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악스러운 정치인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요즘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모진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가졌던 남다른 권위, 진실한 정치인이라고 여겨지던 순전성이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습니다. 90% 이상의 국민에게 그는 더 이상 대통령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의 정치인생은 끝이 났고 그에 대한 평가는 역대 최악입니다. 그런 박대통령을 떠나지 않는 한 사람이 이정현대표입니다. 무너져 내리는 배의 선장으로서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사람들의 고함소리에 동요하지 않습니다. 깨어지려는 배의 선장이 자기만 살자고 뛰어내리는 것은 비겁한 것이라며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같은 당 내에 살면서 당대표를 인정하지 않고 비상시국회의라는 모임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당을 이끕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대표에 대하여 잘 들어볼 수 없는 어휘인 ‘그악스럽다’는 말로 평가합니다. ‘그악스럽다’는 말은 사전에서 “(사람이나 그 성질이)사납고 모진 데가 있다.” 혹은 “(사람이나 그 성질이)억척스럽고 부지런한 데가 있다.”라는 뜻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까 이 대표는 ‘끈질기고 억척스러운’ 긍정적인 면이 있으며 동시에 ‘보기 사납고 모진’ 부정적인 데가 있다는 말이 됩니다. 국민일보 전정희 선임기자는 12월 2일자 신문에서 ‘이상하리만치 크리스천 권력 엘리트들에게 그악스러운 면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그것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10월 초 정세균 국회의장이 행한 행동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을 한 것이라며 단식에 들어간 이정현 대표는 그 현장에 성경책을 놓아두어 자신의 정치적 신념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천하에 공개하였습니다. 11월 24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는 전날 추미애 야당 대표가 광주에서 행한 연설을 거론하면서 “예수를 부인하는 유다가 되란 말인가”라고 말하여 박근혜 대통령을 예수님으로 표현했다는 비난의 소리를 듣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신앙화 된 신념’을 가진 이 대표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매우 불편합니다. 그의 말을 매우 부당하게 여기며 ‘그 훈계는 상식조차 되지 못한다’고 비판합니다. 국민의 분노 앞에 선출직 국회의원이며 집권당 대표가 성경을 이용해 대통령을 방어하려 하는 데 대하여 분노합니다. 신앙인 이정현은 위와 같은 행동을 통하여 하나님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음을 국민 앞에 드러내었습니다. 그렇다면 ‘하나님 앞에서 율법을 듣는 자가 의인이 아니요 오직 율법을 행하는 자라야 의롭다 하심을 얻는다’(롬 2:12)는 말씀을 실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습니다.

신앙과 정치의 성공적인 병행의 길은?
신앙인으로 대한민국에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거짓과 술수가 만연하고 술판으로 뒤 덮인 접대문화가 지배적인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성경을 표준삼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정현대표가 가는 길이 어떤 성향의 사람들에게 바르게 보이지 않을지 모르지만, 정치인으로서는 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일 수 있습니다. 바른 정치, 선한 정치를 위해서는 참되고 정직한 신앙인이 나서야 한다는 전제가 성립합니다. 그러나 모든 정치적 행위가 선한 일일 수 없고, 정치의 목적이 국민의 행복이라고 하면서도 사실은 철저하게 권력을 추구하는 행동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어느 순간 신앙을 버리고 사람의 계산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성경적 가치로 세상이 다스려져야 한다는 영적 열망과 권력추구에 모든 것을 거는 세속정치의 현실 앞에서 어떻게 신앙과 정치를 연결하고 단절해야 할지, 우리의 고민과 기도는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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