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본부의 인사파동 예사롭지 않다-

지난 2일 금요일 본보에 게재 된 고신 소식 중에 충격적인 기사가 하나가 있었다. 고신의 역사에서 별로 들어볼 수 없던 소식이다. 한마디로 ‘사건’이 터진 셈이다. 코닷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사건 발생 일주일 전, 총회 인사위원회가 본부에서 열렸다. 몇몇 총회 기구의 최고 책임자급 인사들의 보직을 순환시키는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모임이었다. 지난 66회 총회가 총회 기구에 근무 중인 자들을 순환시키도록 결정하였으므로 그 결의를 시행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인사위원회는 예상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누가 인사안을 발의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격론 끝에 상정안이 부결되었다. 인사위원회는 총회장 배굉호목사, 부총회장 김상석목사와 이계열장로, 서기 권오헌목사, 회계 우신권장로, 사무총장 구자우 목사 등 외부 인사는 없이 총회임원 6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부총회장 두 사람 외에는 이미 지난해에 함께 사역을 한 처지라 충분히 쉽게 교감할 수 있는 분들이다. 그런데 어떻게 인사안이 부결되었을까?

 

순환근무제 시작도 못하고 혼란 속에?

부결 된 소식은 순식간에 교단내로 퍼져나갔고, 인사안과 부결과정에 의문이 제기하기 시작하였다. 총회장이 주도하는 순환보직 인사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좌초될 수 있었는지, 거부된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본보의 기사는 업무의 효율성과 전문성에 역행하는 보복성 인사라는 이유 때문에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실패로 끝났다고 보도하고 있다.

보도내용이 사실이라면, 제안자가 총회장이나 사무총장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런 분들이 어떻게 기본적인 내용조차 확인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는 말인가? 우리는 여기서 이번 인사의 문제점과 함께 총회의 기구들의 개혁문제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인사위원회의 인사가 너무 서툴다.

이번 사건은 인사위원회가 인사안을 마련하면서부터 배태된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인사를 거꾸로 진행한 느낌이다. 총회 행정기구의 중요한 인물들에 대한 인사를 하려면, 6인의 위원들이 먼저 각 기관이 검토한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업무 능력이나 태도를 검토했어야 한다. 그런 다음 위원들이 각 기관과 인사의 필요성에 대한 합의를 거쳐 인사 대상자를 선발하고 배치하는 작업을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정확하게 알 수는 없으나 각 기관과 아무런 사전 합의과정이 없었던 것 같다. 이 과정은 인사가 미리 알려지는 것 때문에 생략했을 수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세 시간 반 가량 이나 논란만 하다가 결국 각 기관에 인사를 맡기도록 했다는 것은 인사위원회가 너무나 안이하고 즉흥적으로 이 일을 하려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사실상 총회인사위원회가 인사권을 포기한 비정상적인 사태로 볼 수 밖에 없다.

 

순환근무는 이루어져야 한다

이날 인사위원장이 “금년 9월 제66회 총회에서 순환보직이 결정되었고,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직무유기임으로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다수 위원들이 이런 주장을 반대한 것이 아니라 제출된 인사안을 반대하였다고 한다. 인사안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안이며, 공정하지도 않다는 위원들의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

이번 인사는 재무국장, 은급재단 국장, 출판국장, 편집국장 등 4명이 관련된 인사이다. 여기서 가장 전문적이라고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마도 편집국장일 것이다. 그러나 언론사는 독립기구여서 순환보직에 포함되지 않는다. 만약 편집국장을 교체하려면 신문사 내의 직책으로 해야 하고, 현직자가 업무상 문제가 있어 합당치 않다면 명예퇴직 등의 방법으로 인사를 해야 할 것이다.

출판국장의 운영능력에 문제가 있고, 재무국장은 한 자리에 너무 오래 근무하고 있어서 자리를 바꾸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돈을 만지는 사람은 누구든지 장기적으로 한 곳에서 일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교회들도 회계를 2년 이상 맡기지 않는다. 따라서 순환근무는 필수적이다. 한 번 실패했지만 인사위원장은 총회의 결의를 살려야 하고 원칙과 질서를 따라 순환근무제를 확립시켜야 한다.

 

인사는 적절하고 공정해야 한다.

인사는 업무의 성적에 따른 평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총회의 기구가 구제기관이 아니다. 갈 곳이 없다거나 보낼 곳이 없어 2천 교회를 위하여 섬겨야 하는 자리에 아무나 눌러있게 해서는 안 된다. 공직사회는 잘못한 일이 있는 사람을 사표부터 받지 않는다. 잘못을 가려 징계한 후에 적절하게 처리한다. 그런데 우리 기관에서는 어떻게 징계대상자가 승급대상자가 되는가?

더구나 무슨 일로 몇 개월 동안이나 근무를 하지 않은 직원도 있다는데 이게 어찌 가능한 일인가? 사무총장은 이런 사정을 인사위원장인 총회장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당시에 적절한 조처를 했어야 한다. 어물어물하다가 그냥 사표만 받는 것도 합당한 인사관리가 아니다. 인사위는 직원이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이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의무도 있는 게 아닌가?

더욱이 인사는 직원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누구든지 너무 오랫동안 한 자리에 근무하게 하여 조직을 경직시키고 발전을 방해하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 조직이 활발하게 움직이려면 적절한 때에 적절한 인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재정을 다루는 자리는 반드시 순환근무가 필요하다

사람이 한 자리에 너무 오래 있으면 돈의 흐름과 그 흐름의 빈틈을 잘 알게 된다. 그리고 평소에 출장이 잦은 사무총장 관할 하에 있는 총회 기관들의 운영은 자연히 허술할 수밖에 없어 문제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본부 직원 가운데는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나온 재정통도 있다고 하니, 재정 사용 구조를 새롭게 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 누구도 마음대로 재정을 사용할 수 없고, 총회의 재정 사용은 교통비 지급부터 정액제가 아니라 쓰는 만큼 지불하고 남은 돈은 반납하는 풍토를 만들어 가장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신언론사도 비판의 기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기독교보의 주간을 사무총장이 맡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기독교보가 아무리 총회의 기관지라고 해도 어느 정도 언론의 비판기능을 살리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교회가 건강해진다. 총회의 직원인 사무총장이 언론에 개입하는 것은 비판기능을 원천적으로 막는 일이어서 상식에도 못 비치는 일이다. 더구나 사실보도까지 질책한다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이 다름없다. 그리고 인사를 통해 언론을 제재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면 이는 더욱 말도 안 된다.

그렇다고 우리가 고신언론사의 인사이동 등을 반대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언론사도 적절한 인사이동을 통해 조직의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금년 총회 구호가 <응답하자! 교회 개혁>이다. 총회본부부터 모범을 보여야 한다. 잘못을 묻어두고 외치는 평화는 거짓 평화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낡은 행태는 바꾸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인사위원회의 위원 중 한 사람인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말들이 많다. 총회장이 좀 더 세밀하게 챙기고 준비하여 총회본부를 쇄신하고 일관성 있게 개혁적 조치를 취해주기를 바라며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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