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대한기독사진가협회 곡촌 장기태 장로의 작품이다.

 

천헌옥 목사 /편집인

오늘도 어김없이 산책길을 따라 운동을 나선다. 골목길을 지나갈 때다. 할머니 한분과 젊은 새댁 등 몇 사람들이 반가운 조우를 하는 듯 보인다. 언듯 들리는 말에 권사, 집사 자매 등의 단어가 호칭으로 쓰이는 것을 보면 같은 교회 교인인 것이 틀림없었다. 그들을 지나쳐 그들의 소리가 작아지려는 순간에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 권사님이 젊은 집사에게 하는 것 같아 보이는 말이 잡사, 잡사 하는 것이다. 그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렸기 때문에 가던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렇게 다정해 보이던 분들이 왜 이러나 갑자기 호기심이 생겨 슬금슬금 그들의 곁으로 다가가보았다. 할머니 권사님은 젊은 집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갖 등록한 새댁에게 하는 말이었다. 아니 그는 집사도 아닌데 왜 그를 보고 잡사라고 했을까? 그 교인이 어디서 사기를 치고 왔는데 들통이라도 난 것일까? 점점 더 궁금해 졌다.

유심히 살펴 본 결과 그것은 오해였다. 할머니 권사님은 그 새신자에게 검은 봉투에 담긴 참외를 건네는 중이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권사님이 드세요.” 덜렁 받을 처지는 아니었다. 마땅히 그녀는 사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런데 권사님의 사랑은 강권적이었다. 기어이 그 손에 봉투를 쥐어 주면서 “잡쏴, 잡쏴”한 것이었다. 잡쏴는 잡수세요를 사투리로 하는 말이었다. 할머니 권사님의 잘못이라면 다만 그 목소리가 컸던 것 뿐이었다. 그래서 이 어리석은 사람이 잡쏴라는 강권적인 사랑의 말을 잡사로 오해했던 것이다.

그렇고 그런 집사를 잡사로 부른다면 그렇고 그런 목사를 먹사로 부른다. 영혼은 없고 먹물만 들어서 말만 잘한다고 먹사로 부른다면 그래도 그것은 잘 대접한 편이다. 전국에 맛집을 훤히 꿰뚫고 자기 차도 아닌 교회 차를 타고 그런 맛 집들을 순회 심방(?)하는 목사를 가리켜 먹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먹는다기보다는 보이는 족족 집어 삼키기를 좋아하는 목사, 돈을 집어삼키고, 목회보다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목사, 교회야 어찌 되든 말든 자기 배만 채워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목사는 먹사이다. 왜 목사로 부름 받아 먹사로 끝내려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들은 심판도 없는 듯한 방종한 생활를 이어간다. 한국의 대형교회 목사들이 그렇게 먹사로 끝을 맺었다. 오늘도 그들의 길을 보면서도 그 길을 가려는 자들을 본다. 가난한 호주머니를 털어 새신자에게 온갖 정을 주려는 권사님이 천국에서 받을 상급이 크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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