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의 묵상 /최병규
잠시 내린 눈도 그림자를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얼어버린 강 위엔 눈이 쌓여 있었는데,
그 고요와 평화의 풍경 속에서도 한 곳이 저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마치 어느 인상파화가의 해돋이에서 느끼게 되는 그런 좋은 인상으로.
얼어있는 강 위로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 제 손바닥 안에 들어올만큼의
자그마한 크기의 이 눈무더기에게로 다가갔습니다.
눈밭에 엎드려 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이 형체와 그림자를 쳐다보았습니다.
아- 쌓인 눈의 형체와 그림자의 아름다움이여!
이 모습을 쳐다보며 예닐곱 번 셔터를 눌렀습니다.
그랬더니 세상 때묻은 내 마음이 이 눈송이처럼 희어지고 싶다는
마음까지도 들었습니다.
순간 하얀눈은 붉은피가 되어 내 영혼을 씻는 듯했습니다.
어울리지 않게 하늘에서 내린 이 햐얀 눈송이는 오래 전 하늘에서 내려와
온 세상을 덮어주신 그분을 생각나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