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식 하나가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날아왔다. 최경주 선수가 14일 미국 PGA투어 소니오픈에서 나흘간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은 완벽한 승리를 의미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로 우승했다는 소식이었다. 세계 주간골프 랭킹은 자신의 역대 최고 순위인 7위까지 올랐다. USA 투데이는 아예 최경주를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에 이어 3위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나는 그와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과, 그가 주님을 따르는 주님의 사람이라는 사실만으로 괜스레 즐거운 마음이 되어버렸다.


그 소식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이야기가 이어졌다. 최 선수는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고 유족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최경주 재단을 통해 3억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이번에 받은 상금에서 세금을 제외하면 수입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다. 잔을 비워야 또 다른 무언가를 채울 수 있다. 버리는 것이 기적을 만들어 낸다.” 그의 삶의 철학이라 한다. 늘 자신을 비워놓는 일, 새로운 우승컵을 안을 때마다 승리감에 도취되기보다 오히려 자신을 비우면서 자신을 갈무리한다는 것이다. “명예와 부로 가득 찬 잔을 비워간다”는 삶의 철학이 그의 에너지 근원인 것이다.


버림은 손실이 아니다. 버릴수록 채워지는 역설의 진리는 우리를 부요하게 만드는 풍요의 끈이다. 비움의 끈을 잡으면 채워진다. 자기를 비우는 일은 무력한 자의 어쩔 수 없는 삶의 발자취가 아니다. 능력으로 무장된 자만이 할 수 있는 강력한 하나님의 무기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것은 비움으로 생명을 살리는 기적의 사건이다. 빌립보서의 고백대로 “오히려 자기를 비어…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하시자 “하나님이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시고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신 것이다.


비움은 채움이다. 채움으로 부와 명예가 유지되지 않는다. 비울수록 인생은 수많은 아름다움으로 장식되는 삶이 될 것이다. 최 선수의 애창곡마저 모 가수의 ‘빈 잔’이라면 그의 삶의 철학은 공언이 아닌 듯하다.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 이천의 화재 사건 등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우리 가족과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현대사다. 작은 떡 몇 조각, 물고기 몇 마리를 나눔으로 오천명을 먹인 기적의 주인공이 우리일 수 있다. 우리가 그의 비움의 철학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말이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조금씩 채워가는 일에 기쁨을 느끼던 내 삶의 호수에 최 선수의 소식 하나가 큰 파장을 일으키며 번져간다. 파장이 일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내 맘이 아직까지 메마르지 않았다는 증거일 테니까. 또한 주님께서 가르쳐 주신 비움의 미학에 나를 돌이켜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 선수에게 감사한다. 축하의 꽃다발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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