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헌옥 목사 /편집인

도나개나라는 말이 있다. 윷놀이에서 도,개,걸,윷,모 중에 도나 개는 너무 자주 나와 하찮다는 말이고 아무나 던져도 도나 개 정도는 나온다고 쓰이는 말이다. 그것의 표준어는 도나캐나이다. 그 뜻은 아무나’, 혹은 하찮은인데 경상도의 된 발음으로 되나깨나라고 한다. 작금 대한민국을 거대한 소용돌이에 빠지게 한 최순실의 이름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최태민 목사라는 이름이 따라 나온다. 그런데, 결론적으로 최태민은 목사가 아니다. 정말 되나깨나 목사 이름을 붙이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정윤회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다가 그는 강원도에 유배 아닌 유배(?)로 잠적하고부터 잊히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 것은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면서이다. 그러나 이번엔 그가 주인공이 아니다.

1886년 개교하여 13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화여자대학교를 발칵 뒤집어 놓은 승마의 정유라는 오히려 조연이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눈시울을 붉히며 국민 앞에 사과하게 만든 주인공은 최순실이었다. 언론보도를 보면 박대통령을 움직이는 손은 최순실이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녀의 아바타 정도였다. 이는 참으로 생각하기조차 싫은 대한민국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그 최순실이 최태민 목사의 다섯 번째 딸이라는 것을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실상을 알지 못하는 대다수 국민들은 또 목사야? 하는 반응들이 나오고 있어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최태민은 목사가 아니다. 누가 그에게 목사 호칭을 주었는가?

최태민을 추적하니 그는 정말 변화무쌍한 사람이었다. 1912년에 황해도에서 태어나 출생시에는 최도원, 월남 후에는 최상훈, 부산에서는 최봉수, 법명은 최퇴운, 천주교 세례명으로는 공해남, 신내림 후 최방민, 60세 이후 최태민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일본 경찰에 투신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지만 산속에 들어가 중이 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서 천주교회에 들어갔다. 그는 불교와 천주교, 그리고 천도교를 종합하여 영세교(?)를 창시하였다. 그는 영혼합일법을 주장하면서 소위 병고침의 기도를 시작하여 많은 신도들을 모았다. 그는 때때로 빙의를 하는 일종의 무당이었고 그런 부류의 한 교주가 된 것이다. 그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이지 목사가 아니다. 승려의 자격은 있을지 모르나 목사의 자격은 아무데서도 검증받지 못했다. 그가 나온 신학교도 없고 목사 안수를 한 교단도 노회도 없다.

그는 자신의 이력서에 19454월 대한예수교장로회 종합총회라는 곳을 통해, 목사라는 호칭을 얻었다고 하지만 유령 단체이다. 그런 교단은 존재하지도 않았고 현재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그가 목사라는 호칭을 얻었을까?

1974, 육영수가 문세광의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난 뒤 극도의 멘붕에 빠진 박근혜에게 최태민이 한 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죽은 육영수가 꿈에 나타나 '내 딸 근혜가 우매하니 가서 그녀를 도우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근혜가 최를 청와대로 초청했고 어머니 육영수의 죽음으로 엄청난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는 박근혜 앞에서 최태민이 육영수의 영혼에 빙의되었다며 그녀의 표정과 음성을 그대로 재연했다. 이것을 보고 놀란 박근혜가 그를 신령스런 존재로 보면서 대한구국선교단을 조직하였고 최태민이 총재의 자리에 앉으면서 그때부터 목사라는 호칭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대한구국선교단은 구국봉사단을 거쳐 새마음봉사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박근혜는 최태민에게 정신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빚을 진 셈이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이상한 방식으로 목사라는 호칭을 달고 행세하다가 물의를 일으켰던 최태민을 목사라고 호칭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칭 목사가 된 가짜 목사라고 하든지 영세교 교주라고 하든지 해야 한다. 목사는 그렇게 함부로 붙일 이름이 아니다. 목사는 아무나 하나. 언론이라고 손쉽게 정말 되나깨나 목사라는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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