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아침, 강상연 자매님의 친정 부친께서 별세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동대구역 옆에 있는 파티마 병원으로 가기 위해서 경북대학교 옆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경북대학교 표지판을 보는 순간, 30년 전 일이 생각났습니다. 경북대학교를 지나 파티마 병원으로 가는 동안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오르고 저도 모르게 눈가가 젖고 말았습니다.
     그 때, 경북대학교 뒤편에는 크지 않은 기도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유방암으로 고생하시다가 그 기도원에서 마지막 날들 대부분을 보내셨습니다. 어머니는 결혼 전에 천주교에서 신앙생활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혼하신 후 한 번도 천주교회에 가신 적이 없었습니다. 물론 교회당에도 가신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셨던 어머니가 모든 것이 손에서 모래처럼 빠져나간 듯한 시점에 빈손 들고 예수님의 십자가를 붙드셨습니다.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하나님의 사랑 받는 딸이 되신 것입니다. 어머니는 지금의 저보다 젊은 나이에 하나님의 나라로 가셨습니다. 하지만 그 어머니께서 아버지 하나님의 나라에 가신 것을 생각하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어머니가 기도원에 계실 때, 저는 부산에서 공부하는 중이었습니다. 그것을 핑계 삼고 자주 찾아뵙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얼마나 후회가 되는지 모릅니다. 지금 만약 이 곳에 계신다면 그 때보다는 좀 더 자주 뵙고, 좀 더 자주 어머니라고 부르고...생각하면 할수록 하나님께 부끄럽고 어머니께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해가 지면 아이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가 기다리는 자기의 집으로 갑니다. 천국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인생의 해가 저물면 돌아가야 할 따뜻하고 평화로운 집과 같은 곳이지요. 저는 언제부터인가 천국에 대해서 생각할 때마다 어머니를 그리게 됩니다. 천국에 가면 저는 어머니 품에 안겨 실컷 울고 싶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가을 운동회 때, 달리다가 넘어진 저를 어디선가 달려와서 일으켜 세워주셨던 어머니의 그 손을 한 없이 만져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를 업어드리고도 싶습니다.
     제 나이 쉰을 넘겼는데도 어머니가 그립습니다. 아, 어머니. 그리운 나의 어머니.
     (200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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