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앞에서 넘어지는 동역자들을 보며 자신도 넘어질까 삼가 경성해야

근년에 와서 목회자들의 성추문과 성범죄에 대한 소문과 사건들이 부쩍 늘었다. 담임목사가 성추문에 휩싸여 사임하는 경우들도 많고, 담임목사의 성범죄를 두고 교인들 끼리 편이 갈라져 갈등하고 있는 교회들도 많다. “신앙과 생활의 순결”을 교단설립의 모토로 내세웠던 고신교회들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근래에 목회를 잘 하고, 교인들의 존경을 받던 목회자들이 성추문으로 사임을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 지방 W 시의 A 목사, G 시의 B 목사, K 시의 C 목사, 수도권의 D 목사 등등 중진급의 유능한 목사들이 성추문에 휩싸여 사임하거나 사직을 당했다. 이뿐 아니다. 지금도 여전히 여기저기서 성 스캔들이 나돌고 있다. 담임목회자들 뿐 아니라 부목사들 가운데서도 성범죄로 교회를 시끄럽게 만드는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있고, 특히 총회행정의 요직을 맡고 있는 지도자들 중에도 이런 추문에 시달리고 있는 목사들이 있다.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다. 한국교회 전체가 종교개혁을 기념하며 많은 행사들을 진행하고 있다. 고신총회도 ‘종교개혁에 응답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다양한 행사들을 기획하고 또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교회의 상황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종교개혁의 어젠다는 윤리다. 한국교회에는 그야말로 도덕적인 혁명이 일어나야 할 상황이다. 이미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교리적이고 신학적인 개혁보다 윤리적인 개혁이 훨씬 더 우선적이다. 교회의 윤리적인 타락이 복음전도를 결정적으로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기독교의 교리나 신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그들은 기독인들의 삶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춘 이유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종종 터져 나오는 목회자들의 스캔들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교회가 이런 윤리적인 범죄를 치리하거나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권위를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자의 스캔들로 인해 교회가 큰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데도 수수방관하거나 “누군들 별 수 있나?”하는 자괴감 때문인지 오히려 노골적으로 목사의 편만 드는 경우들이 많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노회”를 목사들의 “노조”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따라서 목회자의 성범죄가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권징 없이 교회와 적당히 타협하여 사건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한 때 사회적으로도 큰 뉴스거리가 되었던 합동측 모 목사의 경우, 상회가 오랫동안 치리를 미루어오다 결국에는 유야무야한 권징으로 끝나버렸다. 그런 중에도 해당 교회에서는 사임하는 목사에게 수십 억 원의 위로비(?)와 교회개척자금을 제공하는 이상한 일도 있었다.

물론 성추문이나 성범죄의 경우는 당사자들이 부정하면 처벌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 또 이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치리회가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없는 어려움도 있다. 그래서 국가에 따라서는 간통죄를 폐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교회는 친고죄 운운하며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교회는 법을 세우는 일보다 덕을 세우는 일이 더 우선하기 때문이다. 교회가 건덕 상 큰 위험에 처해 있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나 몰라라.”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정부의 사법기관들에서도 고발이나 고소가 없어도 우연히 알게 된 범죄를 능동적으로 수사하는 인지수사가 있다. 건덕을 중시하는 교회는 인지 조사에 더 비중을 두고 치리권을 행사해야 한다. 어느 교회가 어떤 스캔들로 시끄러울 때는 시찰회가 시찰하여 이를 노회에 보고하고, 노회는 위원회를 파견하여 엄중히 조사해야 한다. 왜냐 하면 이는 목사의 목회뿐 아니라 교인들의 영적인 생명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조사해서 목회자의 잘못이 없으면 이를 공적으로 확인하여 선포함으로써 목회자를 보호해야 하며, 잘못이 있으면 권징하여 목회자와 교회를 정화시켜야 한다. 또한 치리를 받는 목회자의 경우 차후에 그 결과가 만족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해벌하여 목회를 계속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도 치리회가 해야 할 일이다. 그냥 어물쩡 지나가면 범죄한 목회자는 평생 양심과 교인들의 눈앞에서 죄짐을 지고 갈 수밖에 없게 되며, 나아가 교회를 세속으로부터 지킬 수도 없다.

우리 모두 교회갱신을 위해 일어나야 한다. 윤리문제를 개인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교회지도자들이 자신을 산제사로 드린다는 순교신앙으로 일어나 치리권을 회복하고 교회정화에 나서야 한다. 교회가 개혁을 포기하고 정화능력을 완전히 상실해버리면 그때는 - 이미 시작되었지만 - 세상이 일어나 교회를 정죄하고 심판할 것이다. 지금은 교회의 부흥을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 중병을 앓고 있는 교회를 심히 걱정해야 할 때이다.

우리 모두는 죄악의 유혹 앞에서 넘어지는 동역자들을 보며 자신도 넘어질까 삼가 경성해야 한다. 또한 자신의 내면에서 여전히 넘실대고 있는 육신의 정욕을 직시하고 이를 애통하며 기도해야 한다. 지금 한국교회는 전방위적으로 도덕재무장운동을 일으켜야 할 시급하고 중요한 때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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