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안수문제, 최갑종 교수 서면 인터뷰

본사가 보도한 화란개혁교회의 여성안수 결정 문제에 대해서 고신대 신약학 송영목 교수가 학문적 입장을 내놓은 이후, 바울신학을 전공한 최갑종 교수가 이에 관한 글을 보내왔다. 본사는 이미 뜨거운 이슈가 된 여성안수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성경신학적 관점의 진지한 토론의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최갑종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했다. 이 토론을 통해서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성경으로 돌아가는 역사가 일어나길 바란다. - 편집장 주

 

최갑종(백석대 총장, 신약학교수) 고신대와 고려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Reformed 신학대학원, Calvin 신학대학원, Princeton 신학대학원, Iliff 신학대학원과 Denver 대학교대학원에서 신약(부전공 구약)을 전공(M.A. Th.M ., Ph.D. in Biblical Studies).

질문 1: 바울은 고린도전서 14:34와 디모데전서 2:12에서 너무나 명백하게 여성도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과 남자를 가르치고 주관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데 어떻게 교회에서 남녀성도들을 가르치고 설교하고 당회를 인도하여야 하는 여성목사가 가능한가?

답변: “여자들은 교회에서 잠잠하고, 가르치거나 남자를 주관하지 말라”는 바울의 교훈으로부터 여성안수를 반대하고 있다는 결론을 유추해 내면, 바울이 고린도교회 여성도들에게 예배에서 이미 기도나 예언에 참예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고전 11:5)과, 바울의 선교사역에 여러 여성사역자들이 있었다는 사실(롬 16:3,7; 행 18:26)과 정면으로 대립될 수밖에 없다. 교회에서 말하지 말고 잠잠하면서 어떻게 교회에서 기도와 예언을 할 수 있으며, 바울과 함께 복음의 동역자가 되거나 교회 지도자가 될 수 있겠는가? 엄밀하게 말해서 고린도전서 14:34-36, 디모데전서 2:8-15의 본문들은 여성안수금지를 위한 규범적인 본문이 아니다. 다만 고린도교회와 에베소교회의 여성도들 중에 복음의 자유를 남용하거나 곡해하여 남자와 여자의 구분, 남편과 아내의 질서까지 부정하여 가정과 교회를 혼란스럽게 함은 물론, 선교의 문까지 닫게 하는 위험을 가져오고 있는 자들에게 준 바울의 특별한 교훈이다.

우리가 이들 본문들을, “예배 시에 머리에 수건을 쓰라”(고전 11:3-16)는 권면이나, 혹은 “거룩하게 입맞춤으로 문안하라”(롬 16:16; 고전 16:20)는 권면처럼, 특수한 역사적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정황에 비추어 해석하여 그 의미와 메시지를 오늘날 적용시키려하지 않고,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구절들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사실상 오늘 교회 안에서 여성이 가르치고 말하는 모든 행위들은 일체 중지되어야 한다. 교회는 여성가대원, 여주일학교교사, 여전도사들을 일체 세우지 않아야 할 것이며, 신학교는 여신학도를 입학시키지 않아야 함은 물론, 목사 후보생을 가르쳐야 하는 여성신학교수들을 세워서도 아니 된다. 여성들은 교회에 올 때 반드시 머리에 수건을 써서 자신의 얼굴을 노출시키지 않도록 당부하여야 하며, 교회 안에서 여성도들은 어떤 경우에서든 말하지 말고 잠잠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질문 2. 구약에서 제사장은 오직 남자에게만 주어졌고, 목사는 어떤 의미에서 구약의 제사장직을 계승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여성이 제사장직인 목사가 될 수 있는가?

답변: 구약에서 선지자가 이스라엘백성들에 대한 하나님의 대변자이라고 한다면, 제사장은 하나님 앞에서 이스라엘백성들의 대변자였다. 그들의 주된 사역은 이스라엘백성들의 죄를 속죄하기 위하여 백성들을 대신하여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중보자적 사역을 감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약의 중보자적 제사장 사역은, 마치 구약의 모든 속죄제물이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화목적, 속죄적 죽음을 예표하였던 것처럼, 장차 이스라엘백성은 물론, 전 인류를 대변하는 대제사장으로 오실 그리스도의 사역을 예표하는 잠정적 사역이었다. 따라서 구약의 제사장은 대제사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오셔서 그 직을 완전히 수행함으로써 사실상 성취되고 종결되었다. 이제는 오직 예수 그리스도만이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으로 계시고 있으며, 우리는 누구든지, 그리고 언제든지, 인종과 신분과 성별을 초월하여 우리의 영원한 대제사장이신 그리스도를 통하여 직접 하나님의 보좌 앞에 나아갈 수 있는 제사장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히 10:19-22). 그래서 신약성경의 저자들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신자들을 가리켜 “제사장”으로 부르고 있다(계 1:6; 5:10; 벧전 2:9). 종교개혁자들이 로마카톨릭 교회의 사제직을 반대하여 “만인제사장직”을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남성목회자만이 제사장직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은 이와 같은 성경의 가르침과 맞지 않는다.

질문 3. 예수 그리스도는 공사역 기간 동안 남자만을 12제자로 선발하였으며, 이들이 나중에 신약교회의 기초를 마련한 “사도들”이 되었기 때문에, 사도직을 계승하고 있는 목사는 당연히 남자만이 되어야 하지 않는가?

답변: 예수 그리스도가 왜 남자만을 12제자로 뽑았는지 우리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신약성경은 이점과 관련하여 어느 곳에서도 명쾌하게 답을 주지 않는다. 예수님 자신이 남자이므로 3년 동안 늘 함께 동고동락하며 순회전도사역을 감당하여야 할 제자 중에 여성을 포함시킬 경우 여러 가지로 불편하고, 오해를 받을 수 있는 당대의 문화적, 종교적, 사회적 상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정확하게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성들도 예수님의 사역에 동참하였다는 사실이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처형을 당할 때 남성제자들은 다 도망을 갔지만 몇몇 여성들이 십자가의 현장을 끝까지 지켰으며, 예수님의 무덤을 제일 먼저 찾아간 사람도 여성들이었고, 부활한 예수님을 제일 먼저 목도한 자도 여성이었고, 예수님의 부활의 첫 증인으로 세워진 자들도 여성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부활한 예수님의 목격자와 증인으로 세워진 사도직은 그 후대에 계승되지 않고, 제일 마지막 사도로 부름을 받은 사도 바울로 종결되었다(고전 15:8-9). 그럼으로 예수님 당시 사도직은 오직 남자에게만 주어졌고, 목사가 사도직을 계승하고 있기 때문에, 남자만이 목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정당한 주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질문 4. 남자인 아담이 먼저 지음을 받았고, 여자인 이브가 나중에 아담의 배필로 지음을 받았으며, 여자가 먼저 뱀의 유혹을 받아 죄를 지었기 때문에, 이브의 후손인 여자가 목사가 되는 것은 부당하지 않는가?

답변: 창세기 2장에 따르면 이브가 아담을 통해 배필로 지음을 받은 것이 분명하고, 창세기 3장에 따르면 이브가 먼저 뱀의 유혹을 받아 죄를 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창세기 1:26-28에 따르면 아담과 이브가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았고, 똑같은 권한과 사명을 받았다. 그리고 가인과 아벨, 에서와 야곱, 이새의 아들들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먼저 난 것이 필연적으로 축복의 우선권과 지배권을 가지지 않았다.

또한 여자가 남자의 “배필”로 지음을 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남자에 대한 여자의 피종속권(被從屬權)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은 종종 하나님이 이스라엘 민족의 “배필”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창 49:25; 출 18:4; 신 33:7,26,29). 그리고 창세기 3장에 나타나 있는 여자에 대한 뱀의 유혹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것은 남자인 아담의 권위에 대한 유혹이 아니라 창조주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유혹이었다. 이것은 적어도 타락이전에는 이브가 아담에게 종속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타락이 아담과 이브 사이에 있었던 사랑과 조화의 관계를 갈등과 불평등의 종속관계로 바꾸었다. 아담은 선악과를 먹기 이전에는 이브를 가리켜, “내 뼈 중의 뼈요, 내 살 중의 살이로다”라고 하였지만, 범죄한 이후에는 선악과를 먹게 된 책임을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한 여자”(창 3:12)에게 돌렸다. 이브는 “남편을 지배하려 하였지만 오히려 남편으로부터 다스림을 받게 되었고”, 거기에다 더 많은 해산의 고통을 지게 되었다(창 3:16). 이처럼 아담과 이브, 남자와 여자 사이의 불평등과 갈등 및 종속관계는 하나님이 세우신 본래의 창조질서에 속한 것이 아니었고, 오히려 인간의 타락과 그것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의 결과였다. 이것은 아담과 이브, 남자와 여자 사이의 갈등과 종속관계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죄와 타락의 문제가 해결될 경우 언제든지 해소될 수 있는 잠정적인 것을 뜻한다. 그럼으로 이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 여자의 차별 없이 “새로운 창조”가 되었고(고후 5:17), 인종과 신분과 성별의 차이가 없는 새 창조시대, 새 언약시대가 도래한 상황에서, 여전히 옛 창조 시대에 타락을 통하여 주어진 것을 근거로 하여 여성의 사역을 제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질문 5. 하나님은 창조 때부터 인간을 남녀로 창조하심으로써, 설사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 그 본질과 신분에 있어서 남녀가 서로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기능에 있어서는 이미 남자의 역할과 여자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는가? 따라서 남자에게 주어지는 목사의 역할을 여자에게도 동일하게 주어진다고 말할 수 없지 않는가?

답변: 하나님께서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신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남자가 여자가 되려고 하거나, 여자가 남자가 되려고 하는 것은 창조질서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목사의 직분이 남자에게만 주어진다고 보는 것이 옛 창조질서에서는 물론,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새로운 창조질서에서 정당화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목사의 주된 사역이 하나님의 말씀의 전파와 교회의 권징과 성찬의 집례 및 봉사와 선교와 교육 등이라고 할 때, 이들이 남자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창조질서에 속한다고 성경이 말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본질(신분)과 직능은, 나무와 열매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처럼, 엄격하게 서로 나누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신분과 대통령의 직능이 어떻게 서로 나누어질 수 있는가? 대통령의 신분이 없으면 대통령의 직능도 불가능하다. 이것은 한편으로 남자와 여자가 똑같이 하나님의 형상의 신분으로 창조되었음을 인정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어떤 직능은 남자에게만 주어졌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만일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결국 동등한 하나님의 형상으로서의 여자의 신분을 제한하거나 차별하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신약성경은 오순절 성령이 남녀의 구분 없이 꼭 같이 주어졌고, 남녀가 꼭 같이 예언하고, 기도하고, 꼭 같이 복음전파사역에 참여하였다고 말함으로써, 근본적으로 남녀의 직능상의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오늘 교회 밖에서는 정치, 경제, 문화, 예술, 교육, 과학, 군사 등 모든 영역에 있어서 남녀의 직능상의 차별을 철폐하고 있다. 그런데 남녀의 차별을 철폐하는데 사회보다 더 앞장을 서서 선도해 나가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성경이 분명히 말하지도 않는 성직에 있어서 남녀의 직능상의 차별을 계속 두려고 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질문 6: 디모데전서 3:2에서 감독의 자격을 “한 아내의 남편”으로, 디도서 1:6에서는 장로의 자격을 “한 아내의 남편”으로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사실상 감독과 장로와 같은 성직은 초대교회에서 남자에게만 허락되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목사와 같은 성직은 당연히 남자에게만 허락되어야 하지 않는가?

답변: 디모데와 디도가 목회하였던 당시 사회는 모든 것을 남자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문화사회였다. 그래서 건덕상, 혹은 선교적 동기에서 디모데와 디도가 목회하였던 교회에서는 감독과 장로를 남자들에게만 허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 시대의 모든 초대교회가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고린도와 로마교회에서는 여성인 브리스길라가 감독이나 장로이상의 교회지도자로 있었고, 뵈뵈는 겐그리아교회의,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빌립보교회의 지도자였다. 더구나 바울은 디모데와 디도에게 감독이나 장로의 자격을 “한 아내의 남편”뿐만 아니라, 각각 자녀를 두고 있는 자로 말하고 있는데(딤 3:4; 딛 1:6), 이것이 자녀가 없는 자는 감독이나 장로가 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만일 이들 본문들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자녀가 없는 사도 바울은 교회의 지도자로 나서지 않아야하며, 오늘 날 자녀가 없는 목사와 장로는 모두 교회에서 사표를 내어야 하지 않는가? 그럼으로 이들 본문에 근거해서 여성의 안수를 반대하는 것은 성경본문을 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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