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구 목사 /서울영동교회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이란 시입니다.

     이 시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는 말이 세 번 반복됩니다. 시인은 우리 는 새벽이슬처럼 하늘로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하늘에서 밤새 이슬이 내려 풀잎 위에 보석같이 누워 있습니다. 그러다가 아침이 되어 ‘새벽빛’이 비췹니 다. 그 빛이 그 이슬에 살며시 와 닿자, 그 맑고 청아한 이슬은 ‘새벽빛’을 타고  조용히 하늘로 올라갑니다.

     또 시인은 우리는 ‘노을빛’처럼 하늘로 돌아간다고 말합니다. 태양이 하 루 종일 대지를 밝히고 드디어 하루가 마감하는 저녁이 왔습니다. 그때 산기 슭 너머에 걸린 구름들이 ‘노을빛’을 손짓합니다. 노을빛이 포근한 구름 속으 로 하루의 지친 몸을 맡기고 들어갑니다. 구름 속에 안긴 노을빛은 형언할 수 없는 찬란한 빛을 발하며 세상을 물들이면서 서서히 하늘로 돌아갑니다. 그 리고 노을빛이 구름의 품에 안겨 하늘로 돌아가듯, 노을빛과 함께 놀던 아이들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 아버지의 품에 안깁니다.

     우리는 모두 새벽 '이슬’처럼 저녁 ‘노을빛’처럼 하늘로 돌아갑니다. 이런  우리의 삶은 시인이 말한 것처럼 잠시 왔다가 돌아가는 소풍과 같습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머물 수 없습니다. 언젠가 부름을 받을 때 세상 소풍을 끝내고  돌아가야 합니다. 그런데 돌아갈 때 시인은 이렇게 말하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옵니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우리 도 모두 이런 말을 남기고 새벽이슬처럼 또 노을빛처럼 인생 소풍을 끝내고  하늘로 돌아가면 좋겠다 싶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이 땅에 왔습니 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 목적을 알고, 또 이 목적을 어느 정도 이루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할 일이 참 많지만, 결국 사랑하는 일 이 그 핵심입니다. 주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만난 그 누군가를 사 랑하기 위해서 이 세상에 왔습니다. 그런 사랑이 소풍을 끝냈을 때 아‘ 름다웠 더라’고 말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주위에 세상 소풍을 먼저 끝내고 가신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을 보면 서 그들은 새벽이슬처럼 저녁 노을처럼 참 아름다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들 속에서 사랑을 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위해 보냄을 받은 이 땅에서, 주님을 사랑하다가 또 주님의 이름으로 그 누군가를 사랑하다가 소풍같은  삶을 살아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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