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식 /국민일보 기자

28일 오후 3시로 예정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새 대표회장을 뽑는 선거가 이제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밤새 고민을 하다가 새벽에야 노트북을 열었습니다. 막상 키보드에 손을 얹고 보니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목사님들의 명예와 자존심에 누가 되지 않을지, 그리고 나아가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한기총의 이미지에 흠이 나지 않을지 한참 동안 고개를 숙였습니다.

기자는 27일 밤 편집국으로 걸려온 전화 한 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최근 몇 년간 대표회장 선거를 옆에서 지켜봤다는 그는 이번에도 돈봉투가 오가는 것을 보고 분노를 느꼈다고 했습니다. 그는 지난 토요일 A후보자측으로부터 받은 100만원 넘게 든 돈봉투를 되돌려주면서 참담함을 감출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B후보측은 밥값 명목으로 10만∼20만원을 돌리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출마했던 C후보는 이번엔 돈이 없어 돌릴 수 없는 형편이라는 말도 떠돌고 있다고 합니다. 어떤 후보는 10억원을 준비했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모두 다 거짓말이기를 바라겠습니다.

한국 기독교계는 지금 장로 대통령을 탄생시킨 기쁨에 젖어 있습니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소외된 이웃을 돌봐야 할 때 돈봉투 선거라니, 세인들의 손가락질이 두렵지 않습니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돈을 많이 쓰지 않아 참여정부에 고마워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맑고 깨끗해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후보님들이 뿌린 돈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가난한 성도들이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써달라고 낸 헌금은 혹시 아닙니까. 밥값으로 주고받을 수는 없습니다.

몇 시간 남지 않았습니다. 실행위원님들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기총 선거관리규정도 다시 들여다보시길 바라겠습니다. 예수님은 돈봉투로 얼룩진 명함을 받고 기뻐하시지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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