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연희(우리시민교회 권사)

나는 아주 작은 섬마을에서 태어났다. 유달리 몸이 약한 탓에 학교에 결석하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워낙 작은 섬이라 병원이나 약국 같은 의료시설이 없어, 부모님은 나를 점집으로 데리고 다니시곤 하셨다.

내 기억으로 마을에는 성도도 없이 목사님 부부만 예배를 드리던 교회가 하나 있었다. 내가 열 살 되던 해, 육지에 있는 교회 청년들의 봉사활동으로 여름성경학교가 열리게 되었다. 나는 처음으로 여름성경학교에 참석하게 되었다. 마을 아이들과 조별로 나뉘어 함께 찬양도 배우고 예배를 드렸는데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여름성경학교 마지막 날 조별 장기자랑 시간이 되었다. 우리 조 선생님은 나에게 대표로 찬양을 하라고 하셨다. 유일하게 아는 찬양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뿐이었다. 떨려오는 마음을 부여잡고 처음으로 용기 있게 찬양을 불렀다. 무더운 여름밤 하늘을 수놓은 많은 별들이 더 반짝거리게 느껴졌다. 나는 2등으로 공책 2권을 선물 받았고, 그날의 여름밤은 세월이 지난 지금에도 미소 짓게 만드는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 후 성인이 되어 서울로 올라오고, 본격적인 신앙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타지에서 홀로 신앙생활을 시작했던 터라 외로움이 느껴질 때면 주님께 하염없이 기도하곤 하였다. 어느 날은 너무 외로운 마음에 ‘주님 다들 부모나 형제들이 중보자가 되어 기도해주는데 누가 나를 위해 기도해주나요?’ 물으니 주님은 불현 듯 어릴 적 만난 여름성경학교 선생님을 떠오르게 해주셨다. 주님께서 그 작은 인연을 기도의 씨앗이 되게 하시어 지금의 내가 주님을 구주로 모시고 살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신 게 아닌가 싶다. 그 은혜를 생각하면 늘 한없이 감사하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시는 주님 마음 본받아, 나에게 맡겨주신 교사 직분을 겸손히 기도하고 사랑하며 섬기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코람데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