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꽃들에게 축복이! - 최병규
창경궁의 온실엔 무슨 꽃이 피고 있을까?
기대를 가지고 가는 길은 즐겁다.
나의 기대는 온실에 가기도 전에 찾아왔다.
언덕의 응달쪽에 가느다란 빛이 조명되어 비치고 있었다.
한 그루의 나무 밑둥치에 손가락만한 꽃이 조명 속에 빛난다.
예쁜 보랏빛 꽃은 여러 종류 중의 하나, 꽃향유였다.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시선을 맞대었다.
얼마나 작고 예쁜가? 가을꽃답게 하나 둘 떨어진
낙엽 속에서 고개를 내밀어 나를 바라본다.
가녀린 한줄기 바람결에도 하늘거리며 보랏빛 미소를 전한다.
가을엔 땅바닥에 엎드릴 때 진드기를 조심하라 했지만
그러나 그날만은 예외로 하고 싶었다.
자신을 축복하며 마치 세례를 주듯 빛 가루를 뿌려주던
태양에 감사하기라도 하듯 꽃향유는 기쁨에 겨워 춤추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나로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충만케 했다.
보잘 것 없는 작은 존재지만 하나님을 노래하고
그에게 시선을 맞대면 꽃향유처럼 봐주지 않으실까?
찾는 이 없은 고적한 곳에 있더라도 내가 꽃향유에게 다가간 것처럼
아마도 그렇게 하나님은 작은 우리에게도 다가와 주실 것이다.
우리가 산야에 핀 들꽃들을 쳐다보러 가듯이
하나님도 종종 우리를 보러 오실 것이다.
꽃향유에게 햇빛을 주시는 그분은
가련한 영혼들에게 거룩하신 빛을 비추셔서 행복에 겹게 하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