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가을입니다. 영낙없는 가을 날씨입니다. 밤 잠자리에 제법 따뜻한 이불이 필요해지는 시점입니다. 가을에는 생각할 일이 많습니다. 쌀쌀해지는 가을 날씨에 옷깃을 여미며 자신을 새롭게 단장하고 싶어집니다. 우리의 영적 삶도 무슨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가을에 지난 해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를 되새겨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이 가을에 기도의 영을 부어주시도록 기도하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그리고 애틋하게 주님의 보좌를 흔드는 기도의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다음 한 주간 동안 비상(非常)한 마음으로 새벽 일찍, 혹은 밤을 새우며 함께 북한의 핵무장, 무력통일시위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해야 합니다. 아울러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몰아치는 반성경적인 동성애합법화를 앞세운 추악한 퇴폐적인 행태에 맞서 건강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아름다운 모국어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 가을에는 정말 특별하게 기도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종교개혁 오백주년을 보내면서 하나님 앞에 새로운 영으로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이웃을 얻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김현승시인은 가을에 사랑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는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만 우리는 이 가을에 나의 사랑을 쏟아 붓고 주님의 사랑을 알게 하고 싶은 한 영혼을 가슴에 품고 기도하기를 시작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제대로 가꾸어 가야 할 것입니다.

정말 안타까운 세월이 흐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금수강산 내 조국이 늘 전쟁의 위기 속에 있어야 하는지 기기 막힙니다. 풍요의 복을 주셨는데, 왜 사람들은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온갖 부도덕한 일에 열심을 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호올로 앉아 인생이 반드시 가야할 길을 직시하는 지혜를 얻는 가을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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