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돈박사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작년 12월7일 태안반도에서 기름유출 사건이 일어났다. 그 끔찍한 재앙 앞에서 당사자들은 더욱 그랬겠지만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 신문들은 미쿠리 마을의 기적에 대해 보도했다. 일본 후쿠이현 앞바다에서도 1997년 나홋카호라는 유조선이 두 동강 나는 사건이 있었는데 사건 두 달반 만에 30만명 자원봉사자의 힘으로 극복해냈다는 것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돌을 씻어 다시 바다로 던졌다는 감동스러운 내용이 마음에 와 닿는 기사였다. 

 

그런데 그 기사에는 어떤 부러움과 자괴감이 함께 있었다. 일본은 그런 기적을 일구었는데 대한민국에서는 과연 가능하겠느냐 하는 의문 때문이었을 것이다. 실제 우리에게는 그런 자원봉사라는 개념이 그렇게 활성화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러나 이제 한 달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미쿠리 마을을 더 이상 부러워하지 않는다. 한 달 만에 우리는 5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안반도로 몰려갔고 거기서 기적을 일구어냈기 때문이다. 

 

태안에서 보듯 대한민국 국민은 힘이 있다. 최근에도 IMF 사태 때 금 모으기 운동으로 드러났고, 한·일 월드컵에서 응원의 열기로도 드러난 바 있다. 정말 세계가 놀라고 경이로워했던 그 일들이 최근 10년 안의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의 극성스러움이다. 명분과 신바람만 있으면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서는 그 극성스러움이다. 

 

이러한 극성스러움은 대한민국의 힘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이고 그 가능성이다. 또 이러한 열정을 빼닮은 것이 한국 교회다. 이래저래 지적도 많이 당하지만 그래도 한국 교회만큼 열정적으로 이 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는 조직도 없다. 다른 종교들과는 다른 극성스러움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열정은 태안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고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한국 교회는 조직적으로 참여를 시작했다. 예장통합측과 한국기독교연합봉사단 등이 시작했고 한국교회희망연대에서 조직적이고 지속적으로 큰 흐름을 잡았다. 실제 태안군청에 의뢰한 바에 의하면 하루 평균 3500명 정도가 한국 교회의 이름으로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질문에 답한 이장주 계장은 전국의 교회에서 오시는 분들이 전체 자원봉사자의 50%가 넘는다고 전한다. 통계 숫자가 그만큼 안되는 것에 의아해하기도 했다. 아마 군청에 등록된 인원과 현장의 인원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그만큼 교인들이 극성스럽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교회는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자치단체나 주민들에게 누가 되는 일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예수사랑선교회의 김범곤 목사가 이끄는 급식차는 하루 3000∼5000명에게 식사를 제공하기까지 해 태안에서 벌써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치단체나 주민들 모두 한국 교회에 고마워하고 있다고, 이 말을 꼭 전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태안에서 이러한 한국 교회의 희망을 본다. 하루에 몇 천명씩 극성스럽게 나서서 돌 하나하나를 닦고, 그들을 위해 수천명의 밥을 만들어 드리고 현장에 캠프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한국 교회의 희망이고 현실이다. 또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힘이라고 믿는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고 한국 교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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