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안 (고신대학교 이사장, 서강대 명예교수)

대통령 선거가 두 주가 채 남지 않았다.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선거에 참여할 것인가? 그리스도인은 무엇보다 이중 시민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면서 동시에 이 땅의 시민이다. 시민이면 마땅히 시민으로 몸담고 참여하는 공동체를 일구는 데 요구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도자를 세우고 지도자가 제대로 일하는지 살펴보고 사람들이 억울함을 당하거나 고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살펴야 한다. 그러므로 대통령 선거는 그리스도인에게 무관심할 수 없다.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투표해야 할 것인가 이야기하기 전에 시민권과 관련된 문제를 잠시 생각해 보자. 그리스도인은 하나님 나라의 시민이면서 이 땅의 시민이다. 그런데 이 둘이 동떨어져 있는가? 살아서는 이 땅의 시민이고 죽어서는 하늘의 시민인가? 만일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시민은 미래에 얻을 신분일 뿐 이 땅에서는 이 땅의 시민일 뿐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는 미래로 연기되어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 현재, 여기,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공동체에 이미 와 있고 이미 현실화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누리지 못할 뿐이다.

만일 이것이 옳다면 하나님 나라의 시민 됨은 이 땅의 시민 됨에, 이 땅에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몸담고 살아가는 일상의 공동체 속에 하나님 나라 가치가 스며들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이 땅의 시민으로 살아가는 천국 시민들의 사명이다. 마치 누룩처럼, 마치 소금처럼, 마치 빛처럼, 요란하거나 소리 내거나 외치지 않더라도 생각과 행동을 통하여 원래 하나님의 창조세계인 이 세상을 비추고, 바꾸고, 보존하는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 그리스도인이다.

투표에 참여해야 하느냐, 아니냐는 그리스도인에게 물음조차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투표는 공동체를 이끌 사람들을 세우는 절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땅의 시민으로 투표권이 있는 그리스도인은 빠짐없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투표해야 할 것인가? 투표할 때 따라야 할 기준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어떤 사람, 어떤 후보를 세울 것인가? 지역감정이나 좌우 이념이나 나의 개인적 선호에 따른 투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가치, 하나님이 기뻐하시고 원하시는 가치를 누가 가장 잘 실현할 수 있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가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 하나님이 지도자로 기뻐하실만한 사람이 누구일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인가, 그렇지 않은가?’ 하는 것이 아닐까? 신뢰의 조건은 한편으로는 정직성과 청렴성, 다른 한편으로는 능력일 것이다. 모세의 장인은 사람을 세울 때 (개역한글판으로 인용하면) “너는 또 온 백성 가운데서 능력 있는 사람들 곧 하나님을 두려워하며 진실하며 불의한 이익을 미워하는 자를 살펴서 백성 위에 세워”(출 18: 21)라고 사람의 조건을 모세에게 명시하여 주었다. 대통령은 누구보다 정직해야 하며, 자신의 이를 탐하거나 부정한 일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역대 대통령들이 빠졌던 늪이 대부분 부정한 수단으로 이를 취한 것과 부정직을 일삼던 일이 아닌가. 부패로부터 가장 자유롭고 통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람을 우리는 신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신자이면 더욱 좋겠으나 신자가 아니라할지라도 미가 선지자가 “사람아 주께서 선한 것이 무엇임을 네게 보이셨나니 여호와께서 네게 구하시는 것이 오직 공의를 행하며 인자를 사랑하며 겸손히 네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것처럼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의와 인자와 겸손을 실천하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이면 우리나라를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롭고,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하고 정의로운 국가로 세워나갈 것이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최악의 경우를 막을 수 있다. 떠돌아다니는 소문이나 가짜 뉴스에 속지 말고 냉정하게 후보의 사람됨과 과거의 행적과 정책 제안, 그를 에워싼 집단을 관찰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강영안 (고신대학교 이사장, 서강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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