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의 개혁과제 6

은급재단 더욱 든든히 세워야

고신총회의 은급제도는 1994년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얼마 후 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고 꾸준히 발전돼왔다. 지금은 자산이 445억 원에 달하는 중급의 재단법인이 되었다. 지금까지 가입자는 아직 2,002명(2017년 2월 현재)이라고 한다. 총회산하 교회의 유급교역자들 중 55세 이하의 교역자는 모두 은급재단에 가입할 수 있는 자격이 있으나 주로 목사들이 가입 대상이다.

현재 고신총회의 목사수(부목사 포함)는 약 3,300명이고 이 중 55세 이하는 2,800명이라고 한다. 은급재단 가입자는 모두 2,002명인데, 여기서 여교역자들의 수를 제하고 목사의 경우로만 하면 가입률은 65%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 목사들은 100% 가입하고 거기다 모든 유급교역자들이 다 가입하면 재단을 더욱 든든히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재해나 노후 보장을 받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은급재단은 교역자들이 납입한 기금을 잘 관리해서 가입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재단이 가입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허약하게 될 수밖에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가입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돈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말이 많고 비리들이 생기기가 쉽다. 그래서 지나칠 정도로 모든 것을 투명하고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어떤 교단의 은급재단은 재정비리 문제로 시끄럽더니 그 실무책임자는 지금 감옥살이를 하고 있다. 고신이라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내부 감사는 물론 외부 감사까지 받아서 일점일획의 의혹도 생기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금융재산의 관리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고 또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관리를 위해 투자했다가 실패하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일은 전문영역에 속한 것이기 때문에 목회자들이 이를 제대로 관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든 금융전문가들을 다 동원할 수 있는 정부에서도 국민연금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은급재단이사회는 신실한 평신도 금융전문가들의 자문도 받고, 신인도가 높은 금융회사들의 제도적인 도움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깨어 있어야 한다.

고신의 은급재단이 지금까지 비교적 잘 운영되고 있으나 염려되는 바가 없지 않다. 그것은 가입자들에게 지급되는 은급금의 비율이 높다는 것 때문이다. 현재 교회들의 은급재단 중에는 고신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입자들의 납입금이나 제반 조건들을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하나 현재 은급금을 받고 있는 은퇴목사들 중에는 300만 원 내외까지 받는 사람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많이 지급하는 것은 가입자들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기금의 소진여부가 문제다. 우리는 지금 저금리 시대에 살고 있고, 이미 언급한 대로 금융재산관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국가가 관리하는 국민연금도 기금의 고갈을 크게 염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한국교회는 양적으로 쇠퇴하고 있다. 가장 먼저 교인들의 헌금이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따라서 은급재단들의 건전성 여부는 갈수록 부정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리 강고하게 대비해야 한다.

은급재단 가입하여 은퇴 때 목사의 품위 잃지 않도록 해야

목회자가 은퇴할 때가 되면 교회도 당사자도 긴장과 갈등 속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원로목사로 청빙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될 땐 청빙여부를 두고, 또 원로목사로 청빙을 하더라도 예우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두고 목사와 교회 간에 신경전이 벌어진다. 교회는 가능한 부담을 적게 하려하고 목사는 더 받기를 원하는 때문에 일어나는 갈등이다. 이러면서 평생 존경을 받으며 사역했던 목회자가 교회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날 때가 많다.

그리고 목회자가 돈 문제로 교회와 관계가 소원해질 때 겪는 마음의 고초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자존심은 말할 것도 없고 품위에 큰 손상을 입기도 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은급재단을 통해 노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작은 교회들도 어렵지만 목회자들의 노후를 위해 은급금을 부담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그리고 아마 갈수록 원로목사 제도 자체가 교회로부터 거부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첫째로 한국교회가 양적으로 점점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원로목사 제도가 일부 극소수의 목회자들에게만 해당되는 불공평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평신도들 가운데는 목사들도 정당하게 세금을 내고 사회안전망에 들어와야 하고, 노후나 실직으로 인한 어려운 부담을 교회에 지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나님나라의 공평이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일은 은급재단에 가입할 수 없는 교역자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미자립교회들은 교역자의 기본 생활비 부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은급을 위한 납입금까지 낼 여력은 전혀 없다. 그러면 이런 교회의 목회자들은 무슨 재난을 당하거나 은퇴를 해야 경우에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야말로 극빈가정으로 순식간에 전락한다. 이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은급제도란 다 아는 바대로, 평소에 일정한 금액을 납입하고 정년으로 은퇴할 때나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해 사역을 중단하게 될 경우에 생활비를 지원받는 제도이다. 일종의 보험과 같은 제도이다. 보험은 사적인 것이면서도 동시에 사회적인 제도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대책이면서 동시에 이웃과 함께 미래의 보장을 공유하는 대책이다. 곧 서로를 도우는 사회보장제도 중 하나이다.

건강보험을 예로 들면, 개인적으로는 건강할 때 보험을 넣어 건강을 잃을 때 도움을 받는 것이고, 사회적으로는 건강한 사람들이 보험을 넣어 건강치 못한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고신 뿐 아니라 대부분 교단의 은급재단들은 사회적인 면이 아주 약하다. 자신이 낸 납입금으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그 혜택을 나눈다는 사회적인 의미가 약하다는 말이다.

서로 도운다는 의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현재의 제도로 보면 돈을 많이 낸 사람은 많이 받아가고 적게 낸 사람은 적게 받아간다. 더욱이 앞에서 말한 대로 은급재단에 가입할 수 없는 목회자들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는 사실이다. 하나님나라는 정의와 공평과 사랑의 나라인데, 현재의 은급제도는 하나님나라의 이념을 따르기보다 “돈 내고 돈 먹는” 자본주의의 이념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의 은급제도가 하나님나라의 이념에 가깝다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기감)가 은급제도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1984년도부터다. 여기서는 수입으로 현재 각 교회가 은급부담금으로 경상비 2.2%를 내고, 모든 교역자는 3년마다 생활비 1개월분을 은급납부금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지출은 교역자들이 은퇴할 때 월 은급금으로 시무연수당 23,000원을 곱하여 지불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시무연수가 30년이면 월은급금은 690,000원이 된다.

이것은 기본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라 아쉬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감의 은급제도가 가진 큰 장점은 보편복지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큰 교회 교역자든 미자립교회의 교역자든, 목사든 전도사든 그 직분에 관계없이 모두 은급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첫째 장점이요, 둘째는 역시 지급되는 금액도 교회의 사이즈나 직분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또 이렇게 함으로써 미자립교회나 특수 목회를 하는 교역자들도 은급재단에 다 가입해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재정규모가 큰 교회나 사례금을 많이 받는 교역자는 많이 부담하여 그렇지 못한 교회나 교역자를 도울 수 있으니 이야말로 기독교적인 공평의 원리에 맞을 뿐 아니라 보험의 원리에도 맞는 제도다.

고신의 경우는 주로 목사들만 은금재단에 가입돼있어 일단 보편성에서 매우 취약하다. 물론 유급교역자들은 다 가입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교회들은 담임목사 외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그래서 2,000여명의 가입자들 중에 여교역자는 30명 정도이고 강도사나 기타 가입자는 7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거듭 말하지만 미자립교회의 목회자들의 경우는 노후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또 질병으로 인해 목회를 중단해야 하는 교역자들에 대해서도 교단적으로는 아무런 제도적 대책이 없다. 고신총회의 은급재단은 이런 점에서 많은 연구와 고민을 해야 한다. 많이 가입시켜 재단을 든든히 세워야겠지만 가입할 수 없는 처지의 교역자들을 더 생각해야 한다. 예수님은 가난한 자들과 소외된 자들에게 항상 더 많은 관심을 가지도록 교훈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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