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ust have’라는 어구가 유행이다. “당신에게 자존심이 있다면 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라고 말하는데 정체성이란 ‘must be’라고 말할 수 있다. “당신에게 자존감이 있다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정체성의 상실은 존재의 마지노선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정체성의 상실에서 오는 비참함은 “소금이 그 맛을 잃어버리면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에서 처절하게 보여지고 있다.

최근에 모 방송사에서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특집으로 다루자 순식간에 천 개가 넘는 댓글들이 달렸다. 거의가 교회에 대한 비난과 비판 일색이었다. 이러한 반기독교적 정서는 대중의 일시적인 적대감을 넘어 사회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보도내용의 공정성이나 왜곡의 진위를 따지는 것은 더 이상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정말 가슴 아픈 것은 교회가 아무리 해명해도 사람들은 들으려 하지 않고 차가운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맛을 잃어버린 소금처럼 정체성을 잃어버린 교회는 겉모습이 어떠하든 더 이상 하나님의 교회일 수가 없다. 위대한 장수(將帥)는 칼을 탓하지 않는다. 세상이나 환경을 탓하는 것은 비겁한 변죽일 뿐이다. 지금은 교회가 세상을 향해 억울함을 토로하기 전에 변질된 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탄식을 들어야 할 때이다. 독생자의 피값으로 산 교회가 머리 깎인 삼손처럼 힘을 잃고 세속의 온갖 기둥들에 묶인 채 세상의 조롱거리가 된 것을 보시고 우시는 하나님의 눈물을 보아야 한다.

교회의 정체성 회복을 위하여 우리는 성경 말씀을 교회의 뼈대로 삼는 것에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지난 2000여년의 교회사를 살펴보면 하나님의 쓰임을 받은 단체나 개인은 성경의 핵심가치를 얼마나 강화했느냐에 따라 결정되었다. 만일 교회가 말씀의 핵심가치로 강화되고 하나님의 때를 채우는 순간 영적인 파도가 일어나면서 모든 수치를 씻어내고 영광스러운 하나님의 얼굴을 회복하게 될 것이다.

요즘 기독교계 방송을 보면서 필자를 포함하여 설교자들의 설교방송이 너무 가볍고 얕지 않나 하는 깊은 고민이 있다. 설교자는 에스겔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하는 말씀의 파수꾼이 되어야 한다. 본래 기독교는 성서신학적, 실천신학적, 역사신학적, 변증신학적, 교의신학적으로 타종교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공교회의 강력한 신앙적 뼈대로 세워져 있다. 지금 한국 교회는 그동안 외면하였던 교리의 가치와 깊이를 재발견해야 할 때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장로교회의 배타적 교리주의로 인한 분열의 역사 때문에 교회 내에서 교리가 외면받은 면이 있다.

그러나 배타적 교리주의는 배격하더라도 신앙적인 교리의 뼈대는 다시 회복해야 한다. 교리는 신앙의 금광맥과 같다. 올바른 교리가 없다면 신자의 신앙관도, 기독교적인 세계관도, 기독교적인 가치관도 존재할 수 없다. 한국 교회가 이를 위해서 다시금 책꽂이에만 꽂아두었던 신앙고백과 신앙교리서들을 꺼내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 박제화된 교리에 생명의 불을 붙여야 한다. 교리는 성경 속에 나타난 하나님의 말씀의 형상화요, 계시의 구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쪼록 한국 교회가 성경의 핵심가치인 교리의 재발견을 통하여 교회의 뼈대를 다시 세우고 실천함으로써 이단의 공격에서는 물론이요 사회로부터의 수치와 불신을 신뢰와 자랑으로 거듭나는 은혜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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