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인천행 전철을 탔다. 마침 자리가 있어 느긋하게 오고 있는데, 갑자기 이런 추위에 집에 들어갔다가 다시 운동 나오려면 아마도 많이 망설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가는 도중을 운동삼아 걸어서 간다면 좋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만보 쯤 걷는 거리의 시작점은 어디쯤일까 네이버 지도상으로 찾아보다가 소사에 내려 부천, 중동, 송내, 부개역 등 5개 역을 지나는 도보를 한다면 만보가 충분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 순간 “다음 역 소사”라는 방송이 나오기에 자리에서 총알같이 튀어 올라 역을 빠져 나왔다.
그리고 보무도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부천역을 막 지나려는 순간이었다. 중년쯤 되어 보이는 한 여인이 내 앞으로 턱 다가서더니 갑자기 뭔가 내미는데 초코파이였다. 건네면서 큰 소리로 “예수 믿으세요”한다. 순간 나는 움찔하면서 한 1,2초간 고민했다. 얼씨구나하고 받으면 전도용품 하나를 그냥 없애는 것이 되고 사양하자니 복음을 거절하는 것 같아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다. 믿는다고 하면 어떨까 하는데, 초코파이가 내 손에 닿는다. 그 순간까지 초코파이를 양심껏 받으면서 상응하는 보답이 없을까 정말 고민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온 말이 “뭐라고요?”였다. 조금은 시비조로 말을 건넨 것이다. 다른 사람이 관심을 기우리도록 일부러 그랬다. 그런데 이 부인은 하나도 기죽지 않고 다시 꼭 같은 말로 “예수 믿으세요.” 한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뭘 믿어요?” 그랬더니 그 부인은 스타카토로 또박또박 “/예/수 /믿/으/라/고/요.”한다. 내친김에 또 “예수가 누구요?”했더니 박자 맞추어 “하나님의 아들이에요” “왜 믿어야 하는데요?” “예수 믿어야 구원받고 천국갑니다.” “아 네...."
돌아서 가려는 그 부인의 귀에 이렇게 속삭였다. “수고 많으십니다. 샬롬!” 그 부인은 아주 밝은 미소를 띠고 다음 사람에게로 다가갔다. “예수 믿으세요.” 그 목소리는 더 당당하였고 성령충만해 보였다. 등 뒤로 점점이 멀어지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용기 없는 목사보다 저런 전도자를 두신 하나님은 오늘 참 행복하시겠습니다.”하니 “요놈아 그 행복을 너에게도 조금은 나누어 줄 게.”하는 것 같아 돌아오는 길은 아스팔트가 스펀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