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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선교사님들 샘을 찾게 하자KPM 이사장 김윤하 목사, 재일본 선교사 수련회를 다녀와서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 보면 사막 여우와의 대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린 왕자가 사막 여우에게 “사막은 아름다워...사막이 아름다운 건, 그 어딘가에 샘이 숨어 있어서 그래.” 라는 말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에게는 누구나 그 내면 속에 자기도 모르는 샘이 숨겨져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때때로 지치기도 하고 삶의 고뇌 속에서 절망하기도 합니다. 바로 우리 인생이 사막을 경험 할 때입니다. 그때 우리는 조용히 퀘렌시아를 찾아서 내 속에 흐르는 샘을 발견해야만 합니다. 사막과 같은 삶을 경험하면서 나도 모르게 잃어버린 그 샘물을 찾는 것이 바로 수련회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열리는 재일본 선교사 가족 수련회에 저와 아내가 강사로 가게 된 것은 작년에 북해도에서 열렸던 KPM 이사회 때, 박영기 선교사님의 부탁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집회에 익숙하지 않은 저로서는 은근히 부담도 되고... 밀려오는 분주한 일들로 인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준비를 하는 중에, 어린 왕자의 말이 스쳐 지나가면서 '지친 선교사님들에게 샘을 찾게 해야겠다.' 라는 제 나름대로의 마음의 정리를 했습니다. KPM 이사장이라는 직책이 주는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 최대한 조용하게 그리고 겸손하게 다가가야지 하는 자기 체면도 계속해서 불어 넣으면서 기도로 준비했습니다.

동경 근처 일본 왕궁 모습/ 사진 김윤하

주체 측의 요청에 따라 저희 교회에서는 선교사 자녀들을 캐어하고 가르치기 위한 4명의 정예 교사들이 함께 동행을 했습니다. 이미 몇 년 전에 터키 이스탄불에서 가졌던 선교대회 때에 경험을 살려 교사들은 철저한 준비를 해서 저희 부부와 함께 출발했습니다. 동경 나리따 공항에 도착하자 나달식 선교사님이 반갑게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처음 찾은 동경이기에 시내를 구경하기로 하고 왕궁 근처와 중요한 시내 몇 군데를 잠시 관광했습니다. 특별한 모습을 발견하기 보다는 일본인의 질서 의식과 반듯하게 정리된 도시의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지 떠드는 사람 없이 조용하다는 것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습니다.

동경 시내에서 해가 지고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수련회 장소인 동경 근교에 있는 '닛코 올리브 사또 수련원' 으로 출발하였는데, 3시간 정도 걸려서 저녁 늦게 도착하였습니다. 차에서 나 선교사님으로부터 일본 선교의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감동과 은혜를 경험 했습니다. 선교사님과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선교지와 선교사님들을 알아가는 귀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선교의 당위성과 함께 우리가 가진 일본에 대한 편견들을 해소할 수 있는 중요한 만남이었습니다. 지난해 북해도에서 일본인에 대해서 다른 관점을 찾았었는데, 이제는 일본인들의 영혼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동경 근교에 있는 닛코 올리브 사또 수련원/ 사진 김윤하

숙소는 기도원 형식으로 만들어졌는데 재일교포 장로님이 세우신 것이라고 합니다. ​장로님은 일본에 있는 기독교회를 위해서 남달리 헌신하시는 사업가로 명성이 자자하신 분이셨습니다. 저희 선교사님 중에도 교회당 건축하면서 장로님의 도움을 받으신 분이 계셨습니다. 기도원의 이름이 “닛코 올리브 사토 수련원” 으로 예수님의 마지막 기도처였던 감람산을 연상하여 지은 이름인 것 같았습니다. 숙소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해야 했고 세면장도 밖에 있는 온천탕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온천탕은 일본의 온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1500m 에서 끌어 올린 질 좋은 온천수여서 내 생애 처음으로 8번이나 온천을 해야 하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하루 일찍 우리 일행이 도착한 관계로 다음 날 오전에 '도구가와 이에야스' 의 묘지와 신사가 있는 곳을 방문했습니다. 일본 문화의 중심이면서 일제 만행의 중심이었던 신사참배의 실체를 구경할 수가 있었습니다. ​신사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줄을 서서 신사로 들어가려는 일본인들의 진지함을 보는 순간 그들의 영혼이 갑자기 불쌍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인들은 국가를 위해서 죽은 자들이 50일 후면 다시 살아나 신이 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전역에는 수 십 만개의 신사들이 세워져 있습니다. 북해도나 동경이나 닛코 지역의 있는 신사의 특징은 자연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름드리나무와 숲을 잘 이용해서 신사가 편안함을 주도록 하는 일본인들의 전통과 문화가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도구가와 이에야스] 의 묘지와 신사가 있는 곳/ 사진 김윤하

그곳을 나와서 우리는 남채산에 있는 주센지코 호수와 게곤 폭포를 둘러보았습니다. ​하루 전날 낮은 곳에는 비가 흠뻑 내렸는데 남채산에는 함박눈이 가득 내려서 때 아닌 눈 구경을 실컷 했습니다. 곳곳에 초록의 싱그러움을 나타내던 나무들이 차가운 눈으로 인해 아픔을 호소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한국에서 눈 없는 겨울을 보냈던 아쉬움을 이곳에서 하얀 눈을 보면서 해소했습니다. 이 호수나 폭포는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곳이라 더 신비로워 보였습니다. 대부분 일본의 자연은 우리나라보다 잘 보존되어 있고 깨끗한 인상을 내게 안겨 주었지만 나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여기 하나님의 아들이 왔다.' 라고 조용히 그들에게 속삭이며 주인 행세를 떳떳하게 하였습니다.

숙소로 돌아온 오후가 되자 한 두 사람씩 선교사님들이 모여 들더니 저녁에 총 60명, 그리고 우리 일행 6명과 합하여 총 66명이 모였습니다. 첫 시간 오리엔테이션 시간은 선교사님들이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었는데, 미리 모든 선교사님들의 신상을 개인적으로 앙케이트 조사를 해서 알아맞히는 것입니다. 재미도 있고 심도 깊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대충 선교사님들과 인사는 나누었지만 첫 대면하는 선교사님들이 많아서 서먹하기도 했고 미리 신상을 다 파악하고 오지 못한 저 스스로가 부끄럽게 여겨졌습니다. 그래도 사흘 동안 한 사람씩 인사를 나누면서 알아가는 시간이 매우 마음을 뜨겁게 했습니다. 총 4번의 설교를 맡았는데 메인 집회는 저녁 시간에 두 번에 걸쳐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남채산에 있는 주센지코 호수/ 사진 김윤하

제 설교가 본래 조용하면서 논리적이어서 좀 차갑게 느껴질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첫날은 제 인생의 여정을 이야기하면서 말씀을 전했고, 둘째 날은 참빛교회 개척사의 스토리를 전하면서 말씀을 전했습니다. 이 전에 제 설교를 들은 사람들 중에는 “목사님 설교는 들을 때보다 듣고 나서 오래 기억되고 깨달음을 주는 특징이 있습니다.” 라는 말을 했는데, 선교사님들에게도 오래 기억되는 설교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그리고 둘째 날 오후에 제 아내의 간증 음악회가 있었는데, 아내는 숙소에 도착한 날 허리를 다쳐서 이틀 동안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어느 선교사님이 이것은 사탄의 역사라고 하면서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선교사님들과 교회 성도님들이 기도로 놀랍게 일어나,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간증을 했는데, 눈물을 멈추지 못하는 분들이 여러 명 있는 것을 보면서 제 마음이 몹시 아팠습니다. 아내의 간증은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을 토대로 펼쳐지는데, 어떻게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낫게 하셨는지를 진솔하게 말함으로서 지금 우울증에 시달리는 자들에게 힘과 위로와 소망을 안겨 주는 것입니다. 결국 여 선교님들 중에는 우울증을 앓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입니다. 내어 놓고 말하는 자들도 있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혼자서 아파하는 자도 많았습니다.

김숙희 사모의 연주와 간증 시간

둘째 날 오후에는 팀 별로 나누어서 딸기밭 체험, 관광지 방문, 미술관 방문 등을 하게 되었는데 우리는 [호시노 토미히로]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호시노 토미히로' 라는 분은 20대 젊은 나이에 경추 손상으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된 불운을 겪었지만 이제는 입으로 붓을 물고 그림을 그리는 크리스천입니다. ​병상에서 복음을 받아드린 후에 지금은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크리스챤 중에 한 분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이 꽃 그림 밑에 시를 적어서 교훈과 감동을 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저의 '사진과 묵상' 과 같은 유형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영혼과 생명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찾아 볼 수가 있었습니다.

설교와 간증음악회는 저희 부부가 한 사역이지만 우리 일행인 교사들의 사역은 더 뜨겁게 아이들에게 전달되었습니다. 그 짧은 시간에 정이 들어서 헤어지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찡하게 흔들렸습니다. 다음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지 다짐하면서 아쉬움을 마음에 담아왔을 뿐입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서 바로 글을 써서 보고를 해야지 했지만 여러 가지 일들이 나를 분주하게 만들어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오늘에서야 글을 쓰면서 몇 가지 이번 수련회를 통해서 느꼈던 것을 나누려고 합니다.

재일본 선교사 수련회 집회 인도하는 김윤하 목사

먼저는 일본 선교사님들은 일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일본인들을 사랑하면서 복음의 사명을 최선을 다해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일본 선교사님들은 원수의 나라인 일본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달랐는데, 주님의 명령인 “원수를 사랑하라” 에 순종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일본 속에서 살면서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스트레스가 너무 지나쳐서 우울증과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도 영혼의 열매들을 보면서 사명에 충실하게 사역하는 그들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일본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 선교해야 한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는 사역과 사람과의 관계를 균형 있게 할 수 있는 대안을 계속해서 마련해야 한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KPM 이사장이 되면서 제가 밝힌 소신 중에 하나가 이제는 사역에 대한 지나친 요구보다는 선교사라는 사람에 대해서 캐어하고 회복시키는 훈련과 쉼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해 왔습니다. 그래서 맴버캐어원을 신설하고 선교사 캐어 사역에 전념하게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선교 현장에서 우울증과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여러 가지 질병에 노출된 선교사들을 좀 더 세밀하게 캐어하고 보살피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사회와 본부, 그리고 맴버캐어원이 합력하여서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셋째는 지역별 선교대회에 대한 한국교회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저희 교회가 이번 수련회에 어느 정도의 경비를 지원해서 수련회를 열 수가 있었지만 매년 선교대회를 열기 위해서는 교단의 여러 교회들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동안 저희 교회는 남미와 터키, 그리고 이번에는 일본 선교대회를 지원하면서 함께 했습니다. 수련회를 마치면서 그들이 다음해에 선교대회를 걱정하는 것을 보면서 선교대회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정보와 홍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본부에서는 매년 연말에 새해에는 어느 지역에서 몇 월에 선교대회가 있는지를 공고하고 정보를 교단 교회들에게 알려주므로 자원해서 동참할 수 있는 교회를 찾도록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넷째는 지금 진행되고 있는 권역별 제도에 대한 모델로 일본 선교사회를 추천하고 싶습니다.​이번에 참석하여 보니 그들의 연합과 선교사들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하고 아름답든지,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먼저는 선후배간에 관계가 질서 있게 바로 서 있었습니다. 선배의 영적인 영향력이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었고 후배들의 선배 존경과 순종이 자연스럽게 몸에 베여 있었습니다. 교회마다 어려운 일들이 있을 때에 서로 도우고 기도하고 협력하는 모습도 특별하였습니다. 권역별 제도가 이런 모습으로 정착된다면 KPM의 미래의 전망은 훨씬 희망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선교 현장이 다르기는 하지만 일본 선교사회의 모습은 제가 보기에 탁월하다는 점입니다.

짧은 일정 속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돌아왔지만, 제가 느낀 것은 이보다 많았습니다. 마음에 있는 것을 다 털어 놓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중요한 몇 가지는 글로 쓰고 싶었습니다. ​선교사 개인적으로 만나서 듣고 공감했던 이야기는 훗날 쏟아 놓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번에 만났던 모든 재일본 선교사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를 사랑으로 따뜻하게 영접해 주시고 만나 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일본에서 집회를 인도할 때에 기도해 주신 모든 성도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앞으로도 우리 교회가 선교의 비전을 가지고 계속해서 많은 선교사님들에게 기쁨과 희망을 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김윤하  kyh3647@ne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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