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학 선교사 은퇴식에 부쳐-

마른 억새가 되어

-배성학 선교사 은퇴식에 부쳐-

 

원작- 정태호 장로(시인, 열방교회)

개작- 박은주 선교사(KPM멤버케어원)

 

첫 눈이 내린다는 소설이 지나서 억새밭을 걷다가

하얀 꽃눈들이 바람에 다 떨려 나가고

빈 꽃대들만 앙상하게 남은 모습들을 본다.

 

그래도 마른 잎들의 모습에서

지난여름 무성하게 자라던 억새의 늠름한 기상을 느낀다.

 

한여름의 기운을 한껏 받아 무시로 자랄 때는

낫으로 베기도 어렵던 그 기세가

이제는 추억이 되어 낭만으로 흐른다.

 

우리도 억새처럼 억척스럽게 성장하던 때 있었노라.

그 때는 무서울 것이 없었노라.

낯선 땅, 낯선 사람들, 물설고 낯설던 이방나라..

열사의 사막도 울울창창하던 밀림의 위협도

우리는 결코 두려워하지 않았노라.

 

하나님이 함께 하시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버티고 참았노라.

 

대만을 필두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오대양 육대주를 향해 나아갔고

해 뜨는 데부터 해 지는 데까지

모든 민족 모든 열방이 예수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고

찬송하는 그날을 보기위해

온갖 의지를 불사르던 청춘이 꿈틀대던

그 숱한 날들!

 

복음의 씨를 뿌리고

숱한 밤 헤이며 기도하고 땀 흘리고 수고해보아도

손에 잡히는 것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열매도 기대할 수 없어

답답한 가슴 되어 눈물조차 말라버린

신음으로 부르짖던 시간들..

우리들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은 미국 다음으로 선교사를 많이 보내는 선교강국은 되었지만

우리가 이룬 성과가 아직은 제대로 평가도 못 받는데

계절은 흘러

찬바람이 불고 눈발도 흩날린다.

조금 지나면 얼음도 꽁꽁 얼겠지.

 

그래도 우리는

마른 억새가 되어

추억을 안고 낭만을 노래할거다.

우리가 뿌린 씨앗이 새로 돋아나

우리의 모습을 가려 줄 그 계절까지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지킬 것이야.

비록 꽃은 떨어졌을지라도.

 

◆은퇴하는 배성학 선교사(부인: 이정옥 선교사) 약력

1946년 8월 2일생(만 70)

동아대학교(BA)

고려신학대학원(M.Div) 39회

Faith Seminary 브라질 분교(Th.M)

1985년 9월 19일 브라질 파송 선교사(만 31년 사역)

브라질 쌍파울로 현지인 선한목자교회 담임목사

밀알장애인 선교

2016년 12월 31일 선교사 정년퇴임

 

왼쪽에서 두번째 배성학 선교사와 이정옥 선교사 (2015년 7월 4일 배성학선교사 둘째 아들 배진 전도사의 결혼식에서)

배성학 선교사는 KPM 선교사로서 몇 년 전에 뇌졸증으로 쓰러져서 투병하면서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역을 잘 감당해 왔다. KPM멤버케어원 이정건 선교사는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존경받는 선교사 가운데 한 분이라고 전했다. 배 선교사가 뿌린 씨앗이 새로 돋아날 그 날을 바라보며 배 선교사의 은퇴를 축하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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