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김기호 목사(시인, 언약교회 담임)

 

모든 것이

자리를 바꾸는 시간

 

태양은 힘을 잃어

달에게 자리 내주고

대낮도 양껏

어둠에 몸을 낮추는 시간

바람조차 변심하여

제갈량 깔아 논 멍석에

조조 놀아 난

적벽의 화공

그 무서운 밤도

오늘이었구나

 

옛날 옛날 초동들

손 비비고 기다렸다

비로소 책보 업고

서당 달려가는 날

목숨 앗는 귀신 휘이 물렀거라

팥죽 한 그릇

피를 대신해 뿌린

생명이 참으로 귀한 시절도

오늘이라

 

단오에 받은 부채 감사해

달력으로 (하선동력/夏扇冬曆)으로 보답하는

이 계절은

바람은 차나

기실 감사를 드러내는 달

모두에게 아세와 같아라

 

고계 김기호 목사

 

1.적벽대전의 바람이 바로 동짓날 부는 동남풍 바람이었던 것은 아는 역사입니다.

2. 옛날에는 동지를 기점으로 서당이 입학을 하는 날로 잡았다고 합니다.

3. 하선동력/ 단오 때 부채를 나누고 동지에는 새해 달력을 나누는 날이라 하여 하선동력. 오늘날도 연말에 새해 달력을 나누는 것은 동지에서 유래된 것.

4. 아세/ 작은설이라는 말로 동지는 태양의 부활이라는 의미로 인해 작은설로 대접받은 덕에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 한 살을 먹는다'는 말이 지금도 전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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