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서 오랜만에 밭고랑을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봄이 오면 텃밭에 나가 괭이로 고랑을 만들고 씨를 뿌릴 준비를 하셨습니다.
고랑을 보니 어머니 이마의 주름살 같기도 하고, 터 버린 손등 같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흔들거리던 젊은 날의 나의 초상화를 보는 듯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앞에는 고랑위로 춤추며 다가오는 고운님의 자태가 어른거립니다.
나는 조용히 노래를 부르며 나의 봄을 반기며 고랑위로 날아가는 천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내 마음의 기도의 고랑을 갈며 한 움큼의 씨를 뿌리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