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한나라당의 요즘 형편을 보면 가관이다. 세계 경제는 혼미를 거듭하고 국내의 여러 상황이 가히 위기로 볼 만큼의 어려움이 계속되는 판국에 치졸하고 용열한 권력 다툼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을 짜증나게 하고 있다.
 
지금은 실망과 짜증의 수준이지만 민심은 거의 분노 직전에 이르러 있고 '한번 혼이 나야 한다'는 말들을 공공연하게 주고받는 실정이다. 이런 세간의 평판을 모를 리 없는 그들이 국민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온갖 명분과 그럴 듯해 보이는 이유들을 제시하면서 추태를 멈출 수 없는 까닭은 무엇인지가 자못 궁금하다.
 
모든 권력의 속성은 절대화를 추구한다지만 이렇게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취임식을 하기도 전에 분당 운운하는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사실 이제 여당이 될 한나라당이 이렇게 난맥상을 보일 만큼 취약하거나 영세한 정치집단은 아니다.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고 정치 경험과 이론적 정당성도 상당부분 확보하고 있는 거대정당의 모습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많은 장점을 보유했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올바른 에너지로 승화시킬 수 있는 촉매를 가지지 못하면 장점은 동시에 약점으로 반전하기 마련이다.
 
신약성경에 등장하는 교회들 가운데 가장 문제가 많았던 교회라는 인상을 지닌 교회는 고린도 교회였다. 분파, 윤리, 은사, 교리 등 많은 부분에서 바울을 근심하게 했던 교회였다. 그러나 사실 고린도 교회는 너무나 많은 장점을 지닌 교회였다. 18개월이나 바울의 지도를 받았고 실라, 디모데,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부부, 아볼로 등 당대 최고의 사역자들이 고린도 교회를 지도했다.
 
또한 대도시에 위치한 것도 고린도 교회의 장점이었고 핍박의 수준도 비교적 가벼웠다. 그리고 교회 안에 활발한 성령의 은사가 나타났고 성만찬을 자주 거행하여 구속의 은혜를 기념했다. 이 모든 것이 고린도 교회를 강하게 만들 수 있는 장점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은 도리어 한 순간 약점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유능한 지도자들의 이름을 빙자하여 분파가 생겨나고 은사활동은 교회의 질서를 무너지게 했으며 성만찬은 일부 부유층의 특권의식으로 교회내에 심각한 위화감을 조성했다. 너무나 좋은 요소들이 너무나 심각한 문제들을 만든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의 결핍이었다. 사랑은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이웃과 공동체 중심으로 생각과 행동의 축이 바뀌는 것이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만 생각하는 소아적 의식이 모든 장점들을 치명적 약점이 되게 하는 것이다. 중세의 수도자인 성 버나드(St.Bernard)는 사랑의 4단계를 말한 바 있다.
 
'자기를 위하여 자기를 사랑하는 단계, 자기를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 하나님을 위해 자기를 사랑하는 단계, 하나님을 위해 하나님을 사랑하는 단계'가 그것이다. 생각이 자기중심에서 하나님 중심으로 바뀌어야 진정한 사랑이 가능하고 그 사랑이 있어야 모든 삶의 자산들이 진정한 유익으로 결실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할 때 정치는 물론 교회마저도 심각한 혼란에 빠지게 됨이 역사의 엄연한 교훈이다. 이제 사순절이다. 십자가에서 보이신 하나님의 극명한 사랑의 세계를 다시 묵상하면서 부디 소아적이고 탐욕적인 자기 사랑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계절이 되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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