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편집인)

'내로남불', 얼핏 보아 사자성어로 보이지만 아니다. 1990년대에 정치권에서 생겨나 현재까지도 온 오프라인에서 모두 쓰이고 있는 말이다. 그 뜻은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준말이다.

이전 까지는 대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사자성어를 썼는데, 원뜻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로 하나의 사건인데 그것을 귀에 걸때와 코에 걸 때, 귀걸이 코걸이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상당히 자의적인 해석을 하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 내키는 대로 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새 정권이 정부를 구성하면서 여러 장관 후보자를 인선하여 국회에 내놓았는데, 여러 가지로 아쉬운 대목이 많음은 사실이다. 현 여당이 야당일 때 이런 후보들이 나왔다면 그 누구도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을법한 구설수들이 많았다.

그러나 인사권자는 후보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높으니까 청문회를 통과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아까운 시간과 돈을 들여 인사청문회를 왜 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일괄하여 후보자를 내고 국민 여론조사에서 50%를 넘기는 후보자를 바로 임명하면 될 일 아닌가?

모 후보는 그가 쓴 책의 글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성 비하논란에 휩싸인다. 역시 이를 두둔하는 쪽에서는 책의 전체 맥락을 보아야지 부분만 떼어서 보는 것은 악마의 발췌라고 비난한다. 본인 자신도 해명 기자회견에서 꼭 같은 말을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신들이 그렇게 해 왔는지 되물으면 어떤 대답을 할까?

지난 대선 때도 그런 일이 있었다. 40여 년 전 19살 때 있었던 일을 반성 차 쓴 글을 가지고 극히 일부만 똑 떼 내어 파렴치한으로 몰아 부친 후보들이 있었다. 그렇게 보자면 그렇게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제일 억울한 사람을 꼽을라치면 지난 정권 때 국무총리 후보자로 인사청문회를 거치면서 자진 사퇴한 분이라 할 것이다.

교회에서 한 강연을 거두절미하고 한 부분만을 떼 내어 마녀사냥을 한 사례를 기억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때도 내로남불, 이현령비현령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어떻게 보면 그렇게 공격하는 것은 한 입에 두 말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어느 한쪽은 거짓말이거나 둘 다 거짓말이거나 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자신의 이득을 얻기 위하여 사람을 죽이기까지 하기에 그것을 자신이 생존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달라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진실만을 말해야 하고 거짓은 모양이라도 버려야 한다. 한 입에서 찬송과 저주가 나와서는 안 된다.(약3:10)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언행이 달라져서도 안 된다. 하나님은 결코 그런 것을 용납하시는 분이 아니시다. 상황논리가 하나님께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 진리의 한복판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우리들이 다시금 가다듬어야 할 자세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목사들은 종교인들이 다 되어서는 세상논리에 함몰되어 따라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저어된다. “그러면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닌가?”한다. 그러나 고신의 설립자가 그런 신앙인이었던가? 모두가 그냥 한번 눈 딱 감고 신사참배하면 만사가 편할 텐데, 국가의례라고 애써 자위하면서 모두가 가는 좋은 게 좋은 길을 거부하고 신사참배운동을 했던 신앙 아니던가?

우리 모두는 그것을 찬동하고 같은 길을 따라 가자고 목사가 된 것 아닌가? 비록 적은 수이지만 고신이 바로 서있으면 한국교회가 바로 설 수 있다. 종교개혁은 한 알의 밀알로 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오직 진리만을 외치는 입에서 전파되는 것이다. 내로남불, 이현령비현령은 그리스도인에게 결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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