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안의 태안반도 주변에 죽음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시꺼먼 기름띠가 어디로 움직이는지를 두고 사람들은 가슴을 졸이고 있다. 정부는 3000억의 지원금을 이야기하지만 그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아무도 모른다. 눈에 보이는 바다에 직접 생계를 걸고 사는 사람들만 피해를 입은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피해도 적지 않다.

벌써부터 서해안에서 생산한 해산물은 사지 않으려한다. 기름 오염 걱정 때문이다. 앞으로 기름 유출에 따른 피해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며, 도대체 언제 어떤 방법으로 복구가 가능할 것인지 아득해 보이기만 한다. 피해가 10년 갈 것이다, 100년 갈 것이다 등 감히 짐작조차 불가능한 느낌이다. 여수에서 국제 해양 엑스포를 하도록 결정된 지 불과 얼마 뒤 해양이 기름으로 뒤덮이는 일을 만났으니 체면이 말이 아니다.
 
체면 구기는 일은 그뿐 아니다. 흡착포가 부족해 현수막, 헌옷이 동원되고 있다. 다른 나라의 도움이 절박한 상황이다. 기계 산업이 그렇게 발달되었지만, 바다의 오염은 일일이 손으로 해안을 닦아내야 한다. 하루에 일 만 명이 동원되고 있는데, 하루에 이만 명씩 일 년은 꼬박 걸려야 어느 정도 닦아낼 수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태안반도 인근의 섬이나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은 아예 쳐다볼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어서 갈수록 피해 상황은 늘어날 것이 뻔하다. 사람의 눈에 보이는 곳이야 그래도 손이라도 대 보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바다 밑의 오염은 어떻게 하나. 기름이 볼(ball) 되어 바다 밑을 떠돌고 있다하니 기가 막혀 할 말을 잊는다.

기름은 현대인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기름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하다. 움직이지 않는 현대인의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때문에 엔진을 움직이게 하는 기름의 발견은 축복이었다. 기름은 고무와 함께 ‘black gold’로 불린다. 황금이다. 사막의 나라로 알려진 중동이 이 기름 때문에 큰 소리를 치고 세계의 자금시장을 지배하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미국과 유럽의 초대형 은행들이 휘청거리면서 중동의 오일머니가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중동의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살아가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의 모습은 역사의 흐름이 뒤집힐 가능성마저 보여주는 듯하다. 기름은 가난한 이슬람 세계를 한 순간에 부국의 자리에서 큰소리치게 만들고 세계의 무슬림화를 외치는 힘을 발휘하게 만들었다. 부틴이 대통령을 하다, 총리가 되었다가 다시 대통령을 탈바꿈할 궁리를 할 수 있는 것도 러시아가 보유한 기름 때문이다. 중남미의 베네수웰라의 차베스가 영국의 가난안 흑인들에게 기름을 보내며 서방세계를 비웃을 수 있는 것도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풍부한 기름 때문이다. 세계는 기름을 가진 나라들을 복을 받은 나라로 분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동과 러시아, 미국 베네수웰라 등 여러 나라의 운명을 일순간에 바꾸어 놓은 기름이 대한민국에서는 재앙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 기름 때문에 바다가 죽고 어민이 죽음의 고통을 맛보고, 대다수 국민이 불편해지고 있다. 기름 냄새가 곳곳에서 풍겨나는 듯하다. 이처럼 기름이 재앙의 근원이 된 이유는 간단하다. 크레인 선과 유조선, 정확하게 말해 크레인을 예언하는 작은 배와 유조선 사이에 교신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고 피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예언선 선장과, 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는 유조선 선장 중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 알 수가 없다. 사고만 나면 서로 발뺌하기 바쁜 것이 모든 사람의 공통된 모습이니 시간이 흘러야 답이 나올 것이다. 답은 의외로 간단해 보인다. 서로 간에 신뢰가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필요 없이 시동을 걸면 비용만 들테니 서로 주저한 것은 아닐까. 유조선 선장이 기름을 탈 없이 목적지에 잘 운반했으면 그 기름은 유용하게 사용될 것이다. 그런데 아차 하는 사이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복은 재앙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은 축복과 재앙 사이가 결코 멀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순간과 영원도 아차 하는 순간에 결정된다. 인간은 육신만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인지라, 영적인 복과 재앙 사이도 마찬가지로 가깝다.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줄 것으로 여긴 북한의 핵무기, 김경준의 BBK, 전성은의 수능등급제, 노무현의 혁신도시 등이 알고 보면 역사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 한 순간의 육체적 만족이 영원한 영적 패망을 안길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짐승의 자리인 '구유에 나신' '영생의 주',  아기예수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성탄의 계절이 되기를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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