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수희 (우리시민교회 집사)

첫 아이를 키우며 예쁘다는 감정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시댁에서 혼자 육아를 시작했고, 남편은 그때 잠시 외국에 나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아빠는 매일 저녁 컴퓨터 화면에서 만나는 존재였고 가끔 다녀가는 방문객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우리시민교회 여름성경학교 모습

시집살이도 낯설었고 아기 키우기도 어설펐던 엄마는 아이의 작은 잘못에도 기다려주고 이해해주는 관대함보다 육아 책에서 섭렵한 정형화된 훈육과 엄한 잣대가 항상 먼저입니다. 어디를 가든지 아이가 참 예쁘고 반듯하다는 주위의 칭찬이 나쁘지 않았던 엄마였기에 아이를 잘 키워왔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사자가 어린 짐승을 잡아먹는 사진을 보며 "이 사자는 매운 고기를 먹는다."고 색다른 표현을 해주었던 세 살 아이는 어느새 열세 살이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엄한 틀이 좁고 답답했다는 듯 어쩌면 다른 모양의 틀을 만난 듯, 아이는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모양새로 변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낯선 아이의 모습은 아빠에게도 무방비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아이의 모양을 엄마의 마음에 맞게 오려내는 육아법 대신 하나님은 당신의 방법으로 기도하게 하십니다. 내 마음대로 디자인하듯 만들어온 모양새 따위는 버리고 아이를 자유롭게 하라는 마음도 주셨으며, 아이가 받았을 상처도 살피게 하십니다. 넉넉함도 느긋함도 준비되지 않은 엄마는 말없이 믿음으로 기다려야 하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부모의 통제가 아닌 그분의 통치만을 바라며 기도가 깊어질 때 새로운 믿음의 관계가 생길 수 있음을 깨닫게 하십니다.

“하나님을 만난다는 게 뭐예요?” 세 살 꼬마처럼 새삼스럽게 질문하는 아이, 이 의문의 질문이 가장 좋으신 하나님을 만나는 응답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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