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회에 대한 일반의 시각과 언론의 보도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 당선자에 대하여, 인맥을 거론하면서 특정 교회를 거명하고, 교회가 정치권의 배후가 된다는 식의 표현을 심심찮게 하고 있다.

이번 17대 대선에서 일부 기독교인들이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교회 전체가 정치에 나선 것은 아니다. 이제는 대통령 당선자가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기에, 오히려 기독교가 묵묵히, 뒤에서 그가 바른 정치를 하도록 기도로 도울 일이다.

이러한 여론과 현실이 있음에도, 최근에 교계 일부에서 기독교 보수정당을 창당한다고 한다. ‘사랑을 실천 한다’는 명목으로 정당을 준비한다는 소식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기독교의 ‘사랑’과 현실정치와는 분명한 간극(間隙)이 있다. 정치는 결국 정권을 탄생시켜서 권력을 잡기 위해서 행해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기독교의 사랑으로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가?

‘사랑 실천’은 정당과 정파, 빈부와 계층, 남녀노소, 지역과 인종을 뛰어 넘어 모두에게 나누어야 할 기독교의 기본적 덕목이다. 그런데 기독교의 사랑으로 현실 정치에서, 정치적 목적을 구현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기독교인 누구라도 정치에 개인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헌법에 보장된 자유이다. 그러나 목회자들이 나서서 정치를 통해 사랑실천 운운하는 것은 정당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처사이며, 교회의 사명을 곡해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매우 소수이기는 하다. 그런데 일부 목사는 수차례에 걸쳐 파격적인 발언으로, 한국교회에 부담을 준 일도 있다. 교회 내부에서 행한 발언이라도 외부에서 시비를 벌이는 현실인데, 세상을 대상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일반으로부터 공격당하기를 자청하는 것이다. 자숙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정치, 세속권력과 교회는 건강한 긴장관계를 가질 때에 교회의 본질을 지키고 교회의 순수성을 유지하고, 그 고유의 사명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일부 목회자의 영웅 심리에 의한 정치적 행위에 대하여 매우 우려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목회자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목사의 직을 사직하고 일반인의 자격으로 한다면야 문제는 다르지만, 목회자로서 현실정치는 한 마디로 난센스이다. 교인들이 목회자를 존경하는 것은 목회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치를 한다고 하며, 정치를 해도 목회자를 존경한다고 보는가? 목회자의 대 사회적 사명이라면, 첫째 양떼를 목양하듯 성도들의 삶을 정성으로 돌보는 것이고, 둘째는 잘못된 현실에서 정치가들에게 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본다.

교회 지도자들을 포함하여 종교지도자들은 현실 정치에 뛰어 들어서는 안 되며, 정치인들이 현실 정치를 잘 할 수 있도록, 선지자적 입장에서 잘못된 일에는 책망도 마다하지 않아야 하지만, 대안과 지혜를 주고 희망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정치 분야가 아직 선진화에 미치지 못 하였다고 할지라도, 목회자들이 직접 정치에 나서므로 인하여 더 이상 정치를 희화화(戱畵化)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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