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려주일을 맞으며

오병욱 목사(하나교회 담임)

오늘은 우리아들 생일입니다. 35년 전, 사람들이 내게 물었습니다. “아들이면 좋겠나, 딸이면 좋겠나?” 당시에는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성별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 질문에 나는 매번 진심으로 대답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주시는 대로 감사할 것이다. 그런데 꼭 선택한다면, 딸이 더 좋겠다.” 딸은 얼른 자라서 엄마에게 의지가 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출산일에 나는 분만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남편도 분만실에 들어가지만, 당시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간호사가 나오면서 “아들입니다” 하였습니다. 그때 기분은 하늘을 날 듯 하였습니다. 만약에 “딸입니다” 했으면 서운했을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순간 내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그럴 줄 몰랐습니다. 나도 나를 몰랐습니다. 사람은 때로 자신도 자신을 다 모릅니다.

나는 1982년에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36회 졸업생입니다. 그래서 금년도 고신총회부총회장으로 출마할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선배님들이 수고한 봉사를, 이제 우리가 이어서 할 차례라고 생각하는 36회의 대표로 추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총회장을 꼭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마다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일은 고신총회와 한국교회를 섬기고 봉사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기수의 분들 중에 나를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합니다. 이유는 내가 너무 강성이기 때문이라 하였습니다. 강하고 독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어떤 분들은 내가 유순하다합니다.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합니다. 내게 그런 두 경향이 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나의 한쪽만 보고 아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난하기도 하고, 과한 칭찬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나를 다 모르는 말씀들입니다. 누구도 사람을 다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도 많은 오해를 받으셨습니다. 사람이 사람도 다 모르는데 어찌 하나님을 다 알겠습니까? 예수님의 고난은 우리의 질고를 지고, 우리의 슬픔을 당하시는 것이었는데, 사람들은 ‘예수가 징벌을 받아서 하나님께 맞으며 고난을 당한다’ 하였습니다(이사야 53:5). 예수님은 아무 죄가 없으신 분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죄인들을 대신하는 죽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그 고난과 죽음을 오해하였습니다. 뿐 아니라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기 때문에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셨는데,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라 한다고 십자가에 못 박아 죽였습니다. 때로 무지와 오해는 무서운 것입니다. 예수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종려주일입니다. 이제부터 한 주간은 고난주간입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신 고난과 죽으심을 기념합니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고난주간을 특별하게 지냅니다. 기도와 금식과 절제와 묵상의 시간을 가집니다. 우리도 각자 나름대로 의미 있는 시간들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에 대하여 깊이 묵상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혹시라도 예수님에 대한 무지와 오해가 있었다면 새롭게 깨닫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눈이 밝아질 때, 사람을 보는 눈도 밝아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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