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헌옥 목사(편집인)

필자는 고려신학대학을 입학하여 고려신학대학을 졸업했다. 고신대학교가 아니었다. 물론 대학원이 아니라 본과라고 하는 3년의 신학교를 대학원으로 여기고 수학하여 7년을 공부하였다. 아마 대학은 본과를 위한 예비 과정이라 여겼기에 본과라는 그런 명칭을 두었을지 모른다. 그래서 고려신학대학은 신학을 전문으로 하는 대학이며 그 대학을 마친 사람들이 실제로 목사가 되기 위하여 본과를 진학하였다. 본과는 목회자 양성전문학교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본과를 포함한 고려신학대학이었기에 당시의 신학교는 그 전체가 목회자 양성을 위한 기관이었다고 할 것이다.

학장은 당연 목사였고 대학의 교양과목 이외의 교수들은 거의가 목사로 채워져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고려신학대학이 아니라 고신대학교가 되었다. 학교의 명칭부터 교단을 가리키는 고신으로 바뀌었고 신학대학이 아닌 일반대학교가 되었다. 오히려 신학교는 고려신학대학원으로 준 독립적인 기관이 되어 목회자 양성을 위해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신대학은 목회자 양성을 위하여 있는 대학이 아니라는 것이다.

고려신학대학은 이제 고려신학대학원으로 들어가 법상으로는 고신대학교에 속한 대학원이지만 경영이나 모든 면에서 준 독립적인 기관으로 목회자 양성을 위하여 있는 본과와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을 먼저 인지하면서 김영수 장로가 기고한 앞글 “고신대학교 총장초빙방식, 신중한 접근 필요”에 대한 다른 의견을 개진하고자 한다.

1. 과연 목사가 아니면 고신대학교의 총장 자격이 없는가?

앞글에서 김영수 장로는 고신대학교의 총장은 아무나 지원할 수가 없고 목사라야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한편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그것은 신학대학이었을 당시나 또한 현재에도 그런 경우에는 합당할 것이나 현재의 고신대학교가 일반대학이 된 시점에서는 적절하지가 않다.

고신대학교 내에 있는 신학과는 그 많은 학과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신학과가 대학의 중심학과에서 벗어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대학교의 구성원들도 대다수가 목사가 아닌 사람들로 채워져 있다. 학교가 다른 과들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에서 신학과가 주인노릇을 하겠다는 것은 이미 시기가 늦은 퇴색된 주장이다.

김영수 장로는 총장이 축도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일반대학교의 총장이 목사여서 그렇게 하면 좋겠지만 모든 일반대학교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것 때문에 굳이 목사가 총장이 되어야 한다고 하면 그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그리고 일반대학교를 신학대학이라 우기면서 신학자들에게서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논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총장은 학문적으로 총괄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를 운영하는 오너이다. 사회말로 하면 사장이요 회장이다. 운영자라는 말이다. 결국 학교를 적자내지 않고 운영할 수 있는 경영자를 뽑는 것이지 누가 신학적으로 실력 있는 가를 살펴 뽑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2. 총장 후보 자격은 무엇인가?

고려학원 이사회가 총장초빙 공고를 내면서 후보지원자의 자격을 네 가지로 제시하였다.

(1) 개혁주의 신학과 신앙 전통을 따르는 분으로 고신교단의 정체성에 동의하는 교회 항존직 직원을 원칙으로 한다.

(2) 교내외 인사로서 대학사회가 요구하는 학문적. 도덕적. 인격적 기준을 충족하여 경영 능력이 뛰어난 분

(3) 교육공무원 임용 자격을 갖추고 학교법인 고려학원 정관과 정관 시행세칙을 준수할 있는 분.

(4)1952년 1월 24일 이후 출생한 분

이상 네 가지를 살펴보니 목사만 된다고 하는 조항이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경영 능력이 뛰어난 분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 지금 총장이 되는 분의 임기 기간에 불어 닥칠 대학의 위기를 대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총장은 목사라야 한다면 분명 초빙공고에서 후보의 자격을 목사로 못 박아야 한다. 그러나 고려학원 이사회는 그것을 명시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로이 총장 자격을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는 말이다. 이사회가 몰라서 그랬다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사회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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