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학내 사태를 겪고 있는 감신대에서 ‘감신대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 소속 학생 30여명이 지난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감신대학교 내 법인처를 점거했다. 2015년 4월에 이은 두 번째 법인처 점거다. 또한 감신대 이종화 학생회장(종교철학전공)은 학내 사태와 관련 7일째 단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감신대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 페이스 북에 게시된 법인처 점거 현장

비상대책위 학생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이규학 법인 이사장 직무대행 즉각 퇴진

▷학내사태 책임지고 이사회 총사퇴

▷총장선출 원천무효 학생참여 보장’ 등이다.

다음은 ‘감신대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 학생들의 호소문 전문이다.

호소문

법인처를 점거하며

 

이종화 종교철학전공 학생회장이 곡기를 끊은지 7일째입니다.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는 시간이 힘겨운지, 긴 한 숨과 짙은 실망이 야윈 천막을 가득 채웁니다. 단식을 시작한 이후로 야속한 하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학생 주권 회복을 말하는 학생대표에게 '극단적이며 불순한 의도를 숨기고 있다'고 뇌까리는 총장직무대행과, 뼈와 살을 깎아가면서까지 요구하지만 여전히 들은 척도 안하는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 때문에 말이지요.

저희들이라고하여 교인들 앞에서 피켓을 드는 일이 쉬울 리 없습니다. 그 일이 쉽고 간단하다면 총장직무대행의 말처럼 저희가 힘 있는 정치 세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한껏 치켜 뜬 눈으로 곁눈질 하는 교회의 어른들이 무섭고, 자극적으로 비쳐지는 모습을 비난하는 학우들과 선배 목회자들의 목소리가 두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일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이 학생들의 현 실태입니다. 학교를 망친 사람들에게 경고하고, 그들이 다시는 학교를 휘저을 수 없도록 견제 할 장치가 학생들에게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국 단식까지 시작하고 말았습니다. 2015년, 하늘에 올랐던 총여학생회장의 심정도 이와 같았겠지요. 아무리 머리를 모으고 방법을 간구해도 학생들의 권리가 문서화되지 않은 감리교신학대학교에서 학생들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법이 인정하지 않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간절함을 담은 외침과 이를 듣지 않는 자들의 이목을 끌만한 행동 뿐이지요. 이에 우리는 2015년의 학우들에 이어 다시 한 번 법인처를 점거하고자 합니다. 부디 학우들께서 저희의 이런 행동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현재 감리교신학대학교의 법인처는 근 3년 동안 불거진 논란의 중심에 있습니다. 학교운영의 법적 공정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법인처입니다. 하지만 현재의 법인처는 2015년 당시 이규학 이사장 퇴진을 외치는 학생들의 SNS를 사찰하고 이를 문서로 보관하며, 교수 회의를 사전 합의 없이 불법 도청하는 등 이규학 이사장의 하수인 노릇을 자임 했었습니다. 2017년 5월 29일인 오늘까지도 그들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규학 이사장을 비호하는 총장 직무대행의 글을 SNS에 게시하고, 학생 복지를 위해 사용해야 할 돈을 이사회 장소인 고급 호텔에 쏟아붓는 행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며, 특정 이사들을 내치고 이사회와 학교를 장악하려는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의 사법논리를 그대로 받쳐주고 있습니다. 법인처는 학교 운영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를 위해선 법적 판결도 중요하지만 사건이 불거진 원인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법적 공방보다 중요한 갈등의 본질에 대해 학생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이를 수행하지 않고 권력 있는 집단에 붙어 비서 노릇을 행하는 법인처는 분명 개혁의 대상입니다. 부디 저희가 법인처를 점거한 이유를 알아주시고 다시는 학교의 기관이 특정 세력을 위한 집단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형사고발의 위험을 감수하고 법인처를 점거한 저희들은 다음의 사람들에게 아래와 같이 호소합니다.

이환진 총장 직무대행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소수의 극단적인 학생'들로 규정하여 불순한 의도를 지닌 세력으로 호도하는 행위를 멈춰 주십시오. 잠시겠지만, 당신이 맡은 일은 권력으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이지, 권력자를 비호하기 위해 학생들을 내치는 것이 아닙니다. 절대로, 특정 총장 후보를 "좌빨 교수"라 호명하고 여성 목회자를 '왈 왈 짖어대는 불독'이라 칭하며, 간절함에 몸을 던지는 학생들을 형사고발하고, 교수들을 향하여 "벌벌 떨게 만들어 자기 앞에 줄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을 비호하지 마십시오. 당신 학교의 학생대표가 7일 째 단식중입니다. 이후에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할 시 저희는 당신을 '이규학 앞에 줄 선 자'로 간주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밝힙니다. 당신의 말씀과 다르게, 2015년은 탐욕적이며 몰상식한 사람을 신학교의 지도자로 세울 수 없다는 학생들의 당위가 견인한 저항의 해입니다.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은 학내사태의 장본인이 맞습니다. 이제라도 그를 책망하고 학생들을 도와 제 역할을 온전히 행하시기 바랍니다.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께 말씀드립니다. 제발, 이제는 선지동산을 떠나 주십시오. 한 학우가 쓰러질 것을 각오하고 무기한 단식 중에 있습니다. 권력과 협박이 무기인 이규학 목사님. 어떠한 겁박과 법적 처벌에도 저희는 굽히지 않을 것임을 결연히 말씀드립니다. 부디, 저희가 머물게 될 이 곳으로 오셔서 사임서를 작성하고 겸허히 떠나주십시오.

학우님들께 호소합니다. 저희의 행동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를 여러분과 다른 학생으로 여기고 배제하지 말아주십시오. 저희 또한 총장이 없는 학교에서 전공 교수가 부족한 가운데 수업을 들어야만 하는, 국가 장학금 혜택조차 온전히 받지 못하는 학생들 중 한명입니다. 등록금을 내면서도 잘못 된 학교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권리조차 없고, 학생대표가 7일동안 단식을 해도 누구하나 움직이지 않는 학교의 무력한 학생일 뿐입니다. 만약 단식을 하는 이가 힘 있는 어른이었어도 이렇게 조용할까요. 부디 이종화 학우가 단식을 중단하고 일상적인 생활을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십시오. 저희는 학우들의 연대와 도움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약한 지체들입니다.

작은 목소리와 몸 짓을 모아서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을 몰아냅시다. 그의 사퇴가 선행하지 않고는 그로 대변되는 감신의 적폐를 청산할 수 없습니다. 그가 선임하게 될 이사장과 차기 이사들은 그와 궤를 같이 하는 이들이 될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이미 3년을 이어온 싸움입니다. 모든 것을 돈과 권력으로 해결하려는 이들에게 더이상 감리교신학대학교를 내어주어서는 안됩니다.

학생주권 회복을 위해 총장 선출에 대한 학생의 권리를 쟁취합시다. 학내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학생의 의견 없이, 분열된 이사회가 뽑은 총장후보들이 어떻게 저희를 대변하고 보호할 수 있겠습니까. 부디 저희와 힘을 합하여 학생의 목소리가 학교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학교, 학교의 어른들이 학생들을 무시하지 못하는 학교, 다시는 학생들이 하늘에 오르거나 곡기를 끊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학교를 세워주십시오. 저희는 이규학 이사장 직무대행이 퇴진하고 총장 선출에 대한 학생참여가 보장되는 순간까지 이 싸움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학우들이 함께하리라는 믿음 으로 법인처와 이종화 학우의 곁을 지키고 있겠습니다. 부디, 감리교신학대학교를 함께 살려냅시다.

-감신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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