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파 목사, 일본군위안부, 독립 운동가들의 공통점은?

오병욱(하나교회 담임목사)

우리나라 대한민국, 좋은 나라입니다. 시내도로만 아니라 고속도로, 국도, 지방도 등 사통발달로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을 잘 만들어 놓았습니다.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 올레길, 둘레길, 갈매길 등 산책길이 있습니다. 튼튼한 다리와 마음의 여유가 있으면 금수강산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 길에서 풍광을 즐기며,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분에게 그 길들은 그림의 떡인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가을에, 사랑하는 우리성도님들이 그 길들을 걸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걷는 것이 건강에 큰 도움이 되나봅니다. 의학의 아버지라는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최고의 약은 길을 걷는 것이다.”라 하였답니다. 조선의 의학자였던 허준도 동의보감에서 “좋은 약을 먹는 것보다는 좋은 음식이 낫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보다 길을 걷는 것이 더 낫다.”고 하였답니다. 걷는 것은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차분해집니다. 여유를 느낍니다. 보고 듣는 것도 많아집니다. 걸으면 몸은 덜 피곤하고, 삶은 더 풍성해집니다.

가평에 있는 필그림하우스에는 ‘천로역정 순례길’이 있습니다. 양평에 있는 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에는 ‘주기도문 산책길’이 있습니다. 공세리 성당에는 ‘십자가의 길’(Via Dolorosa)이 있습니다. 기회 있으면 우리성도님들과 같이 가보고 싶은 길들입니다. 모두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길입니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는, 나를 위하여 고난 받으신 예수님을 묵상합니다. 주기도문 산책길을 통해서는, 주기도문신앙을 회복합니다. 천로역정 순례길을 통해서는, 순례자인 자신의 삶을 돌아봅니다. 그냥 길을 걷는 것보다, 의미 있는 길은 우리의 영혼도 윤택하게 합니다.

대한기독교사진가협회 임정현님의 작품

언젠가 읽었던 시의 제목이 다시 생각납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역사 된다면...”입니다. 우리가 가고 있는 길들은, 이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역사의 길입니다. 500년 전에 종교개혁자들이 걸었던 길을 우리가 따라 걷고 있습니다. 거대한 불의에 항거하며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갔었던 길을, 지금 우리가 편히 갑니다. 지금 우리가 걷는 길도, 후손들이 따라 걸을 길입니다. 후손들이 올바른 길을 가도록, 우리가 힘들어도 개혁적인 길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연휴에 영화 ‘아이 캔 스피크’(I can speak)를 보았습니다.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갔다 와서, 평생 말 못할 한을 품고 살아가는 할머니이야기였습니다. 우리교회는 고신총회에 속해 있고, 나는 고신교단의 목사입니다. 고신교단의 역사 이면에는 20세기 초 일본의 악행이 있습니다. 그래서 일제에 의해 고초를 당했던 일본군위안부와 독립 운동가들과 동지의식을 느낍니다. 시대의 아픔을 함께 겪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그분들의 아픔과 얼마나 함께 하였나하는 반성과 부끄러움이 몰려왔습니다.

나는 지금이라도 고신교단의 이름으로 그분들에게 다가가고 싶습니다. 생존해 계신 서른여섯 분의 할머니들이 다 돌아가시기 전에 한 번씩 일본군위안부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 집회’에도 가고 싶고, 할머니들의 쉼터인 ‘소망의 집’에도 찾아가고 싶습니다. 늦었지만 한번이라도 그렇게 하는 것이 고신목사와 성도들의 역사적인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여 내가 걷는 이 길이, 하나교회의 작은 몸짓이 고신교단의 작은 역사가 되면 좋겠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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