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군기를 앞세운 임진왜란

이청길 선교사(동경성서교회)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를 비롯한 남부지방에 있는 수많은 기리시단(카토릭신자) 영주들과 교인들이 임진왜란에 동원되었으며 또한 선교사 신부들도 종군 사제로 전쟁에 함께 동참하게 되었다. 일본은 조선에 사신을 보내어 중국 대륙의 명나라를 치려고 하니 길을 비켜 달라는 구실로 전쟁을 일으킨다.

임진왜란은 임진년 1592년 4월 14일에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가 선봉 장군이 되어 십자가의 군기를 든 20만 대군을 이끌고 부산진성을 함락한 후 동래읍성으로 진군한 침략 전쟁으로 시작되었다. 임진왜란은 우리 민족 역사가운데 선조들의 한이 서린 가장 참혹하고 비극적인 전쟁임을 기억한다. 이와 같은 전쟁을 카토릭 교회와 일본의 권력자들의 야욕을 위하여 저지른 만행이라는 사실에 우리는 더욱 참담함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임진왜란이란 역사적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선봉대장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가토 키요마사(加藤淸正)를 생생하게 기억할 것이다.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기리시단 장군으로서 종군 신부를, 가토 키요마사(加藤淸正)는 불교인 장군으로 종군승려를 대동(帶同)하고 침략전쟁을 함께 수행했다는 사실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임진왜란에 참여한 40여명의 장군들 가운데 25명이 기리시단 장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잔인한 전쟁을 무슨 기도와 불공을 드리면서 수행할 수 있었는지 참으로 궁금한 일이기도 한다.

종군승려 교낸(慶念)이 임진왜란의 참상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역사상 이처럼 참혹한 전쟁이 없었다. 약탈과 살육 후 이들은 집에 불을 지르니 검붉게 타오르는 불꽃과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조선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온 마을을 뒤덮었다. 산 사람, 죽은 사람, 어린아이, 노인, 여자 할 것 없이 닥치는 대로 귀를 자르고 코를 베니 길바닥은 온통 피바다가 되었다. 귀와 코를 잘려 피투성이가 된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에 산천이 진동했다. 이들은 조선 사람들의 머리, 코, 귀를 대바구니에 담아 허리춤에 차고 다니면서 사냥했다. 아비규환(阿鼻叫喚),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임진왜란 때에 일본군들이 십자가군기를 앞세우고 닥치는 대로 살육한 현장을 기록한 내용이기에 우리의 가슴을 더욱 서늘하게 한다.

일본군들은 머리 대신으로 코와 귀를 베어서 전리품으로 일본 본토에 보내어 전공(戰功)을 자랑하는 만행을 저지렸다. 지금도 일본 교토(京都)에는 12만6000명 분의 코와 귀가 묻힌 귀무덤(耳塚:鼻塚)이 실존하고 있기에 역사적인 비극을 교훈하고 있다.

카토릭 예수회 선교사인 루이스는 일본사의 기록을 마지막으로 이렇게 남기고 있다.

“이리하여 7년에 걸친 조선전쟁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이 전쟁은 우리(왜인) 천주교도들의 커다란 노고와 비용 지출 위에 지속되어 왔던 것으로 천주교도 영주들에게는 자신의 영지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다는 유리한 측면도 있다. (중략)

하느님은 진실로 선하신 분이므로 성스러운 주님의 영광을 위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적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거대한 승리에 관한 가장 기쁜 소식을 이제 머지않아 접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

1598년 10월 3일 나가사키에서. 성스러운 주 하느님의 심부름꾼이.

위의 기록은 임진왜란을 통하여 기리시단(카토릭 신자)의 유익에 대한 보고 문서이기에 그리스도인들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야 할 대목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한 종교적인 집단은 역사의 무서운 재앙을 가져 올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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