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인천행 전철을 탔다. 마침 자리가 있어 느긋하게 오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추위에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운동 나오려면 아마도 많이 망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가는 도중을 운동삼아 걸어서 간다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보 쯤 걷는 거리의 시작점은 어디쯤일까 네이버 지도상으로 찾아보다가 소사에 내려 부천, 중동, 송내, 부개역 등 5개 역을 지나는 도보를 한다면 만보가 충분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순간 “다음 역 소사”라는 방송이 나오기에 자리에서 총알같이 튀어 올라 역을 빠져 나왔다.

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김종민 목사(어울림교회 담임)의 작품이다. 4영리를 이슬 속에 담았다. 김목사는 이 사진이 전도지에 사용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보무도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부천역을 막 지나려는 순간이었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한 여인이 내 앞으로 턱 다가서더니 갑자기 뭔가 내미는데 초코파이였다. 건네면서 큰 소리로 “예수 믿으세요”한다. 순간 나는 움찔하면서 한 1,2초간 고민했다. 얼씨구나하고 받으면 전도용품 하나를 그냥 없애는 것이 되고 사양하자니 복음을 거절하는 것 같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다. 믿는다고 하면 어떨까 하는데, 초코파이가 내 손에 닿는다. 그 순간까지 초코파이를 양심껏 받으면서 상응하는 보답이 없을까 정말 고민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온 말이 “뭐라고요?”였다. 조금은 시비조로 말을 건넨 것이다. 다른 사람이 관심을 기우리도록 일부러 그랬다. 그런데 이 부인은 하나도 기죽지 않고 다시 꼭 같은 말로 “예수 믿으세요.” 한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뭘 믿어요?” 그랬더니 그 부인은 스타카토로 또박또박 “/예/수 /믿/으/라/고/요.”한다. 내친김에 또 “예수가 누구요?”했더니 박자 맞추어 “하나님의 아들이에요” “왜 믿어야 하는데요?” “예수 믿어야 구원받고 천국갑니다.” “아 네...."

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장창성 집사(온누리교회)의 작품이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외국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피켓을 들고 묵묵히 전도하는 모습을 담았다.

돌아서 가려는 그 부인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수고 많으십니다. 샬롬!” 그 부인은 아주 밝은 미소를 띠고 다음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예수 믿으세요.” 그 목소리는 더 당당하였고 성령충만해 보였다. 등 뒤로 점점이 멀어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용기 없는 목사보다 저런 전도자를 두신 하나님은 오늘 참 행복하시겠습니다.”하니 “요놈아 그 행복을 너에게도 조금은 나누어 줄 게.”하는 것 같아 돌아오는 길은 아스팔트가 스펀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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