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당 앞에선 김학우 목사 부부

기독교를 보호했던 콘스탄티누스 대제는 그 이전까지 받아왔던 성직자에 대한 세금과 교회 재산세를 면제했다. 유럽에 있는 성직자들은 그 시대의 통치자들이 교회에 대해 너그러우면 세금이 면제되기도 했고, 그렇지 않으면 부과되기도 했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국민의 의무로서 납세가 모든 사람에게 예외일 수 없다는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미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에서 성직자들도 소득세를 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은 국민 정서에 부합되는 것이라고 모든 국민들로부터 크게 환영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 개신교회는 일부 교회나 극소수 성직자들을 제외하고는 이 부분에 대하여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있다.

 

교회는 면세, 목사는 과세인 유럽
나는 유럽에서 목회하는 동안에 세 번씩이나 정부 산하에 있는 종교부처에 교회를 등록한 적이 있다. 또한 실제로 사단법인 이름으로 건물을 구입하여 지방세금 및 기타 세금을 면세 받기도 했다(금년도부터 유럽 일부 지역은 교회도 세금을 내도록 결정한 바 있다).

교회는 비영리 단체인 “사단법인”에 해당된다. 유럽을 비롯 어느 나라든지 대부분 비영리 단체는 정부로부터 크고 작은 혜택을 받기 마련이다. 유럽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이는 교회가 직, 간접적으로 공공유익과 지역사회를 부양하는 목적으로 세워졌기 때문에 그렇다. 크게 정부입장에서 보면 사단법인 단체가 하는 일들이 정부가 장려하는 일들보다 많기 때문에 사단법인에게 면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교회에 속한 성직자는 예외 없이 의무적으로 세금을 꼭꼭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성직자들에게 세무상 많은 혜택을 주고 있다. 교회가 성직자들에게 지급하는 사례비 중 주택보조비를 구분하여 지급하는 경우 주택보조비에 대하여는 소득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따라서 성직자에게 지급하는 사례비 중 주택보조비로 구분하여 지급할 경우 소득세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유럽의 경우는 미국과 다르다. 유럽은 교회가 성직자에게 사례비와 주택보조비를 구분하여 지급하더라도 정부는 오히려 두 금액을 합산하여 일반인들과 동일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거기에다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인 퇴직금, 실업수당 그리고 의료 보험금을 별도로 내고 있다. 외국인의 경우 비자를 발급 받기 위해서나 계속 체류증을 받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첨가해야 하는 것이 바로 보험증서와 세금증서이다. 교회가 목사의 퇴직 후의 생활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고 정부가 이를 담당하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보험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

프랑스 혁명 이전 유럽에서 성직자와 귀족들이 세금을 감면 받았던 것과는 달리, 오늘의 유럽 성직자들의 대부분은 아무 불평도 없이 매달 세금과 은퇴 연금을 꼬박꼬박 잘도 내고 있다. 퇴직 후에 자신에게 더 많이 돌아올 것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담임목사 사택은 면세, 부목사 사택은 과세인 한국
몇 년 전 한국에서 담임목사가 사는 사택의 경우 지방세가 면제되는 판결이 나왔지만 부목사나 선교사가 사는 사택은 지방세 과세대상에 해당된다는 판결이 나온 적이 있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비영리 단체인 교회의 토지 중 종교목적에 직접 사용되는 것은 지방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부목사와 그 가족들이 거주하는 사택이나 선교사 숙소는 예배 및 포교에 필수적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지방세를 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유럽의 경우 건물을 구입하는 주체가 사단법인이냐 개인이냐에 따라 과세, 비과세를 결정하지만 한국의 경우는 사단법인 소속인가 아닌가보다는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과세, 비과세가 결정되고 있는 형편이다. 담임목사 사택뿐 아니라 부목사 사택 또한 분명 비영리단체인 교회에 속한 건물이지만 부목사나 선교사가 거주한다는 이유 때문에 목사가 거주하는 건물과 차이를 두고 있는 것은 이해되지 않는 실정법이다.

재판부가 아직 교회에 속한 담임목사의 사택만큼은 세금을 매기지 않고 있는 것은 “포교에 필수적” 요소 때문이 아니라 교회의 대표성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즉 “목사 사택의 세금은 곧 교회의 세금” 이라는 등식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부분만큼은 남겨놓은 듯하다. 부목사, 선교사 사택에 대한 과세에 이어 교회가 직접 사용하고 있는 교육관, 주차장 등 부대 시설에 대한 과세도 우려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재판부의 판례는 사회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조성된다면 언제든지 담임목사의 사택도 세금징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 놓고 있다.

이처럼 정부가 타종교를 비롯하여 기독교를 향하여 세금의 손길을 점점 뻗치려고 시도하는 것은 교회 조직이 대형화되면서 물량주의로 비대해진 것이나 성직자가 마치 최고경영자(CEO)가 된 것처럼 비쳐진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현재 한국 종교단체들은 “비영리법인” 중에서“공익법인”으로 분류돼 대부분의 세금을 면제받고 있다. 면세 혜택의 근거가 바로 비영리성, 종교활동의 공익성, 성직자의 청빈성 때문인데, 이러한 근거가 무너지면서 세금문제가 대두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작금에 정부에 대한 교회와 종교에 대한 세금 압박은 그 동안 여타의 종교와 함께 한국교회가 토지, 부동산 매입 등 경제적인 규모를 키워온 만큼 비 영리단체의 목적과 기능을 감당하지 못한 탓도 부인할 수 없다. 비영리단체인 교회에 대한 과세 현상은 교회가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나눔에 대한 관심이 멀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제, 목사님도 세금을 내야죠?
과거에는 정부가 교회나 성직자들을 향해 세금을 내라고 했을 때는 모두 종교적 교리와 자유권 침해라는 이유를 들어 “세금불가”라는 목소리를 함께 냈다. 그런데 요즘은 교회뿐 아니라 법당 안에서까지 성직자들도 우리와 똑같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그 말에 대꾸하기 보다 심사숙고하는 분위기이다. 같은 종교에 속한 평신도들이 지도자들을 행해 “목사님, 신부님, 스님도 이제 세금을 내야죠?”라고 하는 말에 대해 어떤 지도자들도 무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가장 발 빠르게 성직자들이 자진하여 세금을 내겠다고 결정한 단체가 바로 천주교회다.

천주교회가 공적 재산과 사유재산이 개신교보다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개신교보다 세금에 대하여 비교적 관용적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개신교회는 공적 재산과 목사의 재산이 엄연히 구분되어 있는 데 비해 천주교회는 거의 모든 재산이 교회에 속해있어 신부 개인의 사적 재산은 거의 없는 편이다. 이것은 일반적으로 개신교 목사가 천주교 신부보다 사유재산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목사가 신부보다 받는 급료 가운데 세금을 내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또 한 가지는 천주교 신부는 개신교 목사와 달리 가족을 부양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비교적 세금에 대한 부담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이런 이유와 상관없이 천주교회는 “소속된 교회나 성당에서 받는 목사나 신부 등의 월급도 고용관계에 따른 근로의 대가라면 당연히 갑종근로소득에 해당되며, 이에 따라 당연히 원천징수를 해서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는 국세청 견해를 그대로 수용했다. 국세청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성직자도 일반 직장인들처럼 소득세법에 따른 근로소득자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한 수 더 떴다.

예나 지금이나 정부의 관리나 행정부에서 모든 종교의 성직자들을 향하여 세금을 내라고 한다면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하지만 그 종교에 속한 많은 평신도들이 “목사님, 신부님, 스님도 이제 세금을 내야죠?”라고 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한국교회는 갈수록 미국이나 유럽교회 제도를 긍정적으로 보는 평신도들로 채워져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성직자의 세금문제가 더 부각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국교회가 세금을 교리적인 문제와 연관시켜 이해한다면 풀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교회가 세상에 대한 능동적인 봉사와 사명, 선교적인 사명을 수행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의 비과세와 목사의 비과세가 다르다는 개념부터 정립해야 할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도 성직자들이 솔선 수범하여 세금을 내는 것이 세상에 덕을 세우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과감하게 세금을 낼 수 있어야 하고, 덕을 세우는 문제보다 더 선결된 교리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여 비과세를 고수한다면, 만인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성경적인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해야만 할 것이다.

한국교회가 담임목사 사택은 비과세, 부목사 선교사 사택은 과세라는 어정쩡한 시스템을 피동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차라리 유럽처럼 교회는 비과세, 성직자 개인은 과세라는 제도를 교회가 능동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훨씬 더 세상에 덕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학우목사는

1982년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M.D)
1984년 대한예수교 장로회 부산노회(고신)에서 목사안수.

1985년 교포선교사 인준을 받아 스페인 라스팔마스 한인교회를 개척

독일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한인교회를 차례로 시무.

2003년 마드리드에서 대한예수교 장로회(고신)사랑의교회를 개척하여 현재까지 시무.

 

가족으로

아내, 배은순과 아들, 주삼은 독일 프랑크푸르트 대학 재학중이며,
딸, 주일 또한 독일 하이델 베르그대학 재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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