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값싸고 빠른 길 같은 인스턴트 선교의 남용을 경계

정양호(KPM 선교사)

10년 한국 교회 해외 선교 행태가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교회 안팎에 쏟아지는 비판의 상황 속에서도 일부에서는, “도대체 뭐가 그리 문제인가?” “너희들은 선교를 모르기 때문이다.” 라면서 귀를 막고 오히려 변명하는 모습도 보았다.

선교 현장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역에 앞서 늘 자기 성찰을 선행함으로 건강한 선교를 위한 하나님의 메시지가 무엇일까 고민하면서 당시 인터넷 매체인 뉴조의 기고문에 “다시 생각해보는 한국교회 세계 선교전략”이라는 글로 한국교회 선교의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1.특수 전략과 일반 전략의 혼동 2.한국교회 선교사 전체에 획일적인 전략의 적용 3.균형 잡지 못한 재림관에 의한 선교 4.너무 경제 논리에 치우친 선교전략 5.정직한 정보와 부정직한 선교 보고의 문제 6. 교회 개념의 혼란에 따른 건축 프로젝트 문제 7.서구 교회 선교 전략의 무비판적인 수용문제 8. 선교 개념의 혼란과 햇볕 선교정책의 문제점 9. 일방 선교와 양방향 선교 시대 등을 고찰해나가다가 중단하였다.

첫 머리에 10여 년 전의 지난 칼럼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고신의 후원 교회 한 목사님으로부터 우간다의 한 선교사의 교회당 건축 선교에 대한 우려의 질문을 받았다. 한국의 고신 교단 부산 모교회가 후원하고 유니온 비전미션이라는 선교단체에서 파송한 K 라는 한 선교사가 2년여 만에 우간다에 몇 백 개의 교회(당)을 짓고 수년 내에 3000개의 교회(당)3000개의 고아원 및 학교 건축을 목표로 대대적인 단기선교 팀을 모집 홍보를 하고 있는데 현장의 선교사로서 어떻게 보느냐?”라는 것이었다. 

개인적으로 일면식도 없고 잘 모르고 타 선교사의 사역에 대해 이런 저런 코멘트를 하는 것이 필드 선교사 입장에서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교회의 건강한 선교 사역이라는 측면에서 한번 짚어 볼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남아공의 한 선교사는 “선교는 목회다. 교회를 개척하고 모금도 많이 해서 교회당을 많이 짓고 책임성 있게 목회와 부흥의 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 교회 개척도 안 해보고 목회도 안 해본 선교사들이 어설프게 선교의 물을 흐리게 한다.”고 비판하였다.

남아공 사역지를 리서치 할 때 미국 선교사들이 큰 교회당을 지어 놓고 흑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철수 한 후 현지 사역자들끼리 서로 “저것은 내 것인 데...”라며 교회당 건물을 가지고 싸우고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는 우리 교회당을 지으면서 토지와 건물을 법인체에 귀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모잠빅에서 사역하는 또 다른 한국 선교사는 정부로부터 교육 사업을 목적으로 땅을 받았는데 어느 날 현지 교회 지도자 한 분이 찾아와 “교회당을 지을 거냐?”고 퉁명스럽게 물었다고 한다. 그 현지 교회 지도자는 그 도시에 큰 교회당을 세운 한국인 선교사를 지목하며 건물이 낡고 보잘 것 없는 작은 자기네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을 다 빼앗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여러 선교지를 여행한 한 친구 목사는 한국인 선교사들이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와 현지 상황을 무시하고 어딜 가나 한결같이 교회당을 짓고 선교원을 운영하는 것이 사역의 대부분이라고 평하였다.

남부 아프리카의 한 선교사는 200여 교회를 개척하고 많은 고아원과 학교를 세웠다고 간증하는 선교사를 보면서 부럽기보다는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바울 같은 신실한 주의 종 한 사람을 세우리라!”, “건강한 신학 건강한 교회 건강한 신앙”이라는 모토로 작은 교회 하나를 섬기는 데 씨름하던 작은 선교사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우간다에서 작은 목회자 훈련반을 오픈 할 때 현지인 목회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편지 한 통씩을 들고 왔다. “교회당이 필요한데 좀 도와 달라. 세를 내야하는 데 좀 도와 달라. 의자를 사야하는데, 악기를 사야하는데 좀 도와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한국인 선교사 한 사람을 잘 만나면 땅도 생기고, 교회당도 하나 생기고 집도 장만할 수 있다는 한국 선교사들의 물량주의 이미지가 이미 깊이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고 놀랐다. 아니나 다를까 가까운 데서 사역하는 분들 중에 “하나님이 교회당 10개를 지으라 했어요.” “선교를 위해 언어를 배울 필요 없어요. 교회당 100개를 지을 예정 이예요.” “내가 지은 교회(당) 하나가 이단에 빠졌는데...”

현지 보건소와 협력으로 이동 보건 의료진료 사역을 하면서 임신부 보건진료를 위한 비싼 초음파기구를 보급하였다. 어느 날 잘 사용하는지 살펴보러갔다. 그런데 그 기구가 방치 되어 있었다. 전기가 안 들어와 사용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그러면 발전기가 없느냐? 있기는 있는데 고장이 났다. 한번 보자.”라고 하여 그럴듯하게 지어진 발전기 저장소 문을 열었다. 독일제 신형 대형 기기였다. 플러그 문제인지, 배터리 문제인지 살펴보았지만 아무데도 문제가 안보였다. 기름이 떨어진 것이 이들에겐 고장 난 셈이었다. 참으로 충격적이었다.

‘이들이 본래부터 이런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누가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정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구의 오랜 물량주의 원조 방식이 아프리카가 이토록 일어서지 못하도록 주저앉히고 있었고, 이들을 무비판적으로 답습한 한국 정부나 NGO, 또는 선교사들의 물량주의 원조 방식이 이들의 정신을 이처럼 처참하게 황폐화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자못 놀랐다.

달콤한 설탕과 같은 물량주의, 또는 무상 원조는 자립, 자조, 자전하려는 아프리카 교회를 위해 극히 위험하다. 한국교회의 교회 개념의 혼란은 선교 필드에서 선교사들에게 그대로 무비판적으로 적용되어 나타난다. 교회란 결코 건물이 아니고 사람이다.(고전 3:16) 건물은 단지 수단이요, 부차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선교사들의 대부분은 많은 교회 건축, 교회 건축 프로젝트에 목을 맨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선교사역 초창기 400여 공립학교 순회 복음 전도를 하는 몇 년 동안 “정 선교사는 교회 개척도 안하고 선교를 안 한다”고 비난을 받기도 하였다. 국내 교회는 다분히 선교사에게 교회당 건축 프로젝트를 기대하고 ‘우리 교회가 어디에 이런 교회를 세웠다’고 성과를 내세우며 성도들에게 도전과 기도 제목을 준다.

선교사 입장에서 건축 프로젝트를 해야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나 후원 교회에 뭔가 보여줄 것도 있고 동기를 부여하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에 이 같은 느낌과 유혹을 갖는 것이 당연한 사실이다. 이런 면에서 파송 및 후원단체는 선교사의 일반적인 사역은 물론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 실질 심사, 필요한 모금 절차, 모금액의 투명한 공금 처리, 집행 과정, 건축의 소유권 등기, 출구 전략에 대한 대책 등 실질 감사를 할 필요가 있다.

현지 상황을 고려하여 장기 사역을 위한 소위 신네비우스적 건축 프로젝트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지만 교회는 결코 시멘트 빌딩이 아니라는 아주 평범한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아프리카 원주민들이 스스로 없고 없는 가운데서, 우리 주님을 향한 뜨거운 사랑과 헌신의 순수한 결과로 비록 초라한 짚으로 지은 아프리카 빌리지 하우스 예배당이 얼마나 귀하고 멋지고 아름다운가? 눈에 보이는 건물보다 보이지 않는 믿음으로 지은 교회가 더 아름답지 않은가?

돈으로만 하려는 선교, 사람의 눈을 의식한 싸구려 노점상 물건처럼 값싼 선교, 바른 길보다는 쉽고 빠른 길 같은 인스턴트 선교의 유혹과 남용을 경계해야 한다.

 

*참고

다시 생각해보는 한국교회 세계 선교전략 (I, II)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177

http://www.newsnjoy.or.kr/news/articleView.html?idxno=22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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