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16일에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한국기독교연합회(이하 한기연) 창립총회가 있었다. 그런데 고신은 여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 참석하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확실히 모르지만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로부터 “역시 고신은 분리주의 교회”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의하면, 고신 총회장 배굉호 목사는 한기연 조직을 주선했던 교단장회의에 보낸 편지에서 “현재 상황은 한국교회를 새롭게 하자고 했던 통합정신에 합당하지 않다.”면서 참석치 않았다고 한다. 통합기구(한기연) 조직에 따른 미비점이 해결되지 않았고, 교단장회의에서 약속한 일도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통합명단에서 고신은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다 것이다.

약속한 일이란 통합기구를 만들 때 정부로부터 인가된 신학교를 가진 22개 교단으로만 하자고 요구했다는데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 구자우 사무총장은 “우리 교단은 건전한 개혁정신을 갖고 한기연을 출범시킨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동참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현재 마련된 정관으로 보면 한교연에 가입하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어서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그런 주장에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약 400여 교단으로 갈가리 찢겨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을 부정해버릴 수 없는 것 아닌가? 교회통합을 어느 정도라도 이루려면 미인가 신학교를 가진 교단이라도 불건전한 신학을 가진 교단이 아니라면 서로 인정하고 연합하는 것이 더 잘 하는 일이라고 본다. 만약 인가된 신학교 유무를 조건으로 회원권의 유무를 결정한다면 훨씬 더 많은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우선 한기연에서 제외된 군소교단들은 따로 뭔가 기구를 만들 수도 있고, 아니면 뿔뿔이 흩어져서 사사시대처럼 각자 소견에 옳은 대로 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신학적인 감독과 감시가 불가능하게 되고, 한국교회 전체로 보면 혼란이 가중되거나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본다.

고신이 진정으로 개혁주의대한교회 건설에 사명감과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연합기구들을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개혁운동을 주도해야 하지 않겠는가. 상대가 개혁주의적이 아니라는 자의적인 판단으로 연합운동에 소극적인 자세를 갖는다면 가나안 땅을 정탐했던 열두 명의 정탐꾼들 중 열 명의 정탐꾼들이 스스로 메뚜기로 자처했던 것과 별반 다름이 없다.

고신의 설립자인 한상동 목사는 평양에서 남하하여 서울에 잠시 머물고 있을 때 주위의 목사들이 신학교를 서울에서 시작하자고 간청하였으나 끝까지 수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총회 때마다 신학교를 수도권으로 옮기자는 주장이 나왔는데 그럴 때마다 그는 ‘서울에 가면 신학이 좌경화될 수 있다.’며 반대하였다고 한다. 어쩌면 고신에는 이런 에토스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교회의 연합과 일치는 예수님이 유언처럼 남긴 가장 큰 기도제목이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디나 가서 무조건 연합에 참여하자는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 연합운동을 기피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소원과 기도를 무시하거나 배신하는 것이다. 제발 고신이 분리주의 교단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았으면 한다.

더 두려운 것은 승천하시기 전에 그렇게도 간절히 하나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으로부터 질책을 받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나 언제나 어디서나 가장 우선적으로 그리스도께 먼저 물어보고 그에게 귀를 기우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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