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

십자가는 말하지 않지만 예수께서 죽으신 십자가는 지금도 큰 울림의 메시지를 전한다. 사람도 말은 하지 않지만 말씀하시는 분이 계시고 말없이 목사를 가르치는 설교자도 있다. 오늘 나는 그런 분이 천국으로 귀향하는 것을 환송하였다.

한차남 권사, 이제는 故人이 되신 그분을 30여년 전에 목사와 교인으로 만났다. 나이 차이로는 아들뻘이었지만 목사로 지극히 사랑해 주셨다. 그리고 믿음 없는 나를 말없이 이끌어 주신 분이었다. 故人은 나를 스스로 고민하게 하고 스스로 결단할 수 있도록 하셨다. 말씀은 하지 않으면서 무언의 행동으로 하게 만들었다.

내가 한마음교회에 부임하고 2년여 정도 시간이 지난 어느 주일 제법 두툼한 봉투가 헌금으로 올라왔다. 봉투에는 건축헌금, 한차남 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 헌금은 몇 년 동안을 자녀들이 다녀가면서 드린 용돈을 차곡차곡 모아 현금 그대로 바친 것이어서 제법 큰돈이었다.

나는 지금 교회 형편이 건축을 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에 그리 마음에 두지 않았다. 20여명의 중고등부와 10여명의 청년들, 한권사님을 포함한 어른 4명의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물론 당시 교회당은 낡아서 비가 세고 있었지만 수리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목적헌금이었기에 따로 관리를 하도록 했지만 몇 달 지나면서 잊어버렸다. 그러자 6개월 정도 지나고 나서 다시 한권사님의 건축헌금이 올라왔다. 그때는 오래 동안 고민을 했다. 목사도 생각지도 않는 일을 한권사님은 계속 기도하면서 바라고 계시니 이 일을 어쩐다?

오래 기도하면서 고민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건축 운도 떼지 못하는 이 믿음 없는 목사를 질책이라도 하는 듯, 한 권사님은 다시 건축헌금이라는 목적헌금을 하셨다. 나는 회계집사님이 건네 준 그 봉투를 붙들고 한없이 울었다.

고인이 어떤 돈으로 건축헌금을 드렸는가를 알기 때문이었고 기도의 줄을 놓지 않으시고 계속 기도하시면서 드렸다는 사실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기적이 아니고는 건축할 수 없다는 사실 앞에서 울었다. 그리고 나를 목사라고 믿어주며 건축헌금을 바치는 것이라 생각하며 울었다.

일주일을 울고 마음에 매임을 받아 다음 주일 예배 때에 건축을 선언했다. 그랬더니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교회는 놀라운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각각 1백만 원의 헌금을 작정한 중고등부 학생들이 새벽 신문을 돌리기 시작했고, 청년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헌금을 했다. 그동안 늘어난 장년들도 헌금을 작정한다. 거의 이윤을 남기지 않고 노동의 대가만 받고 건축하시겠다는 장로님이 나셨다.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게 교회당은 지어졌다.

한권사님의 헌금은 씨앗이었고 마중물이었다. 그동안의 오랜 기도는 기적을 불러왔다. 정작 본인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으셨지만 “만일 너희에게 믿음이 겨자씨 한 알 만큼만 있어도 이 산을 명하여 여기서 저기로 옮겨지라 하면 옮겨질 것이요 또 너희가 못할 것이 없으리라.”는 마태복음 17: 20절의 말씀을 저에게 설교하신 위대한 설교자셨다.

교회당이 완공되고 직분자들을 임직할 때, 내게 다시 고민이 시작되었다. 정작 직분을 받으시기에 지극히 합당한 자격을 가지신 분이 70세가 넘었으니 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결단을 했다. 당시에는 교단이 법으로 금지하지 않았기에 고인을 명예권사로 추대를 했다. 그래서 권사님이 되셨고 권사님으로 30여년을 지나시다 이제 천국으로 귀향한 것이다.

장례예배를 마치고 고인릐 사진을 들고 나오고 있다.

한국나이로 100세, 자녀들이 둘러앉아 가정예배를 드리는데, 박수도 치시며 찬송이 끝나자 할렐루야를 외치신 고인은 아야라는 한마디도 없이 예배 중에 그대로 천국에 가셨다. 갑자기 순식간에 가신 것이다. 병원은 장례식장에 오신 것 외에는 입원하지도 않으신 분이다. 아들의 목회활동에 곤란할까봐 마침 스케줄이 없는 절호의 기회에 천국에 가신 것이다.

한차남 권사, 고인은 김철봉 목사(사직동교회)의 친모이시다. 나는 위의 내용으로 10월 21일 드려진 장례예배에서 조사를 했다. 김철봉 목사는 인사말에서 “어머니는 하나님의 나라에도 큰일을 하셨지만 이 나라를 위해서도 큰일을 하셨습니다. 나라가 상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어머니 밑으로 후손이 무려 106명이 되기 때문입니다. 6남 2녀를 낳으시고 3대 손까지 보셨으니 참 대단한 일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자녀들이 다 신앙 안에 있으니 천국 가셔서 상급을 많이 받으실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차남 권사님 많이 보고 싶습니다. 천국에서 뵈옵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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