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하심에 감사하는 정책당회 되기를

김대진 목사(편집장, Ph.D.)

이 맘 때 즈음 교회들은 행정당회 혹은 정책 당회를 연다. 다가오는 새해의 목회와 교회 살림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행정당회에서 다루어지는 안건들은 신년 목회계획, 그에 따른 인사 조치, 교회의 중요 행사 결정, 그 밖에 제직회와 공동의회에 내 놓을 예·결산 안건 등 이다. 따라서 연말 정책당회는 교회의 가장 중요한 행사 가운데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 정책당회를 통해서 목회자들은 한 해를 정리하고 반성하며 새해를 계획하고 준비한다. 어떤 목사들은 행정당회를 앞두고 기도원에 올라가기도 한다. 어떤 교회는 정책당회 즈음 당회원들이 숙식을 같이하며 친목을 도모하기도 한다. 행정당회가 은혜 가운데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결정을 하면 온 교회가 힘을 얻기도 한다.

정책당회 중요 이슈는, 돈?

그런데 행정당회가 문젯거리가 될 때도 있다. 올해 재정의 결산과 신년 예산 안을 다룰 때이다. 작년에 세운 예산대로 재정이 충족되고 집행되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교회 재정이 예산을 채우지 못했을 때는 야단이 난다. ‘왜 예산이 채워지지 못했는가? 문제가 무엇인가? 교인 수가 줄어들어 그렇다. 교인 수는 왜 줄었나? 목회를 못해서 그렇다. 심지어 목사의 설교가 도마에 오르기도 한다.’ 교회 재정이 작년에 세워둔 예산을 채우지 못하면 행정당회 내내 담임목사는 가시방석에 않게 된다.

이런 상황은 내년 예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목사의 사례를 삭감해야 한다느니, 돈 많이 드는 교회행사는 줄이라느니, 외부 지원을 끊으라느니, 부교역자 수를 줄이라느니, 심지어 주보의 페이지 수를 줄이라느니’, 등등의 의견들이 터져 나온다. 돈 문제가 나오는 순간 기도하며 정성껏 준비한 신년 목회 계획서는 별 관심을 받지 못한다.

목사를 경영인으로 훈련? 시키는 정책당회

행정당회의 주요 이슈가 돈이라는 것을 포착한 젊고 능력 있는 목사는 내년에 어떻게 목회를 해야 할지 금방 배운다. 예산을 채울 뿐 아니라 넘치게 하는 목회 기술과 설교 기술을 어디선가 배워서 실시한다. 드디어 다음 해 행정당회가 열린다. 이번 당회는 작년과 분위기가 다르다. 똑똑하고 능력 있는 목사는 예산을 채웠을 뿐 아니라 초과 달성했다. 교회 통장에 돈이 두둑하다. 행정당회에 내 놓은 담임목사의 목회계획은 일사천리로 통과된다. 목사에게 이상한 힘이 생긴다. 이런 일들이 몇 해 계속되면서 담임목사는 전문경영인 못지않게 된다.

성경적 가치보다는 돈이라는 이슈가 중시되는 행정당회의 모습이다. 담임목사는 어느덧 목회자라기보다는 경영자 혹은 행정가가 되어 간다. 성경적 가치관에 의해서 재정을 지출하기 보다는 비즈니스 관점에서 재정을 사용한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목사를 장사꾼으로 훈련시키고 목사의 설교까지 변질되도록 가르친다. 똑똑한 목사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배워 교회 경영인으로, 돈을 남기는 설교자로 우뚝 선다. 그렇지 못한 목사는 도태된다.

돈이 아니라 말씀이 다스리는 정책당회 되기를

올해 각 교회의 행정당회는 돈이 아니라 말씀의 다스림을 받았으면 좋겠다. “재정은 채워지지 않았지만 목사님 한해의 목회는 성경적 목회였습니다. 내년에도 말씀 중심의 목회 해주세요. 새해에도 성경 중심으로 설교 해주세요.” 이런 이야기가 들리는 행정당회를 꿈꾸어 본다. 이렇게 말씀중심의 행정당회를 하는 교회들이 있다면 부목사들을 참석시켜 바른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돈의 지배를 받지 않고 말씀을 따른 다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현장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람데오닷컴사도 얼마 전 결산운영위원회로 모였다. 목사 장로들이 모인 코닷 행정당회?의 주요 이슈는 적어도 돈은 아니었다. 예산을 ‘채웠느니 못 채웠느니’의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지원해 주셨던 하나님과 교회와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가 더 컸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공급해 주심에 감사하며 코닷이 해야 할 사명에 집중하여 내년 예산을 세웠다.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내는 기사,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니라 한국교회와 고신교회를 세우는 기사, 성경적 가치관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기사를 송출하며, 온라인 생태계에 하나님의 숨결을 불어 넣는 일에 집중하기를 원한다.

공급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당회가 되었으면

교회도 마찬가지 아닐까? 재정이 예산을 채우지 못했을 지라도 그동안 공급해 주신 주님의 은혜가 더 큰 것 아닌가? 각 교회의 올해 행정당회는 일 년 동안 돌보시고 공급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당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에도 함께 하실 주님을 신뢰하고 찬양하며 믿음으로 준비하는 당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돈 보다는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명에 집중하여 새해를 맞이하는 정책당회가 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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