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도들의 도로 장악으로 구호활동 위축..주민들은 도피처로 교회 찾아

 

▲30여명의 노약자와 여성들을 교회에 가두고 불을 질러 케냐판 학살극이 펼쳐졌던 엘도레트 지역. 쑥대밭이 돼버린 현장은 그간 벌어진 비극의 참상을 보여 주고 있다(출처:Boston.com) 아프리카 케냐에서 연일 계속되는 폭동과 반정부시위 사태를 정상화하기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여러 경로를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효과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도로 및 수송수단이 폭도들에 장악된 지역이 많아 난민들을 위한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호활동가들의 활동이 불가능해져케냐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종족 간 충돌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이익집단 간 갈등으로 정국이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어, 폭동 피해자들과 난민들을 구조하는 활동은 더딜 수밖에 없다. 특히 오래전부터 케냐에서 구호활동을 해왔던 사회활동가들과 국제기구 관련 공무원들, 그리고 선교활동을 이어왔던 해외선교사들의 안위는 풍전등화일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어제까지 친구로, 동료로 아니면 이웃주민으로 있던 케냐 시민이 한 순간에 무시무시한 폭도로 돌변하는 사태가 보고되고 있으며 지지하는 후보가 다르다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도 분열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 <크리스천 투데이>는 최근 기사에서, 현재 케냐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호활동가들의 모습을 자세히 소개했다. 기독교 구호개발단체인 ‘티어펀드’ 케냐 지부의 소속 활동가들은 무분별한 폭력과 반정부 상태가 구호활동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피해가 심한 지역에 있는 활동가들은 길거리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약탈행위와 집단폭력을 피하기 위해 자기들이 묵고 있는 숙소를 일체 폐쇄했으며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는 실정이다. <티어펀드>와 함께 지역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 나이로비의 성 요한 공동체개발위원회 소속의 피터 은주구나는 “상황이 매우 폭력적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여기에서도 그러한 것을 실감할 수 있다”면서 “사무실 밖에서 울리는 커다란 총소리를 매일 들을 수 있으며 길거리는 경찰과 반군 시위자들에 의해 점령당한지 오래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길거리가 정부군이든 반군이든, 누군가가 점령한다면 교통수단으로 인한 수송에 커다란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즉 구호물품 이송에 큰 타격을 받게 되며, 지역적인 활동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게 된다. 한 마디로, 불안한 상황이 지속되고 반정부 시위가 늘어나 내전이나 쿠테타 상황이 이어진다면 구호활동은 거의 불가능하다. 길거리에는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정부군과 극도로 흥분한 양쪽 지지자들이 무기를 손에 쥐며 언제라도 싸울 기세를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피터 은주구나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한다는 것에 굴욕감을 맛보고 있다”면서 “주변에 끼니를 잇지 못해, 하루하루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약자들이 많은데, 이들에게 식료품과 약품들 그리고 옷과 쉴 곳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나 슬프다”고 얘기했다.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나이로비 근교와 지방도시에서 엘도레트 지역의 난민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한다. 엘도레트 타운은 야당 지지자들이 키바키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키쿠유 부족원을 교회에 가두고 불을 질러 집단 학살해 케냐 비극의 시작을 울린 곳이기도 하다. <티어펀드> 측은 웹 홈페이지와 공식 리포트를 통해 전 세계 기독교인들에게 몇 가지의 기도를 부탁했다. ▲민족 간 충돌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약탈 및 살인행위가 조속히 해결되고 ▲키바키 대통령의 키쿠유 부족과 오딩가를 지지하는 루오 부족 간 갈등이 원만해지며 ▲케냐 사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각국 정상들의 머리 위에 지혜를 가져다주고 ▲<티어펀드>를 비롯한 케냐 내에 현지 활동가들과 선교사들의 안전을 염원하며 ▲앞으로 케냐 정부를 이끌 수 있는 올바른 지도자가 나타나는 것이 기도제목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신 기사를 통해 현재 케냐 정부는 야당 지도자로 하여금 거국연립정부를 협상카드로 내보냈지만 야당의 오딩가 후보를 비롯한 지지자들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서방세계와 이웃 아프리카 국가들이 외교 채널을 동원해 사태해결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폭력사태는 수그러들기는커녕 내전과 학살로 극단적인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남아공 성공회 대주교는 케냐 학살극을 멈추고 새로운 과도정부 구성을 위해 케냐에 도착, 여러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었다(출처:Achievement.org)

종교 지도자들, 케냐 위해 기도하고 있어

케냐는 아프리카 국가 중 대표적인 기독교 국가로서 인구의 약 80%가 기독교 신자이며 이슬람교 및 타종교 신도는 15% 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님과 예수의 존재를 모르는 케냐 사람은 거의 없으며 교회를 비롯한 기독교 단체들의 활동도 상대적으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는 활발한 편이다.


그러다 보니, 부정선거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키바키 대통령를 필두로 한 정부 측과 오딩가 야당 지도자와 더불어 정부에 대항하는 반군은 모두 하나님께 이번 사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신앙적 힘을 베풀어주기를 바라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주일에는 케냐 전역의 모든 교회에서 예배에 참석한 시민들 대부분이 이번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되길 기도했다. 이들은 정치인들이 하지 못한 ‘케냐의 평화’를 하나님께서 내려주길 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주일예배를 마친 케냐 시민인 제인 리운구는 “우리가 뽑은 정치 지도자들은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선택하고 말았다”며 깊은 실망감을 나타낸 뒤, “이들은 재앙을 우리에게 가져왔기 때문에 전지전능한 하나님께 케냐를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신교ㆍ가톨릭 등 교파를 초월한 케냐의 기독교 단체들도 오랜만에 하나로 연합해 기도회를 개최하면서 무고한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피비린내 나는 골육상잔이 계속될수록, 피해자들과 난민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지켜줄 수 있는 ‘도피처’를 찾고 있다. 현재까지 수만 명의 케냐 시민들이 교회와 성당, 경찰서, 국경 근처의 평원으로 숨어들고 있다. 엘도레트 지역에서 도망쳐 온 9천여 명의 난민들은 지역색과 부족색이 약한 대도시에 몰려와 현지 대성당 등에서 목숨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성공회의 거목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는 지난 수요일 케냐에 도착해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 후보를 연달아 면담해 사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지난 주일에는 로마 교황청의 수장인 베네딕트 16세가 ‘케냐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온 바 있다.(뉴스미션제공)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