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보다 귀한 교회

이성구 목사 /시온성교회

2017년, 종교개혁 오백주년을 마치는 마지막 주일. 미국 동부 뉴저지 주의 한 교회가 엄동설한에 자신들이 15년간 예배드리던 예배당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미국 장로교회(PCUSA)에 소속된 한인교회인 필그림 교회가 128억이나 되는 교회당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400여 한인교회가 독립적인 교단을 형성하지 않고 미국장로교회에 소속되어 있는데, 수년전 미국장로교단이 동성애와 동성혼을 허용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뜻으로 허용을 하게 되면서 교회의 예식서를 개정하여 동성애자들의 결혼예식 인도에 관한 것도 포함시키는 등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자 지금까지 20여개의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하여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교단으로 옮겨갔고 필그림 교회도 지난 4년간 이 문제를 두고 노회에 논의를 계속하였다는 것입니다.

교단을 떠나도 5년간 60만불(6억 8천만원)을 내놓겠다고 하고 선교비도 내고 다른 협조도 하겠다고 했지만 노회는 재판을 통해 지난 해 연말에 이르러 교회가 예배당과 모든 재산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결론을 얻어 내었습니다. 교회는 정식재판을 제기해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투쟁을 계속할 것인지 아니면 모든 것을 버려두고 떠날 것인지에 대하여 공동의회를 개최했고 1,085명에게 나누어진 투표지를 통한 투표결과 94%가 그냥 버리고 떠나자는 데 동의하였습니다. 결국 성탄절 예배를 마지막으로 예배처소를 옮기기로 하였고 인근의 중고등학교를 가진 Faith Community Church가 흔쾌히 예배장소를 빌려주어서 1월 첫 주일부터 그곳에서 1,082명의 성도들이 참석하여 3부에 걸쳐 예배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을 듣고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들이 백수십억원을 잃어버리는 결정을 한 교회에 경의를 표하는 모습을 봅니다. 굳이 떠나지 않아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고, 미국장로교회가 변하도록 내부에서 노력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필그림교회 담임 목사님과 성도들 대부분이 그런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음에 모든 사람들이 놀라워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엄동설한에 쫓겨나면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입니다. “아직도 이런 교회가 있구나....!”

그 교회 담임이신 양춘길 목사는 이렇게 말하며 자신을 지지해 준 성도들에게 감격해 하였습니다. "우리는 진리와 건물 모두를 갖기 원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한 가지를 내려놓게 하셨습니다. 순종하여 나아가는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더 좋은 것들로 채워 주실 것입니다. 시간이 바뀌고, 작은 변화들이 있겠지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끝까지 같이 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지금껏 흔들림 없이 같이 행동해 주신 성도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나 때문에 교인들이 고생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쉬운 길이 아닌 바른 길로 교인들을 인도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사명을 감당하는 것이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런 판단과 결정을 지지해 주고 따라 준 교우들과 순종하는 마음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손해 보아야 진정한 사랑이다.

필그림 선교교회로 이름을 바꾸며 빈손으로 교회 본래의 사명에 더욱 충실하려 하는 미국 동포 성도들의 거룩한 몸짓을 대하며 눈물이 나도록 기분이 좋습니다. 지금 한국교회가 가장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있습니다. 창조질서를 지키느라 이런 저런 손해를 볼 것이냐, 아니면 적당하게 포용하고 신경 쓰지 않고 사느냐. 순교정신이 필요한 시대를 다시 맞고 있습니다. 오늘의 언론 정부 교육 등 전 분야를 동원하여 하나님을 대항하여 높아진 인간의 오만함이 하늘을 찌릅니다. 하나님의 사랑을 아는 교회로서 세상을 이기는 모습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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