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트리 이제 추억 속으로?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요즈음은 교회당에도 성탄 트리가 잘 안 보인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신학적인 문제 때문일까? 아니면 경제적인 문제 때문일까? 사회 분위기 탓일까?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어도 성탄절 분위기를 느끼기는 힘들다.

이런 성탄절 분위기는 사월 초파일 온 시내에 연등이 달리고 동네 입구 마다 요란한 장식들이 넘쳐나는 것과 비교되는 것은 왜일까? 어린 시절 이맘때면 선생님들과 함께 예배당 성탄 트리 한다고 방과 후에 교회에 모여 반짝이도 사고 색종이도 접고 하면서 성탄트리 장식을 하던 기억이 난다.

용인서부경찰서 성탄트리 점등식 전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하심을 기뻐하며 즐거워한다는 신학적 인지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부르며 성탄의 기쁨을 마음껏 누렸던 추억이 있다. 이런 추억이 필자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지난 2일 용인서부경찰서에서 작은 성탄 트리 점등식이 있었다. 열방쉐마초등학교 학생들이 참여해서 찬양도 하고 안병만 목사(열방교회 담임)가 복음도 전했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식을 위해 경찰관들도 다수 참석했다. 안 목사는 성탄절의 의미를 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했다. 용인서부경찰서 박주진 서장은 인사말을 통해, 어린 시절 교회는 안다녔지만, 동네 교회의 선교사님들이 만들어 놓은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세상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박 서장은 그 이후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면서 막연하지만 ‘착하게 살아야지, 사랑하며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책임자로 있는 경찰서에 성탄 트리를 밝힐 수 있어서 고맙다며 거듭 인사를 했다.

말씀을 듣고 있는 경찰관들

필자가 목회를 시작했던 20년 전만 해도 이런 행사들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에는 보기 힘든 광경이 되었다. 트리 점등식에 참석한 쉐마초등학교 학생들은 경찰서에서 목사님이 설교 하고 기도 하는 장면에 충격을 받았나 보다. “경찰서는 죄인을 잡아 가는 곳인데 목사님이 이렇게 설교해도 되나요?” “경찰 아저씨들 보면 괜히 고개를 숙였는데 이제 그렇게 안 해도 되는 거네요!” 아이들의 말을 들으며 ‘우리의 신앙이 공적 영역에서 점점 더 축소되어 사적 영역에 갇혀 버린 것은 아닌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이들은 교회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을 경찰 아저씨들에게 전달하고, 재잘 재잘 떠들며 성탄 트리의 작은 추억을 만들었다.

성탄절을 맞이하며 비록 성탄 트리는 축소된다 할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과 성경의 가치관은 경찰서를 넘어 모든 공적 기관과 사회 전반에 아름답게 빛나기를 소원해 본다.

안병만 목사(좌)가 박주진 서장에게 아이들이 준비한 작은 선물(간식)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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