 모음을 잘 조합하면 세계 어떤 언어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대 8,778가지의 소리를 문자로 표기할 수 있다고 하니 거저 가슴이 뿌듯할 뿐이다. 한자(漢字) 발음 표기는 427 가지 소리가 가능하고, 일어(日語) 표기가 할 수 있는 발음 표기는 101 가지인 것과 비교하면, 한글의 우수성, 아니 한글은 가히 다른 어떤 언어와도 비교할 수 없는 탁월성을 지닌 것이라 말할 수 있다.

한글은 영어의 Mcdonald 원음 발음을 그대로 맥도날드라고 표기할 수 있다, 중국어는 같은 맥도날드를 마이땅라오’(麥當勞), 일본어는 마구도나르도’(マクドナルド), 영어 Starbucks는 한글로 스타벅스’, 중국어 발음 표기는 싱바커’(星巴克), 일본어는 슈타바쿠스’(スターバックス), 영어 Computer의 한글 발음 표기 역시 컴퓨터라고 표기할 수 있으나 중국어는 띠엔나오’(電腦). 영어 San Francisco의 한글 발음 표기도 샌프란시스코’, 중국어는 지우진산’(舊金山) 혹은 성푸랑시스커’(圣弗朗西斯科), ‘World Cup월드컵’, 중국어는 쓰제베이’(世界杯), 일본어 발음은 와루도갑뿌’(ワールドカップ)로 각가 표기한다. 중국어와 일본어가 영어 발음 원음 표기를 제대로 할 수 없는 것과는 달리 한글은 원음 표기 정확도가 100%이상이다.

특히 한국에서 기독교의 획기적 발전 요인 가운데는 여러 가지 요인들을 들 수 있지만, 그 많은 요인들 가운데 가장 우선적 요인을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한글일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한글은 성경번역에 가장 적합한 용어라고 말하고 싶다. 한글만큼 성경을 정교하고 완벽하게 번역할 수 있는 언어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소견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글은 구약성경 창세기1:1절에 기록된 엘로힘’(אֱלֹהִים)을 신학적 함의대로 하나님으로 표기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어 성경은 쌍띠’(上帝) 혹은 ’()이라 번역했다.

한글의 하나님은 유일하신 하나님(cf.17:3)을 표현하지만 중국어 쌍띠여러 신들 가운데 최고의 신이라는 뜻이다. 개신교의 중국 첫 선교사 로버트 모리슨(馬禮遜, Robert Morrison, 1782-1834)이 성경을 중국어로 번역할 때 가장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바로 중국어에서 엘로힘에 최적한 단어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리슨이 중국 문화를 존중하여 번역한 것이 쌍띠이다(이병길; 개신교의 중국 첫 선교사 로버트 모리슨, 1994,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한글 성경은 처음 스코틀랜드 연합장로교회 선교부(Scottish United Presbyterian Mission)의 중국 하얼빈(哈尔滨) 선교사 존 로스(John Ross, 罗约翰, 1842-1915)가 중국어 성경에서 번역, 1887년에 출판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독교 선교의 원칙은각 사람이 난 곳 방언(2:6, 8)으로 복음을 전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처음부터 사도행전 원칙에 의하여 발전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원칙이 적용될 수 있었던 근거가 바로 한글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570년 전부터 우리의 문자, 그것도 우리의 독창적인 문자를 활용한 문화 민족이라는 자긍심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이것은 곧 우리의 자랑이자 문화적 주체를 이룰 수 있었던 한글에 대한 긍지이기도 하다.

한글은 창제 약600년 만에 이제 세계인의 언어가 되었다.

아직 국제 공용어로는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2014년 전 세계 97개 국 1,143개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1,224개 국 해외 초··고등학교에서 한국어 반을 개설 운영 중이라고 한다. 한글은 이제 우리 문화를 전 세계에 자랑할 만한 한국인 주체언어가 되었다. 전 세계 태권도수련인구 8,000만 명 시대에 한글은 태권도 품새에서 세계인의 정신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우리말을 아름답게 다듬고 곱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일제 식민지 잔재 어에서 우리말의 순도(純度)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아직도 법조계의 전문용어, 군대, 심지어 국회, 사회 등 일각에서 언어적 식민지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설교자들이 사용하는 단어에도 식민지 잔재어가 여과 없이 활용되고 있는 점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설교자는 하나님 나라의 소식을 전하는 영적인 아나운서로서 격조 높은 어휘와 단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설교에서 일제의 식민 잔재 어를 순화시켜야 한다.

일제 식민 잔재어가 무의식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이를테면 유치원’(幼稚園, 요지엔ようちえん), ‘결혼’(結婚, 게꽁 けっこん), ‘축제’, ‘기라성’, ‘쓰나미’, ‘호우’, ‘누수’, ‘마후라’, ‘수순’, ‘찌라시’, ‘엑기스’(Extract), ‘행선지’, ‘인수인계’, ‘회람, 아직도 우리 일상생활에 식민 잔재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외래어와 일제 식민 잔재 어는 확연이 다르다. 우리말 표기가 어려운 것은 원음대로 발음하게 한 것이 외래어라고 하면, 식민 잔 재어는 굴욕적인 용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개역개정성경에 의하면, 영어의 ‘marry’라는 같은 단어를 두고결혼(19:14)혼례(2:1)로 번역한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의 전통적 용어는혼례혹은 혼인이 맞고,결혼이라는 말은 일제 식민 잔재의 번역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국민’, ‘민족이라는 단어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국민이라는 단어는 일제 식민시절의 황국신민’(皇國臣民)이 연상되기 때문이고, ‘민족은 다분히 이념적이고 정치적 색채가 묻어있다는 선입감 때문이다. 같은 선조의 후손을 뜻하는 겨레’, ‘동포라는 말이 정서적으로 더 정감을 느끼게 한다. 독립 운동가들은 겨레’, ‘동포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이해한다.

원래 한문의 ’(, people)자는 임금()과 관리()의 대칭어로서, 계급사회의 최하위 구성단위, 군주에 종속된 신하나 종’(漢典)을 가리키는 말이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자를 주체로 하는 사회 구성단위이기도 하다. ‘자는 갑골문자에서 한 쪽 눈을 형상화한 글자이다(象形字典). 말하자면 전제 군주 시대에 은 종과 노예로서 눈먼 사람이라는 뜻이었을 게다. 고대 중국어에서 과 동등한 백성을 일컫는 라오바이싱’(老百姓)귀족에 대한 총칭으로서 존칭어에 해당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백성()은 종속 개념의 눈먼 종이나 노예가 아닌 주권자이다. 이런 주권자를 정치적 수사로써 국민 여러분!’이라고 하는 말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을 느낀다. 민주주의가 정착된 미국의 정치 지도자들의 연설은 국민’, ‘민족도 아닌 레이디스 젠틀맨!’(Ladies, Gentlemen!)이라는 말로 시작된다. 이와 유사한 우리말은 없을까?

전 세계 인류가 사용하는 6,900종 언어(EFILC)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프랑스어, 독일어, 아랍어, 영어, 이탈리아어라고들 하지만 한글 보다야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대지의 작가 펄벅(P. S. Buck, 1892-1973) 여사는 한글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훌륭한 글자라고 호평하고, 세종대왕을 한국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는 말로 극찬했다고 한다. 미국의 언어학자 레어드 다이어몬드(Reeodeu Daieomoneu)세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문자’, ‘간결하고 우수하기 때문에 한국인의 문맹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라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의 언어학자 F. 보스(F. Vos) 교수는 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알파벳을 발명했다라고 감탄했다.

이렇게 세계의 석학들이 극찬하는 한글을 우리 스스로 다듬고 소중하게 가꾸어 후손들에게 아름다운 유산으로 전승해야할 책임이 있다. 요즘 SNS에서 무차별 통용되고 있는 저속한 용어들은 우리의 국격과 문화를 저급하게 만들뿐 아니라 인성마저 거칠게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글로써 대한민국을 돋보이게, 세계를 아름답게 꾸밀 문화인으로 더욱 발전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아 한글 발전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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