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서 목사(코닷연구위원, 큰사랑교회 담임)

필자는 지난 1월 10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niversal Periodic Review, 약칭 UPR) 심의 후속조치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는 쉽게 말해 UN 인권이사회가 요구하는 사항들에 대해 한국 정부가 수용할지 말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다양한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다. 3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의 순서는 정부 각처의 발표, 그리고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회의 중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지만 필자에게는 대한민국이 지금 어떤 영적 상태에 있는지 분명히 확인하는 자리였다.

회의 내용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군형법 92조 6항 폐지(성추행처벌), 병역법 88조 1항 폐지(대체복무제), 사형제 폐지, 낙태죄 폐지, 부부강간제 신설, 핵무기금지조약 체결, 국가보안법 폐지, 북한인권법 폐지 등이었다. 잘 알려진 수십 개의 좌파 시민단체들은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고, 정부 역시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필자가 보기에 이 회의는 정해진 각본에 의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유는 대다수가 좌파 시민단체였다는 점과 발언권이 요구서를 제출한 좌파의 순서대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간담회를 좌파 시민단체 중심으로 진행하길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시민의 제보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소수의 보수단체는 부랴부랴 참석했다. 당연히 요구서를 제출하는 것도 몰랐고 주어진 발언 시간조차도 절대 부족했다. 필자는 이대로라면 한국도 유럽과 미주의 참상에서 예외일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제대로 아는 교회 지도자가 얼마나 될까? 그런 차원에서 이 시대의 교회 지도자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1. 새로운 세대의 새 판이 짜졌다는 사실이다

지금은 잠잠하나 한동안 할랄 단지, 수쿠크 금융, 무슬림의 유입 등과 관련한 이슬람 문제가 한국교회를 술렁이게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여러 해악을 끼치는 동성애 문제로 인해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연이어 낙태법 폐지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모든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목적하고, 궁극적으로 성평등을 헌법에 탑재하기 위함이다. 이런 현상들은 지난 세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다. 왜 갑자기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그것은 판이 재편되어 새 판이 짜졌기 때문이다.

새판이 짜졌다는 말은 지난 30년간 사회주의와 포스트모던 사상에 세뇌되어 자란 새로운 세대들이 대세가 되었다는 뜻이다. 이들은 기존의 보편가치나 윤리를 거부한다. 이들은 니체와 프로이트의 자유로운 성개념에 충실한 본능세대들이다. 그러다보니 전통적인 기독교 가치관의 거부는 필연적이다. 오늘의 교회 지도자들의 착각이 이것이다. 점차 좌파 세대들이 주축을 이루는 시대를 맞고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수 우파가 뼈를 깎는 회개와 갱신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재집권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유는 자신을 뒷받침할 세력이 소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좌파 교육을 받은 세대들이 주체가 된다. 우파가 이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여기에 교회의 영적 딜레마가 있다. 더불어 젊은 교회 지도자들 역시 그 영향 하에서 자랐다는 점이다. 과연 지금과 같은 안일한 자세로 교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2. 종말적으로 이데올로기의 영향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필자는 “때가 어느 땐데 공산주의냐, 설마 그런 일이 벌어지겠느냐, 왜 이념논쟁을 부추겨 분열시키느냐”는 조소를 듣는다. 결코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다. 교회 지도자들에게 영분별의 능이 필요함을 지적하는 것이다. 정말 공산주의가 사라졌을까? 이념이 약화되었을까? 세계 지도를 한번 보라. 좌파 정부가 들어선 나라가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보자. 미국을 제외한 북미와 중남미는 전부 좌파정부다. 유럽 역시 사민당이 절대다수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역시 좌파가 잡고 있다. 결국 세계는 지금 좌파 사상이 지배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교회 지도자들 중 좌·우파가 무엇인지 제대로 분별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러면서도 “왜 때 아닌 이념 타령이냐”고 비아냥거린다.

좌파는 근본적으로 칼 마르크스 사상에 뿌리를 둔 다양한 변이 사상을 쫓는 이들을 가리킨다. 100년 전부터 이들은 자본주의 체제 붕괴를 위해서 가족, 국가, 종교를 전복시키려 노력해왔다. 자신들이 추구하는 결말이 하향 평등의 전체주의 국가가 될 것을 알면서도 믿고 밀어붙였다. 저들은 신좌파의 옷으로 갈아입고 지난 30년간 자유, 인권, 평등이라는 프레임으로 성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 구체적인 수단들이 동성애, 낙태, 이슬람 같은 것들이다. 그것을 위한 실천 지침이자 가이드가 바로 ‘족자카르타 원리(the Yogakarta Principles)’ 29가지이다.

이에 반해 우파는 기존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자유시장경제를 지지하는 이들로서, 기독교 가치관과 보편 윤리에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민국이 그동안 추구한 기반이 이 체제이지만, 이 나라에는 보수라는 이름의 부패와 무능으로 점철된 수구세력들이 집권했기에 어찌 보면 붕괴는 예견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로 인해 대한민국은 지금 체제전복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있다. 좌파를 지지하는 세대로 새 판이 짜지고, 부패한 수구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이용하여 집권한 좌파 정권은 이제 칼자루를 쥐고 있다. 마음껏 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 과연 앞으로 이 민족은 어떻게 될까?

이념이 구시대의 잔재인가? 성경적이고 종말론적 시각에서 미래를 예견해 보라. 과연 세상과 좌파가 상상하는 지상 유토피아가 가능할까? 성경은 주의 재림이 가까울수록 그리스도인들의 환란과 핍박을 예고하고 있다. 결코 죄인이 바라는 지상낙원은 오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악한 영은 앞으로 이념을 더욱 부추기고, 권력을 이용하여 배교자를 양산하려들 것이다. 그리스도인이 믿음의 저울 위에 올려져 자신의 신앙을 증거해야만 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을까? 오직 준비된 자만이 통과하게 될 것이다.

 

3. 교회 지도자들이 심각한 안일함에 젖어있다는 사실이다

필자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과거 수구세력의 부패에 대한 분노의 골이 너무도 깊기 때문이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주체사상과 맑시즘이 혼재되어 있는 좌파 정부로 인해 겪을 고통을 모르고 있어 답답하다. 이는 교회 지도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별히 신학자들의 상태는 심히 걱정된다. 세계의 영적 흐름을 모니터링하면서 바른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할 지성인들이 자신들의 신학논쟁의 리그에서만 안주하려고만 하고, 일부 학자는 한국교회를 지키려 애쓰는 일반 신자들의 헌신을 평가 절하하는 무책임마저 보이고 있다. 신학적 논쟁과 유희도 안정된 자유민주주의체제에서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동안 쌓여온 한국교회의 부패는 청산해야 마땅하다. 뼈를 깎는 교회 내부적 갱신을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와 더불어 교회 밖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필자는 앞서 언급한 법무부 주관 UPR에 참석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의 태도에 세계 좌파의 오만함을 확인했다. 정부 각 부처는 국가인권위의 지시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국가인권위의 위상을 헌법 위의 초법적 기구로 격상시키려 한다는 것이 실언은 아닌 듯싶다.

현재와 같은 교회 지도자들의 무반응과 무감각이 지속된다면 차별금지법 제정은 시간문제다. 6월에 있을 지자체 선거에서 성평등이 탑재된 개헌이 이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유럽교회가 우리의 미래 자화상일 것이다. 최근 중남미 선교사에 보고에 의하면 과테말라,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볼리비아 등에서 동성혼이 합법화되었고, 동성애가 죄라는 설교를 하면 7-12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는 악법이 통과되었다고 한다. 꿈쩍하지 않는 오늘의 교회 지도자들의 무사태평과 무감각이 놀라울 뿐이다. 언제까지 정치에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고수할 것인가? 그런 소신(?)을 교회 갱신과 성경적 목회에 쏟아 부었더라면 지금처럼 세상의 힐난과 손가락질은 받지 않았을 것이다.

기억하자. 세계는 지금 좌파 사상이 지배적이다. 교회 지도자들 역시 자신은 인지하지 못하나 적잖이 좌경화된 사상에 세뇌되어 있을지 모른다. 필자도 동성애 배후의 사상에 대해 연구하지 않았다면 이런 글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 UN과 EU는 이미 68혁명 세대가 장악했다. UN은 더 이상 그 옛날의 보편가치를 추구하던 UN이 아니다. 이 말은 UN의 요구는 반드시 따라야 하는 절대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좌파의 30년의 치밀한 전략에 의해 세계는 지금 총체적으로 좌클릭해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상식적인 성주류화(GM) 쓰나미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구체제는 전복되어가고, 점차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과 같은 교회 지도자들의 무반응과 무책임이 지속된다면 이 민족과 교회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참 신앙을 전수하고 싶은가? 그러려면 교회 지도자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태에 빠지고 만다. 갈수록 암울해지는 유럽의 현실을 진단해보라. 하나님의 교회는 영원하지만 믿음이 없는 곳에는, 진리를 파수하고 전수하려는 실천적 의지가 없는 곳에는 가시적 교회도 사라질 수 있음을 교회 지도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교회 지도자의 영적 각성에 이 민족의 생사가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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