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석 목사의 자기고백적 개혁 이야기: 목사의 정도를 걸어가자
해운대 00교회 부목사로 있을 때 교회에 큰 시험이 왔다. 교인들도 흔들리고 속속 교회를 떠나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때 장로님들이 제안해 오셨다.
''목사님 저희와 개척하시지요.''
한 분은 연봉2억 정도 되는 도선사였고 한 분은 넥센타이어 부사장이었다.
비 오는 날 우리 부부에게 점심을 대접하면서 하루 종일 끌고 다니며 독촉을 했다.
10번을 거절해도 막무가내였다. 정말 큰 작정을 하고 온 것 같아서 용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함께 개척할 수 없는 이유 세 가지를 말씀드렸다.
첫째는 저는 담임목사님의 개로 왔습니다. 개는 절대로 주인의 밥그릇에 손대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님이 짖으라고 하면 짖고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리고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게 부목사의 목숨 입니다.
둘째는 교회성도를 데리고 근처에서 개척하는 일은 그리스도의 몸을 찢는 것이고 교회를 헤치는 것이고 교회론을 모르는 사람이 할 짓입니다.
셋째는 저희 어머니가 ''주석아 새가 앉은자리는 똥이 있지만 사람이 앉은 자리는 항상 깨끗해야 한다'' 라고 입버릇처럼 가르쳤습니다.
이 세 가지를 말씀드리니 장로님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비행기도 길이 있고
바다에도 길이 있다.
차는 차도로 가야하고
사람은 인도로 가야한다.
차가 인도로 뛰어들면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하고 자기도 죽을 수 있다.
사람이 사람으로서 가야할 정도(正道)가 있다.
요즘 내가 앉았던 자리를 자꾸 뒤돌아본다.
내가 앉은 자리가 더럽지는 않는지…….,
성도는 목자를 따르면서 목사가 앉은 깨끗한 자리에 앉고 싶어 한다.
당연하지 않는가?
목사는 목사로써 앉아야할 자리가 있고
목사는 목사로써 발을 뻗어야할 자리가 있고
목사는 목사로써 누워야할 자리가 있다.
교회타락 선두에 목사가 있었다면 교회개혁의 선두에도 목사가 있어야 한다.
종교개혁500주년도 딱 나흘 남았다.
우목리(2017.1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